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14

[life] 영국의 시간

한국에서 늦으면 '코리안 타임'이라며 한국은 늘 그렇다는 식의 표현이 있다. 영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약속에 5분 10분 늦는 건 아주 양호한 편.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샴푸와 주방 세제를 샀다. 혹시 2년 전 글을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때 50% 할인이라 샴푸 10리터를 샀다. 그때 구입한 샴푸를 곧 다 쓸 것 같아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기다렸다. 30% 할인을 이용해 이번엔 샴푸 5리터, 주방세제 5리터를 구입했다. 주문한지 한달인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며칠 뒤면 영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에 버금가는 박싱데이 세일을 할텐데 말이다. 한달 동안 배송이 늦어진다며 미안하다는 이메일 한번 온게 전부. 샴푸, 주방세제와 함께 산 리필 용기만 먼저 보냈다는 이메일이 왔다. 일주일에..

[life] 휴대전화 사태

앞서 올린 글은 '크리스마스 카드 사태', 지금 글은 '휴대전화 사태'라고 쓰려다 '무슨 사태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그런데 그건 내 입장이고, 아이에겐 '사태'고 '재난'이었을테다. 영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있다고 한들 부모가 쓰던 휴대전화를 물려받아 집에서, wifi가 있는 곳에서 쓰는 정도지 심카드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잘 없다. 아이들이 혼자서 등교가 가능해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일터로 돌아가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그 즈음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각자의 가정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없다. 그런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되는 때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서다. 중등학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초등학교보다는 먼 거리로 통학을..

[life]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없다.

아이가 스티커라도 붙일 수 있던 3살쯤인가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왔다. 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모티브로 대량 제작하는 방식. 그렇게 하지도 못한 해는 레코로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간단 제작하기도 했다. 작년엔 아이학교에서 그린 그림으로 카드를 만들어 우리가 주문하면 학교에 일정정도 기부되는 방식이 생겨 그렇게 만들었고, 올해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드 가격은 비싸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 받는 사람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일정 수익이 학교로 돌아가니 그것도 의미가 있어서. 그래서 아이는 벌써 10월의 어느날 토요일, 일요일 꼬박 공들여 그림을 그려서 선생님에 제출했다. 무려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캐릭터들을 총출동시킨 그림이었다. 11월의 어느날 아이..

[life] 아이와 집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밖에서 일을 보는 날이 주로 수요일이다. 지비가 회사에 갈 가능성이 높은 날은 목요일이고, 지난해 아이의 댄스 수업이 목요일이라 그렇게 정해졌다. 지난 수요일을 앞두고 지비가 회사에 가야할 일이 생겼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입찰(?)하는 업체가 사무실로 와 대면 프리젠테이션을 하겠다고 한 모양. 매니저가 자신은 일이 있어 못가니(?) 나머지 팀원들이 업체의 대면 프리젠테이션에 가라고. 나도 밖에서 일을 보는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지비가 출근해서 오전에 대면 프리젠테이션만 듣고 아이의 하교시간이 맞추어 이른 퇴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즈음 아이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아프니 와서 데려가라고. 아이가 아픈 것도 문제고, 수요일 오후에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데리려 가려니 순식간에 머..

[life] 버스타고 동네 한 바퀴

아이는 가을 중간 방학을 맞아 지비와 함께 폴란드에 다녀왔다. 아이와 지비가 없는 5박 6일 동안 집콕하며 뒹굴할꺼란 결심과 달리 아이와 지비가 떠난 날부터 시내로 나가 사람도 만나고, 다음날도 시내로 나가 모임에도 참석하고, 그리고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저녁 6-7시) 지인과 밀린 이야기도 나누었다.아이와 지비는 첫날 폴란드에서 환승 비행기를 놓쳐 바르샤바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던 것을 빼고는 잘 도착해서 가족들도 만나고, 새로 생긴 볼거리들을 찾아다니며 잘 보냈다. 그런데 나는 감기인지 독감인지에 걸려 일주일 내내 고생했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비드 검사까지 해봤다. 다행히 코비드는 아니었다(고 믿는다).원래도 집콕할 생각이었지만, 주말에 외출했던 것을 제외하곤 마트에 우유 한 번..

[life] 휘게 Hygge

덴마크, 정확하게는 레고랜드와 코펜하겐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 휴가라고 쓰고보니 거창한데 아이맞춤형 도시여행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한국에서도 유행한듯한 휘게 책을 지비에게 사줬다. 여행 떠나기 며칠 전에야 다 읽고 나에게 넘긴터라 나는 읽기를 포기. 한글 같으면 반나절 감인데. 휘게는 내가 이해한 바로는 덴마크인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 방식 정도.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주어진 것을 가꾸고 만족한다고 이해했다. 그래서 때로는 간소함으로, 소박함으로, 포근함으로 이해된다. 나에게는. 여행가서 우리는 영국만큼, 영국보다 더 척박한 덴마크는 왜 오늘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럽에서도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나 -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했다. 여행기간 동안 세 곳의 호텔에서 2-3일씩 묵었다. 세..

[life] 열한살

아이가 열한살이 되었다. 하.. 한 동안 나를 부담+걱정스럽게 만들었던 아이의 생일과 생일 파티. 잘 보냈다. 이 일도 일주일 전이지만 지금에야 기록삼아 올려둔다. 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생일이라 앞으론 아이답게 즐길 생일 파티는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세션+생일파티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지비는 집 좁다고 질색 했다. 나 역시 돈은 들지만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게 낫다고(편하다고) 생각해서 스포츠센터쪽으로 아이를 설득중이었다. 그러다 예약할 시기 다 놓쳐버리고, 별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아이가 원하는대로 집에 친한 친구들 셋을 불러 생일 파티를 겸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아..

[life] 단발

지난 봄 한국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아이는 이렇게 ‘머리를 자른다’고 표현하면 깜짝 놀란다. 그때 미용실에 들고간 사진. 미용사분이 웃으실 줄 알았다.“똑같이 안된다는 거 압니다. 이런 길이로, 느낌으 자르면 좋겠다는 희망입니다”. 작년에도 갔던 언니네 동네에 있는 미용실. 미용사분이 조용히 혼자 운영하시는 곳인데 ‘미용실용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고 작년 머리 스타일도 마음에 들어 다시 찾았다. 안봐도 드라마 - 아이는 내 머리를 보고 저도 하고 싶다할 게 뻔해 내가 먼저하겠다고 했는데, 미용실에 들어가 신이난 아이는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떼를 썼다. 아이가 자르고, 내가 자르고 나니 자기도 나처럼 짧게 자르겠다고 울어서 미용사분이 다시 잘라주셨다. 머리카락이 가벼워서 짧은 머리는..

[life] 어린이와 어른이

또 아무도 안궁금한 근황. 4월에 한국에 다녀온 뒤로 빡센 두 달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바쁘고 나는 받고 있는 교육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때라(또 교육😢) 바빴다. 지난 월요일에야 모든 과제를 제출하고 다음주와 그로부터 2주 뒤 두 번의 시험과 발표만 남겨둔 상태. 지난 주말 일년이 넘는 교육과정 기간 동안 과제에 매달리지 않고 보낸 토요일을 거의 처음으로 맞이했다. 이제 시험과 발표한 남겨둔 상태라 공부'만'하면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고 그렇다. 게다가 아이는 여름학기라 엄청나게 바쁘고, 피곤해서 아프고 그런 상태. 그래도 아이는 집에서 쉬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린이 지난 토요일 아이는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네 놀러갔다. 아이와 지비가 친..

[life] 뮤지컬 Mamma Mia

5월 초 영국에 두 번의 연휴가 있었다. 첫번째는 Early May bank holiday를 낀 연휴였고, 두번째는 찰스3세 왕 대관식Coronation을 낀 연휴였다. 대관식 당일은 토요일이어서 오전엔 집청소하며 대관식을 봤고, 오후엔 아이 친구 가족과 동네에서 차를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엔 시내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 작년 이맘 땐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한 연휴에 뮤지컬 매리포핀스를 봤었는데. 우리가 예약한 뮤지컬은 맘마 미아 Mamma Mia! 아이와 보고 싶었던 공연은 '스쿨 오브 락'이었는데 현재 투어 중이라 런던엔 공연이 없고, 또 보고 싶었던 공연 '빌리 엘리엇'은 더 이상 공연이 없는 것 같았다. '맘마 미아'가 10살 아이와 볼만한 공연인가 고민이 좀 되기는 했지만, 아이가 보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