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life]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없다.

토닥s 2023. 12. 5. 06:45

아이가 스티커라도 붙일 수 있던 3살쯤인가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왔다.  주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모티브로 대량 제작하는 방식.  그렇게 하지도 못한 해는 레코로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간단 제작하기도 했다.  작년엔 아이학교에서 그린 그림으로 카드를 만들어 우리가 주문하면 학교에 일정정도 기부되는 방식이 생겨 그렇게 만들었고, 올해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드 가격은 비싸지만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 받는 사람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일정 수익이 학교로 돌아가니 그것도 의미가 있어서.  그래서 아이는 벌써 10월의 어느날 토요일, 일요일 꼬박 공들여 그림을 그려서 선생님에 제출했다.  무려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캐릭터들을 총출동시킨 그림이었다.

11월의 어느날 아이들 그림이 들어간 크리스마스 굿즈를 주문하란 메일을 받고, 업체 사이트에 들어가 아이 그림을 찾아봤다.  그런데 아이 그림이 없다.

이 일을 주관한 학부모회 엄마에게 연락하니 이 일을 진행하는 업체에 연락을 해보라고.  업체에 연락하니 자신들은 받은 그림이 없다고.  아쉬운 마음에 아이가 그림을 전달한 교사, 그리고 학교 리더쉽 교사 Assistant head teacher 연락해 찾아봐도 그림을 찾지 못했다.  

6학년 중에서 그림을 제출한 사람은 아이 단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아이보다 내가 더 속상했다.   이렇게 카드를 아이 그림으로 만드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중학교가면 이런 거 시킨다고 할까.

여기저기 메일 보내고, 기다리고 하는 사이 12월이 되었고 공들여 그린 그림이 없어진 아이에게 다시 뭔가를 그려보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해서 - 올해는 그냥 크리스마스 카드는 없는 것으로.  꼭 보내야할 사람들에겐 사서 보내기는 하겠지만 참으로 씁쓸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으로 꼭 사야겠다.  그럼 아이폰인데?

11월의 마지막 주말 크리스마스 트리 등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