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etc.] 토스터의 시대가 열렸다.

토닥s 2016. 3. 3. 00:06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누리를 놀이터에 데려가 한 20분 놀렸다.  추운 날씨에 된통 걸려 누리는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만 3일 간의 감금 생활을 해야했다.  기력을 회복하고 오늘 다시 어린이집에 갔다.  나도 4일만에 마셔보는 바깥 공기 - 아!  그런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서 누리를 안고 주차장으로 뛰어야 했다.

누리를 어린이집에 넣어놓고 금쪽 같은 시간을 이용해 마트에도 다녀오고, 집 청소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안은 어수선.  3일 동안 누리가 만들어놓은 공예물(종이접기, 스티커 붙여 놓은 색종이, 도장찍은 종이)를 그대로 남겨두니 그렇다.  그래도 하나라도 모르게 버리면 꼭 묻는다.  "마미.. 그거 어딨어?" 
버릴 때도 꼭 허락을 받고 버려야 한다.  아니면 보는데서 버리던지.

청소하고 커피 내려 자리에 앉으니 딱 15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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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누리가 오전에 체육 수업을 간다.  거기에 갔다가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어린이집을 가기엔 너무 빠듯해서 일주일에 두 번 밖에서 점심을 사먹이고 어린이집에 갔다.  밖이라 함은 까페.  늘 가는 까페가 있다.

누리는 거기서 따듯하게 눌러 데운 햄치즈 토스트를 먹거나 가끔 크로와상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스무디와 함께.  나는 그 생활 한 달만에 질리고 말았는데 여전히 누리는 잘 먹는다.  하긴 똑같은 씨리얼을 아침으로 일년 반 넘게 먹은 아이다.  그리고 그 뒤 지금은 식빵에 크림치즈 발라 일년을 아침으로 먹고 있는 고마운 아이.

비용도 비용이고, 늘 밖에서 먹이는 게 걸리고, 나도 질려서 일주일에 두 번 그냥 어린이집에 늦기로 하고 이제 집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체육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후딱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토스트를 만들기 위한 그릴을 샀다. 

예전에도 이걸 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지비의 사촌형이 조언하기를, 그걸 사니 편리함에 따듯하게 눌러 데운 토스트를 너무 자주 먹는 단점이 있다고.

일주일에 두 번, 주말에 한 번만 먹기로 마음먹고(그래도 벌써 세번!) 구입했다.  가격은 누리랑 내가 까페가서 쓰는 비용을 생각해보면 2회 까페 방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변명하면서.

그렇게 우리집에 토스터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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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늦었다, 누리 데리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