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72

[life] 런던과 눈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 한국에서 '하하호호' 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런던이다. 지난 19일 토요일 오전 2시간 동안 내린 눈으로 21일 화요일 오전까지 런던 히드로 공항이 문을 닫았다. 극히 제한적인 비행기가 뜨기는 했지만, 사실상 거의 99%의 비행기가 취소됐다. 그 중에 월요일 아침 내가 타야할 비행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토요일 2시간 동안 내린 눈은 10~15cm의 눈이라고 했다. 그 눈이 나의 한국행에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문제는 추운 날씨때문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데 있었다고 한다. 토요일 하루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런던에 눈이 오면서 버스나, 지하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일요일엔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도로엔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

[coolture] starbucks decaf house blend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은 디카페인커피는 가짜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카페인없는 커피는 앙꼬없는 찐빵이라면서. 나도 커피라면 잘 알지는 못해도 둘째가면 서러워할 애호가였는데, 이런 말 하긴 싫지만, 나이가 들었는지 하루에 2잔 이상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마실 수는 있지만 잠을 이루기 어렵다. 예전엔 따듯한 커피를 커다란 머그에 가득 마시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던 나인데. 그 사이 심장 때문에 카페인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고도 있었고, 괜히 약한척, 그 권고 뒤엔 특히 2잔 이상의 커피가 부담스러운 것도 같고 그래서 커피와 홍차를 합해 2잔 이상을 잘 안마신다. 그래도 부슬부슬 비 자주오는 이곳에 있다보니 비오고 쌀쌀하기만 하면 커피가 땡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디카페인 커피다. 얼마전에 커피를 마시러 스타벅..

[coolture] Pixlr

어둠의 경로로 받은 포O샵이 말썽이다. 그래서 무료 이미지 편집 툴을 찾았다. 예전에 지비가 일러준 것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거다. 그냥 ''web photo editor'라고 검색하니 나오네. 뭐라고 불러야 하나, '픽슬'? 보는 것과 같이 포O샵과 거의 툴이 같다. 해상도 같은 자세한 옵션을 설정하는 것은 없지만, 아니 어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건 다 있다. 웹으로 운영되는거라서 뭘 설치해야 하는건 없다.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미디어로 옮겨가는 것도 간단하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할때 아예 페이스북에 옮겨 넣을 수 있는 것 같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괜찮네.

[life] 한국형 회식

어제 이른바 한국형 회식이라는 걸 했다. 약간 어려운 어른들(한국인)과 동석하여 저녁식사를 하는 그런 자리. 요즘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기관의 리더가 또 다른 인턴 부부와 싱글녀인 사무처장님 그리고 지비와 나를 한국식당으로 초대했다. 한국형 회식이라는 형태의 모임은 한국에 있을때도 싫어하고 끼기 싫어하는 자리지만, 단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첫번째 이유는 지비에게 내가 일하고 있는 기관,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지비 혼자 외국인이고, 이 땅에서 우리모두 외국인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안되는 영어를 해야해서 주저하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두번째 이유는 회식에서 회를 먹을 수 있다기에-. ( i i)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유쾌한 자리는 아니었다. 한..

[book] 경계에서 춤추다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서경식, 타와다 요오꼬(2010). . 창비. 신문에 실린 서경식의 칼럼을 무척 진지하고, 꼼꼼하게 봤었다. 어떨때는 이해될때까지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가면서까지. 물론 그건 번역된 칼럼이었지만. 그렇게 읽을만한 글, 생각할만한 거리를 그는 늘 던져주었다. 그런데도 막상 한국에 있을땐 그의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 신문에서 봤던 글의 모음이라 생각해 구매, 독서라는 행위까지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곳에 옮겨 살게 되면서 조금은 '억지'로 그의 책을 읽고 있다. '억지'라고 표현한 이유는 재능도 없는 미술이야기가 대부분인 책들이라서 그렇다. 사실 그가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볼려고만 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정작 내가 그의 책에서 읽고..

[book]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진중권(2005). . 휴머니스트. 마무리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제 이런 책 읽는게 피곤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책에 담긴 방대한 키워드를 머릿속에 쑤셔 넣으려고 애를 썼겠지만, 그러기엔 내가 책상이라는 공간과 너무 멀어지기도 했고 나이도 들었나보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뭘 얻자고 이 책을 골랐는지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언니는 "사람이(진중권이) 탐탁찮다, 탐탁찮다"하면서도 그의 책이라면 무조건 사들였고, 무조건 읽었다. 그러고선 "똑똑은 하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게 언니랑 나랑 차이라면 차이다. 나는 조금 덜된 인간인지라 사람이 탐탁찮으면 그 인간이 만들어놓은 위대한 결과물도 점수를 깍고 들어가는 인간형이다. 언니는 결과물과 인품을 구별할 줄 ..

[book]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이미지출처 : www.yes24.com마종기, 루시드폴(2009). . 웅진지식하우스. 루시드폴이 진행하는 세음행을 듣기는 했지만(세음행은 루시드폴이 진행하기 이전부터 들었고, 진행자가 루시드폴로 바뀌었다기에 '이건 뭔가'했더란), 그의 음악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가 좋아한다는 시인 마종기라는 이름도 낯설고. 그냥 편하게 읽을 무엇인가를 찾아 손에 넣었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드는 생각들이 내 처지와 묘하게 물려 빠르게 읽었다. 내 처지와 묘하게 물려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100%공감하기에는 그들의 처지와 나의 처지가 너무 달랐다. 한 번도 루시드폴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적은 없지만, 잘나가는(?) 프로젝트1인밴드면서 스위스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정보만으로 그저 잘나..

[coolture] 54th BFI London Film Festival

2년 전에 즐겁게 본 BFI London Film Festival. 영화 한 편 £9.5. 궁색한 살림이지만 한 편이라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일때문에 안되고, 화요일 목요일은 요가때문에 안되고 되는 요일과 보고 싶은 것을 조합하여 라는 아르헨티나 영화를 골랐다. 아르헨티아인인 실바나와 함께 보려고. 실바나도 좋다고 해서 일찍이 예매하고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Education events를 발견했다. 이벤트로 워크숍 등은 물론이고 아침 무료 상영이 있는거다. 대상은 학생, 청년, 노인, 패밀리로 되어 있었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신청했다. 그냥 영화 두편과 초등학생들이 만든 단편집 모음 같은 걸 신청했는데, 아쉽게도 마지막 영화의 티켓은 받지 못했다. Education 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