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91

[Korea2020] 일상 - 클라임파크

E선배를 만난 날 "누리라면 좋아할듯"하다며 아이들과 갈만한 몇 곳을 소개해 주셨다. 수영장에 다녀온 누리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기분 전환을 위해 데려갔다. 수영만으로도 기진맥진 할만한데 역시나 E선배의 생각대로 누리가 너무 좋아했던 클라임파크. (누리는 그 날 개인강습에서 그룹강습으로 바꾼 첫 날이었다.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누리는 4명의 남자 아이들과 함께 강습을 듣게 됐는데, 그나마도 레벨이 다르니 각자 흩어져 강습을 받았다. 누리는 개인강습 때처럼 혼자서 수영을 배우게 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클라임파크가 공장들이 들어선 곳에 있어서 네비게이션을 보고 가면서도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런 곳에 이런 시설이 있나 싶었지만,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곳이니 저렴..

[Korea2020] 다시 런던

지난 금요일 꽉찬 7주 간의 한국여행/휴가/가족방문을 마무리하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2020년 여름 사진을 보면 마스크를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어색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있는 동안은 Covid-19이 비교적 잘 관리/통제되고 있는 시점이라, 특히 부산/경남은, 마스크를 하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다니고, 바닷가에도 갔다. 우리가 떠나올 즈음 상황이 악화되어 걱정이다. 물론 가족들은 우리가 더 걱정이겠지만. 그런 믿음 또는 희망이 있다. 어렵지만 한국은 또 다시 잘 이겨내리라는. 이 같은 복병이 계속 생겨나겠지만, 그때마다 경험을 더하며 더 잘 이겨내기를 희망한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할머니도 있고, 이모들도 있고, 이모부도 있어 순위가 한참 밀려났던 지비. 부산을 떠남과 동시에 다시 급-..

[Korea2020] 일상 - 화명수목원

런던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쉽게도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연락이라도 하고 가야할 것 같아서 문자로 안부 인사를 전하면 모두들 Covid-19 때문에 어디 다니지도 못했겠다며 위로한다. 그런데 짧지 않았던 이번 한국행을 돌아보면 예전 같이 여행을 다니지는 못했어도 생각보다 많은 곳을 다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Covid-19과 아이 딸린 상황을 고려해서 장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몰랐던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곳들을 알게 됐다. 누리와 지비는 모두 한 번 더 가보고 싶어 하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에라도 꼭 다시 가고 싶은 곳들이다. 그 중 한 곳 - 화명수목원. 화명수목원이라 화명동 어디일꺼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척 멀게만 느껴졌는데 금정산 서편이었다. 그렇게..

[Korea2020] 일상 - 해운대

서울 사람들 한강유람선 안탄다고 하듯, 부산 사람들도 해운대서 해수욕 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누리가 학교생활을 시작하고서 여름에 한국에 오게 되면서 해마다 가고 있다. 심지어 2년 전에는 너무 더운 날씨로 해변이 텅 비었는데도 갔다. 가보니 외국인 밖에 없었던. 올해는 비와 장마로 해변이 텅 비었는데 잠시 비가 그친 사이 다녀왔다. 한 2주 전쯤. 파라솔과 비치배드 2개를 대여하고 보니 햇살이 뜨거워 파라솔 2개가 필요할 것 같아 다시 파라솔 2개 대여로 변경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파라솔 2개를 배치할 수 없다고. 때가 때니 타당도 하지만, 가족여행이 많은 바다임을 생각하면 좀 아쉽기도 했다. 파라솔 2개를 허용하되 파라솔 간 간격을 넓히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Korea2020] 일상 - 송도

부산에 살 때도 가보지 않은 곳을 런던에 살면서, 한국에 오면 더 많이 가보는 것 같다. 런던에 사는 동안 새로운 도로들이 많이 생겨 예전 같으면 먼 거리 때문에 가볼 생각도 해보지 않은 곳들을 이번에 가보게 됐다. 그 중 한 곳 - 송도. 송도는 일제강점기때 개발된 우리나라 1호 해수욕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이다. 아주 어릴 때, 누리보다 어릴 때 가본 것도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얼마 전 언니들과 형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사진을 보고 "나도 갈래!"했던 곳이다. 광안대교 - 부산 북항과 남항대교로 보다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요즘 떠오른 송도의 명물 송도해상케이블카(원래 우리는 케이블카 같은 것들 반대하는데..ㅠㅠ). 햇볕이 많지 않아도 습도가 높은 날이었다. 해상케이블카 때문에 편하게..

[Korea2020] 일상 - 수영을 배워요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3학년부터 매년 6주간 수영을 배운다. 런던시내는 수영장이 있는 학교가 드물고, 외곽에는 수영장이 있는 학교도 더러 있다. 그런 학교들은 입학 때부터 수영이 포함되어 있는데,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수영장이 없어 인근의 수영장에서 학급별로 6주간 교육을 한다. 운동이라면 뒤쳐지지 않는 누리지만 누리는 2년 전 삼출성중이염(glue ear)이라는 수술을 양쪽에 해서 수영 배우기를 미루었다. 2019/03/13 - [탐구생활/Cooing's] - [+2366days] 지난 이야기 - 삼출성 중이염 수술 고막에 넣어둔 관이 빠지는 6개월 정도부터는 귀마개를 하고 수영을 해도 좋다고 했지만, 누리는 불과 얼마 전에 그 관이 모두 귀 밖으로 빠져나왔다. 귀 안에서 빠진 상태로 얼마를 지냈는지는..

[Korea2020] 일상 - 카카오프렌즈스토어 & 삼진어묵

이번 한국행은 별로 먹을 거리를 별로 생각해보지 못하고 왔다고 썼는데.. 왜 휴대전화엔 먹는 사진뿐인지.(ㅠ ㅠ ) 한국행의 중요한 한 축은 친구들을 만나는 일인데, Covid-19 때문에 사실 먼저 연락하기가 주저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 이 상황 때문에 예전처럼 먹고 마시는 것보다는 산과 바다 같은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후 그리고 자가격리가 끝난 후에도 계속되는 비 때문에 우리들끼리, 실내에서, 먹고 마시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지난 주 부산에 비가 많이 왔던 날 런던에서 만난 인연 S님을 만났다. S님이 부산 출장을 온다는 소식을 S님의 남친이 알려주신 덕분이었다. 출장지와 가까운 남포동에서 만났다. 물론 장소는 누리중심으로 선택(알고보면 내가 가보고 싶었..

[Korea2020] 아이가 가고 싶은 곳 - 스파

한국에 오기 전 일주일 누리는 너무나 들떠 있었다. 한국에서 뭘 하고 싶은지. 얼마나 말을 많이 했던지 숨차게 말하고선 "내가 말을 너무 많이해서 미안해. 너무 좋아서 계속 말을 하게 돼"하면서 또 말하고, 말하고. 솔직히 말하면 소리를 꽥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 고향이 좋아서 말을 계속 하게 된다는 아이에게 그럴 수도 없는 일. 아이에게 한국은 정말 휴가고, 방학이고 그런 곳이다. 심심하다고 할 때도 있지만 장마가 길어지는 요즘 집에서 짜파게티를 먹으며 TV를 봐도 즐거운 곳이니까. 그런 아이가 한국에 가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스파다. 작년에 내가 가고 싶어서 푹푹 찌는 여름날 가본 신*계 스파랜드. 의외로 아이도, 지비도 너무 좋아해서 꼭 가자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날씨가 맑..

[Korea2020] 내가 가고 싶은 곳 - 바다

자가격리 마침을 며칠 앞두고 누리가 집에 있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그럼 자가격리가 끝나고 어디에 가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적어두라고 했다. 보통 한국에 오면, 먹을 것, 가볼 곳, 만날 사람을 꼽아보곤 하는데 이번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오는 여정이 넘어야 할 큰 산이고, 마무리해야 할 과제가 두 번째 큰 산이라 여력이 없었다. 그래도 자가격리가 끝나면 바다는 보러 가야지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집에 온 느낌. 물론 부모님 집은 해운대랑 거리가 있지만, 기분이 그렇다. 심지어 영국은 섬나라라 여행을 하면 심심치 않게 보는 바다인데도. 그래서 자가격리가 끝나고 바다로 고고.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에도 해운대의 전경은 바뀌었지만, 그 뒤로 더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곳에서 살았던 나조차도 영화..

[Korea2020] 24시간의 여정

이번 한국행은 여러 면에서 복잡했다. 언니가 봄에 영국을 와서 함께 여행을 하다 7월 말쯤 함께 한국에 올 계획이었다. Covid-19으로 언니의 유럽행은 취소됐다. 그래도 우리의 한국행은 여전했는데 언제 올지가 관건이었다. 5월 중간방학 이후에 등교가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럽과 영국의 Covid-19 현황은 점점 어려워만 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지비가 등교가 결정되면 누리를 학교에 보낼 거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답했고, 지비는 "그럼 더 망설이지 말고 항공권을 사라"고.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티켓을 찾아봤는데, 얼마간 한국을 다녀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그 기간 동안 지비만 혼자 남겨두고 가는 게 좀 걱정이 되긴 했다. 마침 지비의 일터가 7월 말까지 사무실을 닫고 이후로도 인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