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경계에서 춤추다

토닥s 2010. 11. 16. 03:25
YES24 - [국내도서]경계에서 춤추다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서경식, 타와다 요오꼬(2010). <경계에서 춤추다>. 창비.

 

신문에 실린 서경식의 칼럼을 무척 진지하고, 꼼꼼하게 봤었다.  어떨때는 이해될때까지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가면서까지.  물론 그건 번역된 칼럼이었지만.

그렇게 읽을만한 글, 생각할만한 거리를 그는 늘 던져주었다.  그런데도 막상 한국에 있을땐 그의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  신문에서 봤던 글의 모음이라 생각해 구매, 독서라는 행위까지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이곳에 옮겨 살게 되면서 조금은 '억지'로 그의 책을 읽고 있다.  '억지'라고 표현한 이유는 재능도 없는 미술이야기가 대부분인 책들이라서 그렇다.  사실 그가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볼려고만 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정작 내가 그의 책에서 읽고 있는 내용은 미술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무심결에 혹은 작품과 작품 사이에 혹은 작품과 그 사이에 흘러나오는 그의 지난 인생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가 관심을 가지는 작품에는 현실(지금은 과거가 됐지만)과 이어주는 어떠한 이슈들이 있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 현대사의 일부분이 그의 삶이고 그것이 그가 작품과 연결하고 있는 이슈들이다.

 

어쨌든 이 책은 존재 자체가 이슈인 서경식과 타와다 요오꼬의 서신 엮음이다.  이 책 역시, 기획된 서신이다.

 

타와다 요오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한없이 무거운 사람과 한없이 가벼운 사람의 교류 같은 느낌이라고나.  물론 전자가 서경식이고 후자가 타와다 요오꼬다.  타와다 요오꼬는 독일에서 오랜기간 체류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적은 없지만 무지하게 가벼운 스타일이다.  가볍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모든 걸 개념치 않는 스타일 같다.  그런 타와다 요오꼬와 서경식의 서신은 때로 어이없는 실소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서경식이 여행이 잦은 타와다 요오꼬에게 '시간표나 지도를 좋아하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있는데' 본인은 전자에 속하며 이전에 타와다 요오꼬의 작품을 읽으면서 본인과 같은 부류의 사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다음 편지에서 타와다 요오꼬는 '전혀 아닌데요'하는 식.

 

앞에선 '교류'라고 썼지만, 이 글을 읽다보면 전혀 닿지 않는 평행선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타와다 요오꼬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다방면의 경험 속에서 서경식이라는 개인과 그의 가족을 짓누르는 한국 현대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사실을 아는 것 이상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서경식과는 다르게 스스로 일본땅을 떠나 독일에서 스스로 경계인으로 사는 타와다 요오꼬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국에서도 모국에서도 경계인으로 사는 서경식이 어떤 접점에서 만나질 수 있을까.  '경계인'이라는 표현은 같아도 만나질 수 있는 접점은 없다고 본다.

 

 

뜬금없이 서경식의 미술에 관한 지식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나도 깊어져야겠다는 것.  내것이 있어야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