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여행 13

[day36] 새로운 취향

누리는 한국에 올때마다 성큼성큼 자란다. 그에 따라 취향도 바뀐다. 2015년, 2016년 두 해 동안 누리의 취향은 딱 냉장고나라 코코몽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로보카폴리와 강철소방대 파이어로봇(?). 그런 와중에 이틀 머문 후배네에서 로보카폴리 변신로봇을 보았다. 너무너무 좋아해서 엠버라는 자동차 한 대만 들였다. 한 동안 영국에서 데려온 토끼도 뒷전 엠버만 친애하였다. 그 마음이 너무 애틋하여 어린이날을 맞이 나머지 3개 - 폴리, 로이, 헬리도 사줬다. 한 대는 작은 이모가, 한 대는 큰 이모부가, 한 대는 할머니기 사주기를 누리는 희망했지만 사는김에 내가 다 사버렸다. 그런데 폴리가 어린이날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린이날 눈뜨자말자 포장을 뜯으며 기뻐했다. 비록 왜 폴리가 없는지 여러 번 ..

길을 떠나다. 2017.05.06

[day32] 휴가 내리막

어제 지비가 런던으로 먼저 돌아갔다. 일년 중 가장 긴 휴가, 가장 비싼 휴가를 한국행에 써주신데 감사하며 2주 동안 정신없이/빡세게 다녔다. 블로그를 쓰기는 커녕 들아와볼 기력도 없었다는 진실과 변명. 김해공항에서는 입술만 씰룩거리던 누리. 차에 타서 부산시내로 향하면서 아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바람. 있을 때 좀 친하게 지낼 것이지. 지비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영상통화가 연결됐다. 그때는 또 자전거 탄다고 정신이 없던 누리. 며칠 뒤면 본다는 내 말을 이해했나 싶었는데 잘 때 누워 또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운다. 우리도 며칠 뒤면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반복해줄 수 밖에 없었다. 6주나 됐던 휴가가 이제 1주일 정도 남아 나도 이제 짐쌀 준비를 해야한다. 어제 만난 친구가 만날 사람들 다 만났냐고. 휴가..

길을 떠나다. 2017.05.02

[day24] 엄마들의 시간

한국에 도착하고 허리가 탈이 나서 병원에 다닌다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썼더니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한 때 따로 또 같이 공부하고 일하던 이들이었다. 지금은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육아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게 된. 이들과 '육아인부흥회'라도 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날을 잡았다. 표면적인 타이틀은 '해운대에서 아이들이랑 모래나 파자'였지만 결과적으로 '아빠들에겐 아이들을, 엄마들에겐 커피를'이 됐다. 5집 7명의 유아동들. 다 같이 한 시간 모래 파고, 한 시간 커피마실 계획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엄마들만 시원한 까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물론 아빠들은 아이들과 더더더더 행복한 시간을 가졌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누리와 자신을 두고 한 시간 반이나 커피를 마셨다고 징징. 누리가 아닌 지비가..

길을 떠나다. 2017.04.24

[day21] 천원의 행복

가족상봉 후 뜸한 여행일기. 궁금할 사람은 없겠지만 기억을 위한 기록 삼아. 용인에서 가족상봉 한 후 경기도 이천으로 이동해서 큰집과 언니네를 방문한 후 서울로 가서 대학 선배들과 친구를 만나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나러 파주에 갔다 어제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빨랫감을 잔뜩 들고. 도착한대로 어제, 오늘 (물론 세탁기가)빨래하고 일주일 동안 가지 못한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내일 여정을 위해 차를 빌리러 외출했다 돌아왔다. 사실 빨리빨리 움직여 환전도하고 사야할 물건도 몇 가지 있었지만 역시 누리를 데리고 빨리빨리는 어렵다. 그 와중에도 차를 빌리러 간 것만큼이나 중요했던 일정 - 던X도너츠에 가서 만원치 먹고 트롤 인형사기. 해피포인트 앱이 있어 2천원짜리 인형을 천원에 샀다. 하지만 도너츠를 비..

길을 떠나다. 2017.04.21

[day15] 가족상봉

애초 계획은 지비를 맞으러 서울오면서 에버랜드에 팬더를 보러가고 싶었다. 마침 친구네 딸이 누리 또래라 자연농원 시절에 가본 에버랜드에서 팬더 보고 도시락을 먹기로 했으나 미세먼지와 (비용대비)효용을 따져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으로 목적지를 바꾸었다. 경기도 어린이박물관 주차장에 내려 박물관 건물까지 대략 200미터. 조금 걸었는데 미세먼지를 실감했다. 심리적 효과일 수도 있지만, 지비도 나도 서울 시내를 걷고나면 목이 아프다. 누리가 딱 즐기기 좋은 놀이, 볼 거리가 많아서 좋은 시간이었다. 경기도민이 아니라서 낸 입장료 8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다만, 소아할인이 안되는 것은 - 농담이고 정말 미세먼지 많고 바람 많은 날 좋은 선택이었다. 다만2, 식당은 별로 - 였지만 누리가 먹을 수 있는 우동이 있었으..

길을 떠나다. 2017.04.15

[day14] 피로 사회

서울행 아침 10시 기차를 도저히 못탈 것 같아 11시로 바꾸었는데 버스+지하철에서 눈썹을 휘날려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 왜 이렇게 밖에 안될까 발을 동동 굴렀더니 역에 기차 출발 40분 전에 도착하는 이변이 생겼다. 덕분에 세월호 시민분향소에 꽃 한 송이 놓을 수 있었다. + 부산지하철 1호선 종점에서 한참 가 부산역에 닿았다. 다행히 종점에서 타서 누리는 임신부/유아동반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 나는 그 옆에 앉아 갈 수 있었다. 앉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했다. 출입구 바로 옆 자리였는데 지하철에 오르는 모든 사람이 누리가 앉은 자리가 비었다고 생각하는지 시선을 옮겼다가 실망한 눈빛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봐야했다. 남녀노소가 없었다. 누리와 나란히 앉으면서 노약자가 오면 ..

길을 떠나다. 2017.04.13

[day13] 아들의 귀환

누리가 어릴 때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아이가 아들이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때는 '어딜봐서!'하며 혼자 화륵화륵 했는데 지금와서 지난 사진을 보면 내가 봐도 아들 같아 보인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었나 보다. + 내일은 먼 길을 떠나는지라 조신하게 보냈다. 나는 당분간 받지 못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챙겼다. 누리는 미뤄둔 여권사진을 찍었다. 영국에 돌아가 영국여권을 갱신하기 위한 사진이다. 영국에서는 보정 같은 과정 없이 여권사진 규정에 맞춰 찍어만 준다. 5년 동안 쓸 여권사진을 이쁘게 찍고 싶어 한국에서 찍고 싶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네 사진관에 가서 여권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머리를 묶어달라고. 두 가닥으로 묶을까 고민하다 한 가닥으로 묶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애써 앞으로 쓸어내렸던 곱슬 ..

길을 떠나다. 2017.04.13

[day12] 영국이 여기저기

어제 집에서 하루를 보낸 누리는 정해진 하루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탓에 밤 10시가 다되어 잠들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오늘은 코코몽키즈랜드로 고고. 누리에게 할머니집이란 코코몽키즈랜드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과 동의어다. 런던을 떠나며 코코몽키즈랜드와 자전거를 타러 간다며 신나했다. (글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자전거는 벌써 여러 번 타러 갔는데 코코몽키즈랜드는 아직이었다. 코코몽키즈랜드 - 부산대NC 평일 코코몽키즈랜드는, 거기다 오전은, 정말 한산했다. 누리 포함 아이가 5~6명. 코코몽 공연이 없어 누리가 아쉬워했지만(그런게 있다, 시끄러운 코코몽 테마노래로 아이들 정신을 쏙 빼놓는) 원하는대로 다 할 수 있어 좋았다. 정신없이 흩어져 있던 장난감 자동차를 일렬로 정렬한 뒤 마음껏 레이싱을 하..

길을 떠나다. 2017.04.12

[day11] 긴 휴가의 장단점

휴가가 6주쯤 되니 특별한 일 없이 빈둥빈둥 보내는 일도 있다. 긴 휴가의 단점이기도 하고, 장점이기도 하다. 3박 4일, 5박 6일 그렇게 정해진 휴가라면 상상하지 못할 일이겠지만. 나는 병원 두 곳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누리에겐 특별한 일이 없었던 하루였다. 내가 병원 간 사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집청소도 하고, 저는 돕는다지만 도움은 그닥 되지 않는,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 할아버지의 여가생활에 참견도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여가생활, 그리고 보자기 하나 뒤집어쓰고 빨간 모자/두건/망토 아이도 되었다가 하늘을 나르는 히어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보자기가 초록색이네. + 이렇게 금쪽 같은 휴가 하루가 흘러갔다. 정말 금쪽 같이 보낸 하루.

길을 떠나다. 2017.04.11

[day05] 뽑기

런던에서 주로 장을 보는 마트에도 계산대 근처에 동전을 넣고 돌리면 장난감이 담긴 플라스틱 공이 굴러나오는 - 일명 '뽑기'가 있었다. 이 게임기(?)의 정식 명칭은 뭘까? 누리는 늘 궁금해했지만 한 번도 해주지 않았다. 언니, 오빠들이 하는 거라고 말해줬더니 누리도 언니가 되면 하겠다고 했다. 구경하는 일은 있어도 동전을 달라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에 와서 그 뽑기 기계들로만 가득 채워진 가게를 발견하고 걸어들어갔다. 누리 말고, 내 발로. 여러번 맞춰도 계속 맞지 않는 전자손목시계를 누리는 꺼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리의 애장 아이템이 됐다. 3000원 이상의 기쁨을 주었으니 그걸로 족하다. 또 하자 그러면 어쩌지? + 그리고 친구들도 만나고, 먹거리 리스트에 줄을 좍좍 긋고, (거의 매..

길을 떠나다. 2017.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