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104

[Korea2024] 생각하지 못했던 여름휴가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다음날 언니와 동사무소에 가서 사망신고를 했다.  내가 있는 동안 서류처리를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서둘렀다.  그런데 사망신고라는 게 알고보니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신고를 한 뒤 일주일 정도 지나야 가족관계서류에 사망 사실이 올라가 다음 서류절차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가량 생각지도 못했던 여름휴가를 보내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어디 여행다니고 그럴처지는 아니고 가족들과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거나 그런 정도.  계획에 없던 한국행이다보니 미리 예약해둔 것도 없고, 계획해둔 일도 없어 그날그날 검색해서 나가서 밖에 나가 시간을 보내다 오곤했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그것도 엄마에겐 좋을 것 같았다.  엄마와 언니가 각자 볼일이 있는..

[Korea2024] 모든 것들의 최선

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수요일 새벽이었다. 그 주 월요일엔 언니가 중국에 답사/연수를 갈 계획이었다. 끝까지 갈까 말까를 망설이던 언니는 함께 준비한 사람의 '함께 갔으면'하는 바램을 듣고 가기로 방향을 정했다. 월요일 출발을 위해 일요일 언니네로 돌아갔다. 월요일 오전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갔더니 아버지가 의식이 없는채로 끙끙 앓고 계셨다. 간호사분이 조심스레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말씀을 듣는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됐다. 집으로 돌아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공항으로 나서려고 준비를 하고 있던 언니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언니가 일행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중국에 가지 않겠다는 언니의 연락을 받았다.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언니가 중국에 갔으..

[Korea2024] 그래도 일상은 계속 된다.

(쓰다만 글 한 달에 뒤에 이어쓰기) 한국행을 결정하고 정신 없는 가운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뵐 수 있는 면회시간은 하루에 한 번 정해져 있는데, 그 이외 시간엔 뭘 하지?  여름에 가는 한국인데 아이가 물놀이는 해도 될까?  아버지가 누워 계신데 어디 시원한 곳에 앉아 맛있는 건 먹어도 되나?  웃어도 되나.. 그런 생각들.  그래서 언니에게 물었다. "수영복 챙겨 가도 될까?  아버지가 병원에 계신데 어디 다녀도 되나?"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실 수도 있지만, 이대로 몇 달을 계실 수도 있어.  사람들도 부모님 요양병원에 모시고 일상을 살아." 그래서 수영복을 챙겨서 한국을 갔다.  오전엔 요양병원에 들러 아버지를 뵙고, 나머지 시간은 나가서 밥을 ..

[Korea2024] 다시 한국

지난 봄 한국여행기를 마무리 하지도 못했는데, 다시 한국에 왔다. 아빠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의 초등학교 마무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뵈야 한다는 생각이 매일매일 줄타기 하던 일주일을 보내고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영화 Perfect days를 봤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나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더 깊은 생각을 하기엔 몸과 마음이 너무나 피곤했다. 고작 몇 개월만에 병원에서 마주한 아빠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늦지 않게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이 무겁고 어려운 분위기에서 돌봐야하는 아이(와..

[Korea2024] 오사카3일 - 츠텐카쿠

글리코 네온사인과 더불어 오사카의 상징물인 츠텐카구. 에펠타워를 따라 만든 타워라고 한다. 중간에 한 번 화재로 소실되어 더 높이 만든 타워. 오사카는 이번을 포함해 네번째 방문했는데 갈때마다 시간에 쫓기고 동선에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던 곳이다. 호텔에서 쉬면서 검색해보니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면 가길래 고고. 판데믹 중에 오픈한 슬라이더가 인기인데, 아이만 태울 수도 없고 나는 무서워서 탈 수가 없고 그래서 전망대만 올라갔다. 티켓팅 직전에 아이에게 물었더니 안탄다고 해놓고 슬라이더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더니 타고 싶다고.ㅠㅠ 생각보다 티켓팅까지 오래 줄을 서서 다시 줄설 용기가 없어서 우는 아이를 데리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오래된(?) 관광지라 인기 없을 꺼라고, 티켓팅 어렵지 않을꺼라고 생각했..

[Korea2024] 오사카3일 - 포켓몬센터

아이에게 우리가 오사카에 간 목적은 닌텐도 월드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무계획..이라고 말해두었지만 나름대로 계획한 게 있었는데 바로 포케몬까페. 작년에 오사카에 가기 전에 언젠가 이웃블로거님 글에서 본 포켓몬까페를 찾아보니, 내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미리 공부하고, 손가락 운동하고, 며칠 전부터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그렇게 준비했는데 - 예약 실패.  일본 현지 시간으로 30일 전 저녁 6시 예약이 열린다고 해서 그 시간에 맞춰 미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곳 시간으로 아침 9시, 새로고침 하면서 8시 58분, 59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9시 정각 홈페이지가 느려지면서 '리로딩reloading' 한 번 시키더니 깜쪽같이 모든 시간이 예약된 것.  허망해서 웃었다. ..

[Korea2024] 오사카2일 - 유니버셜 스튜디오 닌텐도 월드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드디어 닌텐도 월드 입장. 저 굴뚝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한참 줄을 서야 해서 우리는 굴뚝을 배경으로만 찍고 닌텐도 월드 안으로 고고. 나는 게임을 알지도 못하고, 하지도 않는 사람이라 아이가 사진찍을 때 하는 이 포즈를 닌텐도 월드에 들어가서야 알게 됐다. 왜 저러는지. 마리오가 깡충 뛰는 포즈. 그러면서 하는 말이 'here we go'라는 것도 닌텐도 월드에 들어가서야 알게 됐다. 직원들이 게임을 시작할 때 모두 here we go 그런다.😅 닌텐도 월드에 들어서면 있는 공간은 피치의 성. 아무리 몰라도 피치 정도는 안다. 마리오 그리고 요시가 끝이지만.🥲 마침 피치가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피치가 있는 정자(?)에 올라서거나 ..

[Korea2024] 오사카2일 - 유니버셜 스튜디오 해리포터 구역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티켓, 예매와 관련해서 정말 알찬 정보를 담은 블로그, 동영상들이 많다. 나도 그 도움을 받았지만, 실제로 내가 사려고보니 조금씩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일본어 홈페이지가 아닌 영어 홈페이지를 이용하다보니 자세한 정보가 그만큼 없었던 점도 있었고, 그때 그때 인기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확실한 건 돈이다. 입장권 외에 놀이기구들을 탈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티켓이 있다. 돈이 들기는 하지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놀이공원 패스트트랙과는 좀 다른 시스템. 이름이 뭐였는지 모르지만, 그걸 사면 되는데 내가 입장권을 알아볼 시점에는 이미 그 티켓들이 다 나간 뒤였다. 그 다음 사람들이 추천한 것은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장 뒤 닌텐..

[Korea2024] 오사카1일 - 유니버셜 스튜디오0.5일

여행 중에 오사카에 3박 4일 다녀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  짧게 만들자면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가서 다음날 늦은 비행기를 타고 오는 식으로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이제 그렇게 여행하면 아이는 둘째치고 내가 너무 힘들어서 할 수가 없다.   작년 우리만 오사카-교토를 다녀와서 지비님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지비님의 실직으로 우리만 또 다녀왔다. 작년에 오사카-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언니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관해 잠시 이야기 했었다.  비싼 건 둘째치고 줄서고 그런게 싫어서 NO.  언니가 검색해보더니 닌텐도 월드가 있다고.  아이에게 말하지 않고, 가지 않는 것으로 둘이서만 합의 봤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오사카에서 돌아오는 날 공항의 거의 모든 아이들이..

[Korea2024] F1963과 운죽정 - 대숲3 & 4

가만히 부모님 집에 있다가 얼마 전 이사한 작은 언니네를 큰 언니가 안가봤다고 해서 후다닥 짐을 싸서 작은 언니네로 공간 이동. 가만히 작은 언니네 있다가 간단하게(?) 점심 국수로 먹자고 후다닥 금정산성 위 북문국수로 공간 이동. 서문국수와 북문국수가 쌍벽을 이룬다고 하는데, 우리는 북문국수로. 자리에 앉자 말자 주문하고, 주문하자 말자 국수 받고, 국수 받자 말자 폭풍같이 먹고 일어났다. 먹는데 진심인 자매들. 언니들과 헤어저 지인들을 만나러 간 곳은 F1963. 옛 철강회사 공장터를 문화공간으로 바꾼 곳이다. 몇 번을 가본 곳인데 너무나 넓은 곳에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딱히 정이 가는 곳은 아닌데, 공간이 넓은 만큼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들이 지겹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어 지인이 고른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