영국생활 235

[+1294days] 누리네 법

누리가 2주간의 어린이집 방학을 맞았다. 그러나 방학 전 아파서 한 주 쉰 것을 더하면 3주간의 방학인셈. 방학을 준비해서 사놓은 물감, 테이프 등등으로 매일 같이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누리. 가끔은 그 창작물의 착용을 우리에게 강제하기도 한다. 하라면 한다. 그래서 우리집에선 모두가 배지를 달아야 한다. 그건 인형들도 예외가 없다. 종이 안경은 물론이고. 고양이 인형에게 토끼 머리띠를 쓰라고 하면 써야한다. 누리네 법은 누리 말씀이시니. + 누리가 24시간 밀착방어 중이라 블로그를 할 여유가 없네요. (ㅜㅜ )

[life] 먹고 또 먹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는 한국으로 치자면 설날과 추석. 기념하는 것은 다르지만 비중으로 치면 그런 휴일/연휴다. 그러니까 명절. 한국의 명절이 그렇듯 여기도 이 기간에 정말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고, 또 먹는다. 연휴 시작 전 - 지비 생일 연휴 시작 이틀 전이 지비의 생일이었다. 이날 쉬고 싶었으나 부활절 연휴과 이어 쉬기 위해 생일 다음날 하루 휴가를 냈다. 생일이니 케이크는 한 조각 먹어야 할 것 같이서 준비했다. 직접 만들어본 생크림 케이크인데, 직접 먹어보기 전까지는 생크림인 줄 알았다. 나는 만들면서 맛을 잘 보지 않는 특이한 사람. 별 이야기는 없지만, 다음에 더 풀어서 따로. 연휴 첫 날 누리가 거의 일주일만에 외출을 한 날. 오래전에 예약해둔 트램폴린 실내 놀이터에서 잠시 놀고, 아시안 식당에..

[etc.] 공간의 재구성

한국의 아파트에서 비해서 넓지는 않지만, 우리 셋이 살기엔 좁지 않은 집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늘어만 가는 누리의 짐, 정리되지 않는 짐으로 집이 점점 좁게 '느껴지는' 요즘. 다시 공간을 재구성하겠다.. 마음 먹은지 벌써 몇 달. 그대로 어수선한 집이 방치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칼을 빼들었다. 2주간의 방학, 정확하게는 5일간의 부활절 연휴를 계기삼아 정리를 해보겠다고. 요즘 부쩍 소셜미디어에 오르내리는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라도 '어수선 하지 않은' 공간에 사는 것이 소망이다. 지비는 우리집이 적당한 수납공간이 존재하지 않고, 플랏(아파트)니까 어쩔 수 없다, 특히 모든 가구와 물건이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지비는 수납공간이 될 수 있는 ..

[coolture]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수화 프로그램 - Magic Hands

우리집의 TV는 주로 BBC1 또는 BBC News가 고정이었다. 그런데 누리가 태어나고서는 BBC의 유아채널인 Cbeebies에 고정되어 있다. 밤에 뉴스를 보고서도 지비는 TV를 끌 때 Cbeebies로 맞춰 놓는다. 공부하고 했던 일이 있어 아이에게 TV는 안보일 것 같지만, 공부하고 일 했던 사람의 관점으로 볼 때 Cbeebies의 프로그램들은 꽤 괜찮다며 느슨한 편이다. 아이의 영어를 걱정하는 주변의 한국 엄마들에게도 막 권장한다. 느슨한 TV보기 - 이건 창의력 없는 엄마의 변명이기도 하지만 정말 Cbeebies의 유아프로그램들은 수준이 높다. 일단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내용이 그렇고, 언어가 그렇다. 신나는 모험보다는 아이들의 일상 - 놀이터가고 학교가고 그런 일상이 주요 소재다. ..

[food] 달걀빵

얼마 전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달걀빵. 사실 달걀빵을 먹어본 것도 한 두 번인 것 같은데 그 날 이후로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럴 땐 먹어줘야 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레시피는 시판 핫케이크 가루를 이용해 종이컵에 담아 전자렌지로 요리한 초간단 레시피였다. 2월에 있었던 팬케이크 데이에 누리가 잘 먹어서 가끔 끼니로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사둔 핫케이크 가루가 있어 만들어봤다. 마침 다가오는 부활절도 준비할 겸. 달걀빵 소셜미디어 초간단 레시피 몇 가지를 보니 공통적으로 추려지는 재료와 주의점이 있었다. 재료 : 핫케이크 가루, 달걀, 치즈, 토마토, 햄 약간, 파슬리 약간, 버터 약간 주로 mixed size의 15개들이 프리 레인지(풀어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사먹는다. 대형 마트에선 규격화된..

[etc.] 2주 단위 생활

2주들 누리와 또래 아들이 있어 가까이 지내는 Y님과 3월 말에 시작되는 부활절 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아이님들을 엔터테인할 것인가를 이야기 나누다보니 방학이 성큼 다가와 이번 주에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음 주말이 되어야 부활절 방학이 시작된다. 꽉차지는 않아도 대략 2주를 기다려야 한다. 2주 간의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2주 뒤면 짧은 여행을 간다. 여행을 다녀와서 2주 뒤에 한국에 간다. 한국에서 돌아와 다시 2주가 지나면 휴가를 간다.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와 2주가 다시 지나면 6주간의 여름 방학이다.여름 방학이 끝나고 2주 뒤엔 누리가 4살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9월이 성큼 다가온다. 이렇게라도 버텨보자. 봄나들이 쫑쫑쫑 3월 말까지 긴 겨울이 될꺼라..

[+1263days] 어린이집에서 배우는 것

누리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서 누리가 일방적으로 졸졸졸 따라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이쁘게 생긴 빨간곱슬머리 영국 여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누리보다는 작지만, 부모 모두 영국인이어서 그런지 말(당연히 영어)을 잘했다. 누리는 그 아이를 친구보다는 언니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누리는 "친구"라고 했지만. 9월에 시작되는 학교부설 유치원의 신청마감이 1월에 있었는데 그때 그 아이의 아빠가 런던 밖으로 이사를 가는데, 이사갈 곳 유치원에 신청하려니 현재 사는 동네에 신청을 해서 전학을 가는 형식으로 옮겨야 한다는 답을 받았다며 다른 부모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 아이, 누리가 졸졸졸 따라다니는 빨간곱슬머리 아이가 떠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봄학기 중간방학이 끝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갔..

[etc.] 유기농 vs 공정무역

오늘 문득 누리가 바르고 있는 오일 박스를 꼼꼼히 읽어보게 됐다. 출산 전에 여기저기서 받은 무료 샘플 로션, 샴푸 같은 것들을 다 쓰고 사게 된 제품이 그린피플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때 마침 누리가 크래들 캡 Cradle cap이라는, 한국말로 찾아보니 지루성 두피염인듯한, 증세가 있었는데 조산사가 해바라기 오일이나 올리브 오일을 추천해서 해바라기 오일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아기 바디용 오일을 찾아 발견한 회사와 제품이었다. 제품에 만족해서 바디 오일뿐 아니라 이후 얼굴 로션, 아이용 선크림 등 여러 가지 제품을 사서 썼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오일은 여름에는 바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계절에 상관없이 이 오일을 목욕 후 얼굴과 온몸에 발라준다. 여름엔 외출할 때 썬크림을 발라..

[etc.] 토스터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누리를 놀이터에 데려가 한 20분 놀렸다. 추운 날씨에 된통 걸려 누리는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만 3일 간의 감금 생활을 해야했다. 기력을 회복하고 오늘 다시 어린이집에 갔다. 나도 4일만에 마셔보는 바깥 공기 - 아! 그런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서 누리를 안고 주차장으로 뛰어야 했다. 누리를 어린이집에 넣어놓고 금쪽 같은 시간을 이용해 마트에도 다녀오고, 집 청소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안은 어수선. 3일 동안 누리가 만들어놓은 공예물(종이접기, 스티커 붙여 놓은 색종이, 도장찍은 종이)를 그대로 남겨두니 그렇다. 그래도 하나라도 모르게 버리면 꼭 묻는다. "마미.. 그거 어딨어?" 버릴 때도 꼭 허락을 받고 버려야 한다. 아니면 보는데서 버리던지. 청소하고 커피 내려 자리에..

[+1259days] 정직한 신호

아파서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누리가 낮잠을 자고 있다. 아프면 빠지지 않는 낮잠. 몸이 아프다는 신호면서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쉬는 것이다. 참 자연스럽고 참 정직하다. 누리는 아파도 잘 노는 편인데, 아프기 전엔 늘 먹는 게 신통치 않다. 먹는 게 신통치 않아 아픈 건지, 아파서 잘 안먹는건지 늘 그 이유가 궁금하다. 잠들기 전까지 스템프를 열심히 찍고 있었다. 3일째되는 감금 생활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숨겨둔 장난감을 하나 방출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지비와 통화 중인 전화기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더니 잠으로 빠져버렸다. 내 위에. 화장실에 다녀오고서 불을 끄지 않았는지 불 켜면 돌아가는 환풍기는 한 시간이 넘도록 세~세~ 돌아가고 있다. 뚜껑을 열어놓은 스템프 잉크 패드도 한 시간이 넘도록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