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코비드 자가진단과 백신 부스터(feat. 길 위의 마스크들)

토닥s 2021. 12. 18. 07:35

영국에서는 코비드 자가진단 키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박스 안에 7개의 자가진단 테스터가 들어있는데 집으로 우편 주문할 수 있고,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 지정된 약국, 팝업 검사장(임시 검사장)에서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영국(잉글랜드)은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주 2회 자가진단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주1회 가족1인(부모) 자가진단 검사를 권장했다. 직업에 따라서는 매일 자가진단을 해야하는 곳도 있고(요양시설), 정부가 정한바는 없지만 일터별로 자가진단을 권장하고 있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것처럼 이곳에서는 자가진단이 일상이 됐다.  크리스마스 가족모임을 앞두고 참가자 전원에게 자가진단을 의무화했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서 들었다.  우리도 이번 연휴 중 실내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렇게 해볼 생각이다.  가족 중 1인이 대표로 자가진단하는 것으로.

처음 코비드 자가진단 키트를 사용할 땐 긴장했다. 지난 봄, 아이가 계절성 꽃가루 알레르기(hay fever)로 집에 돌려보내지고 나서 자가진단 키트를 배포처인 동네약국에 가서 받아왔다.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설명서가 시키는대로 테이블을 알콜티슈로 꼼꼼하게 닦고, 손도 닦고, 아이를 달래가며 했다. 그래도 아이는 눈물 콧물 범벅. 서로가 긴장해서 더 그랬다.

지금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영국은 코비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어제는 하루 확진자 8만명이 넘었다(이 글을 쓰는 동안 오늘 확진자가 9만명이 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영국정부는 그동안 확진자가 증가해도 백신 효과로 중증발전률이 낮다고 뒷짐지고 있다가, 확진자가 이렇게 늘어나니 아무리 중증발전률이 낮아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부스터샷 접종에 전력질주하겠다고 밝혔고, 사람들도 코비드 확진자 증가세를 실감하고 부스터샷을 맞겠다고 예약이 필요하지 않은 접종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듣자하니 몇 시간씩 줄을 서야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오미크론이 화자되기 직전에 부스터샷이 가능한 연령이 되어 예약을 했다. 2차 접종 후 딱 5개월이 되는 시점에 한 달 뒤 접종을 예약할 수 있었는데,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부스터샷 접종이 5개월로 단축되면서 예약을 변경해 지난주에 부스터샷을 맞았다. 예약할 때 온라인 예약 대기를 1-2분쯤 하기는 했어도 어렵지는 않았는데 이번주부터는 달라진 분위기다.

한국에서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 북새통을 치르고 코비드 백신 1/2차를 접종했는데, 3-5개월안에 다시 부스터를 맞아야 한다면 백신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고.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감백신은 매년 그해 유행할 독감종류를 예측해 대응하도록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그 해 예측이 틀렸네, 그래서 독감환자가 많네 그런 뉴스들이 나온다. 그대체로 방어율이 50%가 된다고 들은 것 같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Pfizer가 75%, 아스트라제네카가 60%였다가 몇 개월안에 떨어진다고 불평하지만 우리가 믿고 맞는(?) 독감백신에 비하면 코비드백신은 효과가 높은 셈이다.

게다가 여기서는 독감백신을 권장하는 시기가 보통 11-12월이다. 보통 독감백신이 4개월 정도 커버(?)하기 때문에 그때 맞아야 독감이 많이 유행하는 12-3월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독감백신을 맞아보지 않는 나는 여기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부터 독감백신을 2년마다 한 번씩 맞았다. 아이가 독감백신(아이들은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형)을 맞게되면서 나도 맞아볼까 생각을 하게 됐는데, 독감백신을 맞아도 꼭 한 번은 심한 독감/감기에 걸려 고생을 했다. 그래서 독감백신이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음해는 건너뛰었다. 그러다 그 전보다 더 심한 독감/감기에 걸려 더 고생을 하면 다음해는 맞게 되는 식. 그래서 독감백신을 2년마다 한번씩 맞았다.

사람들이 코비드백신 부작용을 많이 이야기한다. 다시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그것이 1차든, 2차든 또는 부스터든. 영국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만큼 뉴스와 글들을 많이 읽었다. 혈전, 두통 등 백신의 부작용이라고 언급되는 많은 질환들을 코비드를 심각하게 앓는 환자들이 경험한다. 바이러스의 일부분으로 우리몸을 교육하는 것이 백신의 원리니, 백신을 맞고 그와 같은 증상(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코비드가 걸렸을 때 그런 증상을 앓게 될 확률이 높다. 백신을 맞고 아프다는 사람에게 내가 하는 위로는 “코비드에 걸리면 그거보다 더 아프대요”다. 물론 코비드백신을 맞고 안아픈 사람들이 있듯, 코비드에 걸려도 안아픈 사람들이 있다. 불확실한 이 시대만큼이나 우리가 어떤 그룹에 들어갈지는 걸리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러니 마스크 단단히 쓰고 백신을 맞으며 일상을 묵묵히 살 수 밖에 없다. 그게 나와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함께 위하는 방법이다.

대책없이 보이는 영국이지만 어제 영국에서는 위중증 확진자를 대상으로 재택 치료제 임상이 시작됐다. 정치가 원망스러워도 과학이 이렇게 고마운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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