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day32] 휴가 내리막

토닥s 2017. 5. 2. 11:31
어제 지비가 런던으로 먼저 돌아갔다.  일년 중 가장 긴 휴가, 가장 비싼 휴가를 한국행에 써주신데 감사하며 2주 동안 정신없이/빡세게 다녔다.  블로그를 쓰기는 커녕 들아와볼 기력도 없었다는 진실과 변명.

김해공항에서는 입술만 씰룩거리던 누리.  차에 타서 부산시내로 향하면서 아빠가 보고 싶다고 눈물바람.  있을 때 좀 친하게 지낼 것이지.  지비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야 영상통화가 연결됐다.  그때는 또 자전거 탄다고 정신이 없던 누리.  

며칠 뒤면 본다는 내 말을 이해했나 싶었는데 잘 때 누워 또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운다.  우리도 며칠 뒤면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반복해줄 수 밖에 없었다.

6주나 됐던 휴가가 이제 1주일 정도 남아 나도 이제 짐쌀 준비를 해야한다.  어제 만난 친구가 만날 사람들 다 만났냐고.  휴가를 반복하면 할 수록 만나는 사람들의 수는 적어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는 달라진다.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어 더 고맙다.  이번에 만나지 못한 사람은 또 다음에 만나면 되니까.  그렇게 믿는다.

+

친구 둘과 친구 한 명의 조카 포함 아이들 넷을 데리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한 마디로 북새통.

회동 그릿비커피

얼마전에 한 친구와 아들을 만났을 때 누리의 그리기 세트를 부러워하던 친구 아들에게 같은 세트를 지비편에 가져오라고 해서 어제 선물했다.  까페에서 북새통이라 모든 아이들에게 풀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우리 일행을 주시하던 50~60대 여성분 3명.  아이들이 어울리지 않는 까페라 그런가 싶었는데, 한참 뒤 한 분이 말을 붙이신다.  아이들이 하고 있는 그리기 세트가 뭐냐고.  손녀 손주에게 사주고 싶으시다며.  부러우셨던 거다.

아이들은 북새통이었지만 그렇게 만나도 반가운 시간.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