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7

[life] 코비드, 오랜만.

다 지나서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 다 지난 것은 아니지만, 2주 전 지비가 목이 칼칼하다며 아침 출근하기 전 자가진단 키트로 테스트를 해봤다. 너무나 오랜만이라며 “어떻게 하는거지?”, “어떻게 보는거지?”, “줄이 두 개면 뭐지?” 그러는거다. “뭐?! 줄이 두 개?!”😱 아이도 등교 준비, 나도 나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둘도 급하게 테스트를 해보니 아이는 음성, 나는 양성. “어떻게!”😭 마침 그날 내가 준비힌 소셜 모임이 있는 날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못가게 됐다고 연락을 했다. 사실 그 전주 감기몸살처럼 아파서 나는 토요일 아침 자가진단키트로 테스트를 해봤었는데 음성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팠던 게 코비드였나 알송달송한 시점이었는데, 검사할 때 나는 자각 증상이 없었고 지비 때문에 해본 것이었을..

카테고리 없음 2024.07.02

[life] 해결책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글에 이런 게 있었다. 심경이 복잡한 한 여성이 정신과를 찾았다. 의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여성은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았지만 꼭 집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가 “지금 당장 머릿 속에 있는 고민을 꺼내보라”고 했다. 여성은 ”식기세척기를 돌리기전에 그릇을 미리 헹굼해야할지, 음식 찌꺼기만 없애고 넣어도 될지“ 그런게 고민이라고 했다. 의사의 대답이 ”식기세척기를 그냥 돌리십시오. 깨끗하지 않으면 두번 돌리십시오“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래도 깨끗하지 않으면 세번 돌리십시오“. 정확한 워딩은 기억하지 않지만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그 글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을듯. 아주 하찮아보이는 고민과 갈등이 사실은 마음 전체를 반영한다. 그런 것들이..

카테고리 없음 2024.06.16

[life] 일상으로

일상으로..라고 운을 뗀게 한 달 전인데-. 1월 말에 언니가 런던에 왔다. 코비드 이후 언니의 첫 유럽행. 언니, 아이와 함께 셋이 주말여행으로 로마도 다녀오고, 아이 중간방학을 맞아 일주일동안 남부 스페인의 도시들과 포르투칼의 리스본도 다녀왔다.지나서 이야기지만 로마여행까지는 괜찮았다. 로마여행은 짧기도 해서 짐싸기도 부담이 없었고, 일정이 짧으니 여러 가지 포기하며 딱 봐야할 것만 봐도 괜찮은 그런 여행이었다. 일찍이 바티칸과 콜로세움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고 예매를 해두었다. 구글 평점보고 찾아간 식당들도 무척 맛있었고, 우연히 간 역 안 아이스크림 가게도 맛있었고,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볼 수 있어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말라가-그라나다-세빌을 거쳐 포르투칼 리스본까지 간 여행은 좀 힘..

카테고리 없음 2024.03.16

[life] 그 ‘어디’와 제습제

제주도에서 사온 열쇠고리 장식이 떨어졌다. 떨어진 장식을 주머니에 열쇠와 따로 며칠을 넣고 다녔는데, 주머니에서 뭘 꺼낼때마다 (소중한)장식이 떨어져서 ‘이러다 어디선가 잃어버리겠다. 잘 뒀다가 다시 달아야지’하면서 ‘어디’ 잘 뒀는데 그 ‘어디’가 떠오르지 않아 오늘 아침 한참을 찾았다.😭 결국 찾기는 찾았는데(차 열쇠 걸어두는 곳에 보란듯이 있더란) 허비한 시간이 아깝고, 정신 없음이 안타깝고.😭 간식(센베)과 차 한 잔 마시려고 꺼내놓고, 한참 있다가 먹으려고 보니 내가 꺼낸건 간식이 아니라 그 안에 함께 들어있던 제습제..🫠

카테고리 없음 2024.01.20

[life] 영국 아이들

코비드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던 B가 작년 남편과 영국에 왔었다. 그때 지인의 집에 머물렀던 B와 B의 남편과 함께 산책을 한 뒤 커피를 마셨다. 그때 그 남편의 말이 - 머물고 있는 지인 집에도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를 봐도 그렇고 영국의 아이들은 한국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더 아이들 같다'고. 이 말은 여기에 사는 한국맘들도 많이 하는 말이다. 물론 애들이 10살 넘어가면 외모나 행동이 훌쩍 크기는 하지만. + 새해 첫날 아이 친구와 그 엄마를 만나 큐가든에 갔다. 그 집 아이가 우리집 아이와 종종 어울리기도 해서 한 번쯤 자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집 둘째가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라 온가족이 바쁜편. 게다가 학교 바로 옆에 살다가 일년 전쯤 둘째가 다니는 특수학교 옆으로 이사를 가..

카테고리 없음 2024.01.14

[life] 영국의 시간

한국에서 늦으면 '코리안 타임'이라며 한국은 늘 그렇다는 식의 표현이 있다. 영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약속에 5분 10분 늦는 건 아주 양호한 편.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샴푸와 주방 세제를 샀다. 혹시 2년 전 글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 50% 할인이라 샴푸 10리터를 샀다. 그때 구입한 샴푸를 곧 다 쓸 것 같아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기다렸다. 30% 할인을 이용해 이번엔 샴푸 5리터, 주방세제 5리터를 구입했다. 주문한지 한달인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며칠 뒤면 영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버금가는 박싱데이 세일을 할텐데 말이다. 한달 동안 배송이 늦어진다며 미안하다는 이메일 한번 온게 전부. 샴푸, 주방세제와 함께 산 리필 용기만 먼저 보냈다는 이메일이 왔다. 일주일에..

[life] 어린이와 어른이

또 아무도 안궁금한 근황. 4월에 한국에 다녀온 뒤로 빡센 두 달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바쁘고 나는 받고 있는 교육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때라(또 교육😢) 바빴다. 지난 월요일에야 모든 과제를 제출하고 다음주와 그로부터 2주 뒤 두 번의 시험과 발표만 남겨둔 상태. 지난 주말 일년이 넘는 교육과정 기간 동안 과제에 매달리지 않고 보낸 토요일을 거의 처음으로 맞이했다. 이제 시험과 발표한 남겨둔 상태라 공부'만'하면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고 그렇다. 게다가 아이는 여름학기라 엄청나게 바쁘고, 피곤해서 아프고 그런 상태. 그래도 아이는 집에서 쉬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린이 지난 토요일 아이는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네 놀러갔다. 아이와 지비가 친..

[life] 달팽이구조대

요즘 애들이 지렁이를 알까? 영국에선 비가 오는 날이면 달팽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달팽이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릴 땐 비가 오는 날이면 지렁이가 나왔는데 여긴 달팽이구만’. 아이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국은 가든있는 집도 많고 공원도 많아 아직 흙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런던에 살아도 그렇다. 온통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에 살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이 지렁이를 알까? 아직도 한국은 비가오면 지렁이가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한다. 몇년 전 비가 내린 뒤 등교 길에 아이가 달팽이를 발견했다. 쪼그려 앉아서 그 달팽이를 보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이 작은 녀석(little fella)는 길 한가운데 있다가는 밟혀서 깨지니까(그래서 죽으니까) 저리로 보내주자”며 살짝 발..

[life] 런던의 빠리빵집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형 한국마트인 오세요가 생기고, 그 옆에 한국치킨점인 페리카나가 생기고서 우리의 희망은 빠리빵집이 생기는 것이였다. 동네에 일본빵집이 완전 흥업중이라 빠리빵집이 생기면 잘될텐데 그런 생각이었다. 이미 몇해 전부터 파리와 런던에 생긴다는 말이 있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영국 내 사업자 등록도 된듯한. 아마도 코비드로 연기된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 10월 한국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런던모임 페이스북 그룹에 빠리빵집이 오픈한다고 누군가 소식을 올렸다. 친구들과 “가자!” 그렇게 말이 오고가던 와중에 한국에서 SPC의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매년 한국에 갈 때면 매일 같이 드나들던 빠리빵집을 올해는 딱 한 번 정도 케이크를 사러 갔다. 아이에게 왜 즐겨 가던 빠리빵집에 갈 수 없는..

[life] 아자아자 화이자!(feat. 길 위의 마스크들)

11월의 어느 날,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대학 동기가 (육아와 가사로부터)휴가를 얻어 런던에 왔다. 우리가 만난 곳은 첼시 한가운데 있는 사치 갤러리Saachi Gallery. 한 20년 전쯤 친구가 런던에 살 때 갤러리가 위치한 킹스 로드 King's road에 있는 사진관에서 일했는데, "왜 여기 갤러리가 있다는 걸 몰랐을까?"라는 말에 "우리가 사치(奢侈)랑 거리가 먼 사람들이니까 그렇지!"하며 둘이 푸하하 웃으며 갤러리로 들어갔다. 상설 전시를 둘러보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어떤 교육과정의 졸업전시를 보러 갔다가 만난 작품(?). "와 이런게 갤러리에 걸릴 줄 알았으면 나도 한 우물 열심히 파는 건데 그랬다"하고 둘이서 다시 푸하하 웃었다. 육아와 가사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너무 열심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