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2016년 한국 7

[day12] 알쏭달쏭 의료보험

우리가 한국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누리 이름 앞으로 의료보험 청구서가 날아왔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의료보험 공단에 전화를 해봤다. 출입국 기록이 의료보험공단에 자동으로 공지되어 우리가 한국에 체류하면 자동으로 의료보험이 청구되는 것인데, 이번에 청구된 것은 지난해 가을에 입국했을 때 의료보험료였다. 우리는 의료보험이 일시정지된 상태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일시정지를 해지하고 의료보험료를 내야한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출입국 기록이 의료보험공단과 공유되어 우리가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은 의료보험료가 청구된다고 한다. 의료보험이 일시정지 상태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도 한국에 있는 기간만큼 무조건 의료보험료가 청구된다고 한다. 의료혜택을 받으나 마나 의료..

[day24] day after day

한국행은 day23에서 끝났지만 딱히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할지 떠오르지 않아 day24. 어제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하는 누리를 데리고 대략 11시간 비행기(인천-런던 구간만)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비행기가 40여 분 연착했으니 거의 12시간. 설사하는 누리가 걱정스러워 상하 여벌 옷 3벌에 바지만 3개 더 추가하여 기내에 들고갈 짐을 쌌다. 가방은 무거웠지만 걱정하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차적응 때문에 새벽 3시에 일어난 누리와 함께 간식도 먹고 , 한국에서처럼 EBS U채널도 보면서 틈틈히 검색을 해본 결과 누리의 설사는 감기/중이염으로 처방받은 항생제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병을 나으려고 먹는 약으로 또 다른 병을 얻다니. 항생제 때문에 얻은 설사지만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유산균 ..

[day20] 한국병원방문기

화요일 저녁 잠시 외출하면서 누리를 부모님께 맡겨두고 나갔다. 집을 나선지 3시간만에 누리가 좋아하는 로보콩을 안고 귀가하였다. 두 시간은 잘 놀다가 한 시간은 발코니에서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는 누리. 누리가 그날 밤새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일어나서 한참을 울기도 했다. 그러다 이른 아침인 6시쯤 일어나 구토하고 만 누리. 특별히 열은 없어보여 물을 많이 주고 밥도 조금씩 주었다. 오후에 낮짐으로 빠져든 누리 - 아프다는 증거. 그때부터 몸에 열이 있는듯해서 영국에서 가져온 해열제/진통제를 먹이고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병원에 가보란 부모님의 의견에 한 걸음도 걷기 싫어하는 누리를 안고 나섰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났다. 목 안이 많이 붓고 귀 안에도 염증이 조금 있어 항생..

[day19] 흥 칫 뿡!

예전에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버스운전사였다 글을 쓰시는 분을 모신적이 있다. 그 분 책과 글을 읽으면서 짐작만했던 고단한 버스운전사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빠듯한 쉬는 시간이 교통정체로 기점으로 늦게 들어오면 잘려나가는 식이었다(요즘은 그렇지 않겠지). 들을 땐 재미있지만 다시 한 번 새겨보면 슬픈 일화 중 그런 내용이 있었다. 한국의 버스운전사들은 운전도 잘하고, 시간도 잘 지키고, 밥도 빨리 먹고, 화장실도 잘 참을 수 있어야하는데 눈도 좋아야 한다는. 버스 정류장에 선 승객이 자신이 운전할 버스를 탈 것인지 말 것인지 멀리서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버스가 다가올 때 미동도 없던 승객이 버스가 지나가면 불만신고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초능력/ 예지력 /독심술로 승객의..

[day6] 일타쌍피의 날

외숙모님이 비슷한 때 미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사촌동생네와 우리에게 밥을 해주고 싶으시다고 점심 초대를 하셨다. 사정상 사촌동생이 머물고 있는 이모네로 집결. 외국생활하고 있는 사촌과 나를 위해 닭볶음탕(닭도리탕), 아이들을 위해 햄버거 패티를 준비해주셨다. 고기를 먹지 않는 누리는 준비해간 토마토, 오이 그리고 김과 밥을 먹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사촌동생의 아이들은 나이가 많아 놀라웠지만 누리를 잘 데리고 놀았고, 영어 한 마디 하지 않는 누리는 언니 오빠들을 쫓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지인을 만나 커피까지 마셨으니 일타쌍피. +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리는 피곤을 주체하지 못해 코알라처럼 내게 매달려 왔지만 또 하나의 반가운 만남이었다. 누리에게도 나에게도. 사촌동생..

[day5] 고사리미더덕찜

10여 개월의 영국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후배가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김밥과 떡볶이라니 "소박한 양반"이라며 바로 학교 앞 분식집으로 호출해주었다. 멋진 사진들이 가득한 블로그들을 보며 군침을 삼키지만, 막상 먹고 싶은 건 평범한 것들이다. 매번 먹을 거리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떠나오는데 바빠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사실 누리가 생기고선 음식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배는 고파도 먹고 싶은 것들이 없는 생활들. 오랜만에 들깨 가득 들어간 고사리미더덕찜을 먹었다. 미더덕을 먹어본 게 얼마만인지. 바다향 가득 참 맛있었다. 들깨, 고사리 이런 맛보단 미더덕이 더 비중있게 다가오는 걸 보면 나도 참 유치한 입맛. 밥 반공기에 찜만 두 공기를 먹었다. 내일 아침에도 먹어야지!

[day3] 디어 마이 프렌즈

한국에 도착하고서 벌써 시간이 휘릭. 고교 동창 둘과 친구들의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바닷가에 갔다. 장소을 정할 때부터 아이들의 엔터테인먼트가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바닷가 까페에 자리잡고 친구들의 남편들이 아이들을 양떼처럼 몰아 바닷가에 가고 우리는 시원한 까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나는 울면서 걸어들어올 누리를 예상하며 친구들과 바닷가의 아이들을 번갈아봤는데, 웬걸. 밥 먹으러 가자고 할 때까지 바닷물에 흠뻑 젖어 즐겁게 놀았다. 거기까지 아이들의 몫이 끝나고 뒷일을 해결하는 건 고등학생에서 부모(아이구 어색해라)가 된 우리 몫. 바닷가 근처 낡은 민박집에서 아이당 2천원씩 주고 물로 씻겨 유명하다는 가자미미역국을 먹으러 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멀리서 온 친구 가족과 헤어지기 좋은 고속도로 입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