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48 [life] 어느날 불쑥 직전까지 정신없이 보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음날 한 선배의 부고를 접했다. 20대의 일부분을 함께 한 사람이다. 갑작스럽고 허망한 선배의 부고에 같이 한 시간들을 떠올려봤다. 유난히 시니컬하고, 유난히 재미있었던 사람이었다. 선배가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으로 가족차를 몰고 나온 날, 그 차에 나와 다른 한 선배가 동승했다. 다른 누군가도 있었던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함께 동승했던 다른 선배가 면허를 따고 처음 운전을 하게 됐을 때 다시 "나만 위험에 빠질 순 없잖아"라며 함께 차를 몰고 나타나 웃겼던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선 거의 가장 먼저 운전을 시작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우리를 여러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20대의 일부분을 함께 한 사람이지만 그 선배와 나 사이에 많은 공.. 2021. 12. 28. [life] 코비드 자가진단과 백신 부스터(feat. 길 위의 마스크들) 영국에서는 코비드 자가진단 키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박스 안에 7개의 자가진단 테스터가 들어있는데 집으로 우편 주문할 수 있고,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 지정된 약국, 팝업 검사장(임시 검사장)에서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영국(잉글랜드)은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주 2회 자가진단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주1회 가족1인(부모) 자가진단 검사를 권장했다. 직업에 따라서는 매일 자가진단을 해야하는 곳도 있고(요양시설), 정부가 정한바는 없지만 일터별로 자가진단을 권장하고 있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것처럼 이곳에서는 자가진단이 일상이 됐다. 크리스마스 가족모임을 앞두고 참가자 전원에게 자가진단을 의무화했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서 들었다. 우리도 이번 연휴 중 실내에.. 2021. 12. 18. [keyword] Dignity -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 아이 학교에서 여름축제나 크리스마스축제가 있을 때면 헌옷/헌교복을 판매한다. 헌교복 판매행사만 따로 할 때도 있다. 물론 이런 판매행사들도 코비드로 한 동안 없었다가 올 가을에 들어서야 다시 재개됐다. 학부모들에게 기증받고, 수익금은 학부모회를 통해서 학교에 기부된다. 헌옷/헌교복이라고 해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만 사입는 것은 아니다. 나도 한철용인 아이 여름샌들이나 원피스(드레스)를 2~3파운드주고 사입히기도 했고, 아이에게 작아진 옷을 기부하기도 했다. 영국사람들은 헌옷/헌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의외로 검소한 편. 재활용품을 팔아 수익금을 남기는 옥스팜Oxfam 같은 자선단체가 왜 영국에서 나왔는지, 영국엔 이런 자선단체가 많다, 짐작되는 부분이다. 뜻하지 않게 내가 기부한 .. 2021. 12. 7. [life] 리필용 샴푸 (블로그를 오랫동안 본 사람을 알 수도 있지만) 얼굴 피부에 탈이 나서 몇 년째 고생중이다. 청소년기에 여드름도 없었고,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마트용 화장품만 써도 크게 흠이 될 피부는 아니었는데. 한국에서 피부과에 가보기도 했고, 역시 한국에서 친구의 권유로 한의원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다. 올 여름 (병원에 좀 가라는)언니의 권유로 간 피부과에서 화장을 많이 한 화장독이라고 풀이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엉터리 피부과라고 할테다. 물론 여기 보건소 격인 GP에서 바르는 항생제를 처방받아 써보기도 했는데, 계절과 몸 상태에 따라 덜하고 더하고를 반복할 뿐 별로 나아진게 없다.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친구가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 친구 말이 "우리가 나.. 2021. 12. 1. [life] 함께 배운다. 아이 학교에서 자선단체 돕기 케이크 판매를 해서 오랜만에 돌려본 공장(?). 주로 부모들에게 팔 간식을 기부 받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전달한다. 진저쿠키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구웠다. 플라스틱 봉투로 개별포장을 하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때가 때인지라-. 행사 때문에 학교에 보내는 음식은 늘 그 내용물을 써야한다. 기본적으로 견과류가 들어가는 음식은 받지도 않는다. 알레르기 때문이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간식에도 견과류는 가져갈 수 없다. 아이 학교는 Nut free school을 표방하고 있는데 영국의 많은 학교가 그렇다. 견과류 외에도 우유, 밀에도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세하게 쓰는 게 좋다. 오늘 아이 학교가 돕는 자선단체는 West London Welcome Charity다.. 2021. 12. 1. [life] 가슴 뛸때(feat.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전태일의 누이들) 지난 목요일 런던 한국 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 전태일의 누이들을 봤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한국영화는 영국의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들이 가끔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광고를 보는 순간 냉큼 예약했다. 해떨어지면 에너지도 같이 방전되는 사람이라 저녁 시간 상영이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마침내 영화를 보러 가는 날, 6시 20분 상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이가 하교하자 말자 씻기고 저녁 준비해주고 5시 20분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 오른 순간 벌써 지쳐버렸다. 솔직히 이제는 웬만한 책을 봐도, 강연을 봐도 그게 자극이 되지 않는다. 제자리 걸음인 경우도 많아서 새로운 정보로 남는 경우도 적다. 문득 돌아보니 그건 책이나 강연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였다. 가슴이.. 2021. 11. 16. 이전 1 2 3 4 ··· 8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