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육아 17

[+3737days]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 같은 런던

지난 밤에 눈이 왔다. 눈이라고 하기엔 적은 양이지만 눈은 눈. 런던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부산 같아서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잘 없고, 그러니 눈도 질 오지 않는다. 한 2년 전 눈이 왔었나. 와도 금새 녹아버리는 것이 부산과 정말 비슷하다. 아침에 등교하던 아이가 지붕과 화단에 남은 눈을 보고 “크리스마스 카드 그림 같다”며 좋아했다. 그렇게 아이는 등교를 하고 나는 집에서 가끔 창 밖을 확인했다. ‘눈이 다 녹았나? 그늘 진 곳은 조금 남았나?’하면서. 다행히 주차장 구석에 녹지 않은 눈을 확인하고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그것(!)’을 챙겨 나갔다. 2년 전에 구입하고 써보지도 못한 ‘눈 오리 메이커’. 아이와 함께 한 15분 눈 오리를 만들다 들어왔다. 아이는 장갑이 흠뻑 젖어도 재밌다는..

[craft] crown - 크리스마스 카드를 활용한 왕관

2019년 1월 / 집 / crown 크리스마스 카드를 정삼각형으로 잘라 크기대로, 가장 큰 것을 가운데 배치해서 붙이고 누리가 붙이고 싶은 스티커, 깃털, 색종이들을 돌돌 말아 붙였다. 물론 기본 아이디어와 단단하게 붙이는 일에는 내 손이 닿았지만 누리의 취향과 작업으로 마무리했다. + 지난 가을 학기 누리는 학교에서 monarch /왕실에 대해 배웠다. 우리처럼 '태정재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그런 걸 배운 건 아니고, 영국 역사도 은근 복잡하다, 여왕의 이름 나이 가족 집 그런 걸 배웠다. 학기 중 글쓰기 숙제는 여왕이 된다면 어떤 법을 만들고 싶은가 그런 것도 있었다. 사실 법은 국회가 만들건만, 초등 1학년 수업이니 따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방학 숙제가 왕관 만들기였다. 지난 가을 학기..

[+2312days] 공연 좀 본 아이

지난 주 누리 학년이 현장학습school trip을 갔다. 런던 시내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박물관에 가서 워크샵을 했다. 도시락을 준비해 갔는데 가서보니 도시락을 먹을 공간이 없는 곳이라 도시락은 학교로 돌아가 먹기로 하고 워크샵 후 밖에서 간식만 먹었다고 한다. 학교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시간은 1시 반. 도우미로 따라나선 엄마와 누리 하교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이야길 듣고 너무 놀랐다. 마침 그날이 유난히도 추웠던 날이었다. 우선은 도시락을 먹을 곳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학교가 문제지만, 유료의 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런 시설이 미비된 박물관과 유난히도 추웠던 날인데 예외적인 관용을 베풀지 않은 박물관이 실망스러웠다. 누리는 재미있었다고 했지만 여지 없이 감기가 걸렸다. 그래서 주말과 ..

[+2300days] 작심삼일 한글배우기

지난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언니가 누리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 말 믿고 그 이전에 한글 가르치지 않았다는 구차한 변명. 막상 한국에 가니 언니는 차만 쓰라고 던져주고 서울로, 중국으로 답사를 가버렸다. 물론 그 바쁜 와중에도 언니와 해운대 물놀이를 세 번이나 가기는 했지만. 그 이외에도 동네 물놀이 공원, 경주 뽀로로 아쿠아월드 등 열심히 다녔다. 놀다보니 런던으로 돌아올 시간, 급하게 한글 완성 12주란 3권짜리 책을 사왔다. 12주 정도면 내가 할 수 있겠다며. 집에 돌아와서 첫 장 '아야아여오요우유으이' 했는데 여름방학이 끝났다. 그리고 시작된 초등학교 1학년. 은근히 숙제(영어와 수학)도 부담되고, 더불어 학교에서 내준 책 읽기와 단어 받아쓰기 준비도 부담됐다. 일주일에 하루는 발레..

[+2289days] 누리의 킴미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다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카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니 본의 아니게 이곳 크리스마스 문화에 실려가고 있다. 11월 중순이 넘어가며 시작된 각종 크리스마스 행사와 준비들로 정신 없는 한 달이었다. 덕분에 내가 보내는 카드는 후순위로 밀려 올해는 정말 늦게서야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못갔고 새해 전에라도 새해 인사로 도착하기를 희망해본다. 2주가 조금 넘는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고 있는 누리, 그런데 매일매일 일찍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는 오늘은 더 일찍 일어났다. 산타가 준비했다고 추측되는 선물들은 우리가 준비한 양말 모양 주머니에 넣어주고, 나머지 - 공식적으로 우리가 준비했거나 가족..

[drawing] 글과 그림

2018년 11월 / 집 / 갖고 싶은 것들 누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밥/빵을 먹기 전까지 TV를 본다. 그런데 지난 주 어느 날은 한참을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던 누리. 레고, 멋진 장난감(?), 화이트보드, 넘버라인(?), 슬리핑백을 가지고 싶다고. + 2018년 11월 / 집 / … 갖고 싶은 것들이라는 글이 효험이 없자 주말에 다시 쓴 글과 그림. + 학교에서 also, because 같은 접속사와 필기체를 배우는지라 그 사용에 열심히다. 글쓰기에 열심히인 누리. 지금 우리집 식탁 옆에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포스트잇에 쓰여져 계속 연재 중. 그게 이야기가 아기돼지 삼형제라는 건 누리랑 나만 아는 사실일듯. 하여간 열심히다, 그게 맞든 그렇지 않든.

[life] 좋은 생각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누리와 지비는 폴란드 주말학교로 떠났다. 한 학기에 한 번 부모가 자원봉사 하는 날이라 일찍 나섰다. 주말학교를 마치고는 스카우트에서 런던 타워 Tower of London에 왕관을 보러 가는 날이라 둘은 저녁 6시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전부터 이 생각을 하며 욕조 청소를 해서 뜨거운 물 가득 받아 놓고 목욕을 할까, 뭘 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기운이 달리는 느낌이라 둘이 보내놓고 이불 속에서 더 뒹굴기로 했다. 물론 지비에겐 이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둘이 보내놓고 아침빵 먹은 설거지를 하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침 먹으며 커피 한 잔 먹었지만, 다시 커피 한 잔 더 하자는 생각. 잠결에 과일과 도시락 싸고(그래봐야 햄과 치즈만 ..

[+1246days] 돌빵을 구웠다.

요즘 부쩍 빵 레시피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발효를 시키는 것도, 반죽을 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아 선뜻 해보지 못했다. 누리가 어린이집 중간방학(1주일)을 맞아 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기본빵처럼 보이는 우유식빵 반죽으로 작은 롤 만들기가 목표. 문제는 이스트. 일년 전에 사둔 인스턴트 이스트가 여전히 쓰임이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4개월 안에 쓰라고 되어있는데. 어렵게 반죽을 해서 발효를 시켜보니 거의 부풀지 않았다. 이로써 그 인스턴트 이스트는 쓰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옆에 지키고 않아 반죽이 부풀기를 기다렸던 누리가 안타까워서 일단 구워보기로 했다. 반죽이 잘못되어서 먹지 못한다는 걸 이야기해줘도 이해하지 못할 터. 구워 딱딱한 빵 아닌 빵을 보여주기 위해 20분 간 오븐에 구웠다. 그..

[+1231days] 첫 볼링

누리가 매일 밤 하는 놀이 중 하나인 볼링. 반 년 전에 산 장난감인데 얼마 동안 쓰고 잘 놀지 않았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밤마다 볼링 장남감을 가지고 노는 누리. 인근의 볼링장을 찾아보긴 했는데, 지비와 "그래 언제 한 번 가보자"하고 말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이 동영상을 본 Y님이 볼링장에 언제 한 번 아이들 데리고 가자고 해서 또 "그래 그래 가요 가요". 지난 토요일 약속이 취소되면서 바로 출동 출동. 전날 밤부터 커다란 볼링장에 간다고 하니 좋아하던 누리. 집을 나서기 전 폼을 잡아보고 있다. 우리는 주로 앉아서 공을 굴렸는데 누리의 폼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해 했다. 볼링장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가격도 어른 8파운드(이쪽저쪽) 어린이 5파운드(이쪽저쪽)이라 부..

[+1226days] 사진정리

어제 오늘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금쪽 같은 시간을 이용해서 사진을 정리했다. 어제는 모바일에 담겨 있는, 그래서 언제 사라질까 불안불안한 사진들을 외장하드로 옮겼다. 옮기는데만 2시간 반이 걸렸다. 그리고 오늘은 그 중에서 시아버지에게 보내드릴 누리 사진을 골랐다. 내게도 '시월드'가 있긴하다, 일년에 며칠만 떠올리긴 하지만. 지비가 전화를 하면 늘 누리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시는데, 지비가 파일로 보낸다고 하는 걸 내가 늘 인화해서 보내드린다. 작년 가을 우리가 한국 가 있을 때 지비가 혼자 폴란드 다녀오면서 그 근처까지 찍은 사진들은 보내드렸다. 그래서 그 이후 사진들, 주로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기 위해 추렸다. 한 80장. 2장씩 인화해서 한국 집에도 보내드려야겠다. 한국엔 한국 사이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