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생활 11

[+1450days] 토마토 수확

요즘 발코니 텃밭(사실은 화분 몇 개)에서 자리난 토마토로 생활하고 있다. 장을 볼 때 샐러드용 토마토와 누리용 플럼토마토(한국선 대추토마토라고 불리는 품종) 두 가지를 사는데 한 달 가까이 샐러드용 토마토는 사지 않고 수확한 토마토로 먹고 있다. 오늘 수확한 토마토들. 토마토 두 그루에서 매일 이만큼 수확될리는 없고 한 4~5일 분량이다. 지난 8월 토마토 수확 초반 사진이다. 4월쯤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5월에 한국에 다녀오니 굽어져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자랄때 지지대에 묶어 바로 자라게 했야하는데 지비에게 물 주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돌아와서 지지대를 구입해 세워볼려고 했으나 이미 굽어져 쓰러진 토마토를 세우긴 어려워서 '아 몰랑~'하고 제멋대로 키웠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그닥 정이 ..

[food] 멸치볶음

예전에 K선생님이 주신 마늘편을 넣은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몇 번 해먹었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한국서 부모님께 받아온 멸치가 동이 나기도 했고, 임신을 하면서 딱딱한 음식을 기피하다보니 (잇몸이 부실하여) 더는 안해먹게 되었다. 이후로도 누리에게 건강한 반찬을 해줄겸 멸치볶음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한국슈퍼에서 살 수 있는 수산물, 대부분이 중국산이다,에 믿음이 가지 않고 판매하는 단위도 작긴해도 박스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재료였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후배가 지어준 밥에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이 맛있어서 조리법을 물어왔다. 재료를 따로 볶고, 양념은 끓인 후 따로 볶은 재료를 섞는게 비법. 전수 받은 비법(!)과 나물씨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그도 한달 전..

[life] 육아와 가사의 딜레마

(참 뻔한 제목) 요즘 한국 가기 전부터 미뤄둔 집안일을 몰아 하고 있다. 별 일들은 아니고 누리 방을 만드는 일이 주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그 방에서 짐을 빼 다른 곳에 넣어야 하고, 그 다른 곳의 짐은 또 다른 곳에 자리를 찾는 일이다. 그러다보면 짐이 한 번씩 자리만 옮길 뿐 모두들 자리를 차지하고 정리된 느낌은 없다. 틈틈이 그런 일을 하고 있으니 누리가 TV를 보는 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누리에게도 책을 옮기라,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일거리 정도는 줄 수 있지만 일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내가 같이 해줘야 하는 판이라 TV앞에 방치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은 벨기에-프랑스 여행을 가기전 절반만 한 수건 삶기를 하는 동안 누리가 열심히 TV를 열심히 보았다. 보통 땐 이 시간에 ..

[life] 선물

지난 주 K선생님이 계시는 길포드라는 도시에 다녀왔다. 런던의 외곽 도시인데 부산으로 치면 창원이나 마산, 진주쯤 거리. 벌써 오래 전에 한 번 보자고 연락을 주셨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아이들 중간방학 뒤로 미뤘다. 내가 누리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과 선생님의 생활반경 중간쯤에서 만나려다 선생님 댁으로 가서 뵙게 되었다. 다음을 위해서 내가 운전해서 다녀왔다, 조수석에 앉은 지비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집밥을 해주시는 동안 정원에서 누리랑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밥은 정원에 앉아서 먹고. '아 영국사람들이 이래서 정원을 좋아하는구나' 싶지만, 그것도 여건이 되어야 바람대로 살아지지. 경제적 여건 말이다.정원에 워낙 볼거리 만질거리 놀거리가 많아서 누리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이 마무리 되었을 때 선..

[life] 지비 생일

벌써 몇 주 전에 지나간 지비 생일. 한 달 채우기 전에 남기려고 했는데, 한 달 다되어 간다. 바나나 케이크 생크림 케이크 한 번 만들어볼까 했는데, 몇 가지 검색해보니 전기 핸드 블랜더 없이 케이크 다운 케이크를 만드는 건 무리. 거기다 생크림까지. 쉽게 포기했다. 세상 별로 어렵게 살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 아쉽다 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바나나 케이크. 일전에 구워봤던 바나나 로프(☞ http://todaks.com/1130 )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은데 비쥬얼은 케이크라 해도 억지 같아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구워봤다. 생일 선물로 9시까지 자게 내버려두고 누리와 함께 일찍 일어나 휘리릭 구웠다. ☞ 참고한 레시피 http://www.bakingschool.co.kr/recipe/reci..

[life] 일주일의 일상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추모의 침묵 지난 화요일 누리와 이웃의 아이가 꺼내놓은 동화책을 책장에 다시 넣다가 종이에 손이 베였다. 어떻게 베였는지 알 수 없어도 종잇장 끝에 피가 묻어났을 정도로 베였다.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오후에 햇살이 좋아 누리를 데리고 놀이터에 다녀왔는데, 열심히 놀았는지 돌아오는 길 유모차 앉아 잠이 든 누리. 집안에 들어와 유모차를 살며시 세워둔채로 누리도 더 재우고, 나도 좀 쉬기로 하였다.휴대전화로 페이스북을 열어보니 아는 분이 가족을 잃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담담하지만 무거운 슬픔이 읽히는듯해서 어떤 위로의 말도 찾지 못하고 잠시 동안 할 말을 잃어버렸다. 계속 위로가 될만한 말을 찾았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다. 가까이 있으면 남아있는 가족 그리고 할 수..

[life] 죠나 żona

어제 오전 동네 공원 안에 있는 까페에서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이 만남의 시작은 지난 화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이제 나타나셨어요!" 지난 화요일 이웃의 아이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공원에 가자고 했다. 날씨는 추웠으나 비는 오지 않았으므로 그러마 했다.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이웃이 없는 것이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늘 이런 식이다)해서 이왕 나왔으니 누리 혼자라도 조금 놀리다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웃이 전화가 왔다. 공원 내 있는 아동센터에 있다고. 아이들과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이쪽으로 오지 않겠냐고. 딱히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추워서 그러기로 했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절반쯤 지났을 때였고, 누리는 시끄러운 오디오 소리에 끼..

[life] 잔정

나보다 먼저 외국인과 결혼하게 되어 외국에 생활하게 된 M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새가족이 된 외국인 가족들에게 처음엔 돈보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자잘한 선물들을 많이 고민했는데, 처음엔 그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는데 나중엔 그런 수고로움에 처음만큼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M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잔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친구고, 대학시절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몸서리 치던 친구라 그 마음과 말이 뜻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나도 그런 시간을 거쳤다. 새가족이 된 외국인 가족들에게 돈보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그리고' 한국이 담긴 자잘한 선물들을 하려고 많이 고민을 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들에게도. 그런데 어느 날 그 고민과 고민에 담긴 마음이 일방향이라는 걸..

[life] 초코 발렌타인 데이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이후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은 일명 기념일이 발렌타인 데이인 것 같다. 주로 상업적 포인트로 이용되고 있지만. 그 뒤로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영국의 경우 3월 네번째 일요일), 부활절, 아버지의 날 father's day(6월 세번째 일요일) 등등이 줄을 잇는다. 아 팬 케이크 데이(올해는 2월 17일)도 있다. 기념해야 할 날로 부활절(주로 휴일의 개념), 크리스마스(역시 휴일의 개념)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변에서 묻는 '발렌타인 데이 계획'에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올수록 부담이 됐다. 아무 계획도 없으니까. 결국은 우리 스스로 물어도 보고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다가오는 팬 케이크 데이 겸 발렌타인 데이 기념(?)으로 가까운 하이스트릿..

[etc.] 뽁뽁이 시공

지난 1월 한국에 가기 전 한국서 사오면 좋을 물건을 열심히 검색하던 중 방한을 위해 창문 붙이는 일명 뽁뽁이가 대유행이라는 걸 알게 됐다. 정말 한국 가서 가는 곳마다 그 뽁뽁이를 볼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 집에도 가장 추운 다용도실 쪽 창문만 붙였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가오는 1월 한국에서 오는 언니 편에 뭘 부탁할까 열심히 검색 중 이 뽁뽁이가 생각났는데, 사이즈를 확인해보니 상당히 커서 포기했다. 문득, '정말로 여기엔 그런게 없을까'하고 검색해봤다. 한국서도 3M제품이 있었고 여기도 3M은 있으니까. 한국과 같은 상품은 없지만, 겨울철 식물들을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온실 방한용으로 이곳 사람들도 이 뽁뽁이를 사용하고 있었다. 역시 가든을 사랑하는 사람들답다. 이 방법을 덴마크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