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일상 - 가족여행2

토닥s 2020. 9. 24. 17:53

부산의 구도심 - 초량동, 보수동, 남포동에서 우리가 이동한 곳은 수영에 있는 테라로사였다.  구도심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이기도 했고 강릉의 테라로사에 다녀온 형부가 한 번 가보고 싶어한 곳이었다.  

부산의 테라로사는 고려제강이라는 제철회사의 공장을 개조한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공장이 폐쇄되고 난 뒤 부산 비엔날레라는 예술 박람회의 전시장 일부분으로 일반에 소개되었다가 다시 모델링을 한 후 4~5년전에 테라로사로 문을 열었다.  우리는 누리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한 번 가본적이 있다.  커피 맛이야 괜찮지만 높은 가격과 복잡함, 그리고 물리적 거리 때문에 다시 가보지는 않았다.  어쨌든 형부 덕분에 겸사겸사 GoGo.

누리의 워킹을 보시려면 ☞ www.youtube.com/watch?v=S_uSLN18jyQ

 

인원이 적지 않으니 앉을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인원도 인원이지만 사람들이 이 장소를 보러 온 것이니 커피만 얼른 마시고 일어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래오래 있는 분위기.  우리가 자리를 찾아서 앉을 때 손님들이, 우리가 일어날 때도 그대로였다.  사실 나도 아이만 없으면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잠시만 지루해도 심심하다는 아이, 커피 마셨으면 얼른 일어나 집에 가자는 부모님이 있는 우리로서는 그러기가 어려웠다.

 

비싼 커피를 마시니 기념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더니 아빠와 이모부를 '쿨Cool'하게 만든다는 누리.

 

 

그래서 쿨한 이모부와 아빠와 기념 사진.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물론 우리가 일요일에 가기는 했지만, 평일에 가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버지의 일주일 빠른 생일 케이크를 먹었다.  가족들이 다 모였을 때.

가족여행의 마지막 날은 어딜가서 밥을 사먹나, 바닷가로 가자 그러는 사이 벌써 점심시간이 됐다.  그래서 부모님 집 앞 밀면집에서 점심을 사먹었다.  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냉면, 밀면인 나로써는 반가웠다.  누리가 매워서 먹을 수 없었다는 사실만 빼면.  그래서 어린이 세트 - 떡갈비를 시켜줬더니만 밥만 먹은 어린이.  

점심을 먹고 바닷가로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지비의 원활한 재택 근무(?)를 위해 형부가 무제한 데이터를 공유해줬다.

부모님 댁에서 바다 방면으로 가면서 찾아본 까페.  한 30분 걸렸으니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가까운 것도 아니다.  부산 사람들은 다 바닷가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덧붙이는 말이다(부산 큽니다!). 

 

임랑(인가 일광인가)에 위치한 까페.  우리가 어릴 땐 작은 해변, 어촌의 느낌이었는데 아파트와 까페들이 늘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까페에서 별 할 일이 있나.  가족들과 커피 마시고, 사진 찍고 그게 전부다.  그러면서 저녁은 또 뭐 먹나 그런 이야기들. 

개인적으로 위치도 부모님집과 가깝고 펜션도 괜찮아 보여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이긴 한데, 비로 야외 매장이 없는 상태에서 2층을 제외한 모든 층이 노키즈존이었다.  2층엔 카운터가 대부분이고 다른 층에 비해 테이블이 많지 않았다.  마침 2층에 빈자리가 있었으니 앉으면 되기는 한데, 음료를 주문하러 갔더니 첫 마디가 "1인 1주문입니다"였다.  "어서 오세요"도 아니고.  좀 마음 상했다.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누리는 우리가 가장 싼 아메리카노 마실 때 가장 비싼 생과일 쥬스와 케이크를 혼자서 먹는 아이인데.  사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아이들 잘 먹이는데 말이다.  이곳의 동네 까페들은 주말 어른 대상 장사만 하지 않는다.  평일에 부모들이 아이들 데려가 먹이는 게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 먹는 괜찮은 스무디나 간식도 잘 갖춰놓고 파는 편이다.  그러니 부모들이 더 찾는다.  어른도 쉬고 아이도 쉴 수 있으니.

아래는 누리의 사진찍기 놀이.  나는 써보지도 않은 필터 같은 기능을 잘도 찾아 쓴다.  

 

그렇게 2박 3일간의 집에서 가족여행을 마무리하고 우리가 주로 머물렀던 언니네로 이동.  혼자서 간단하게 사는 언니가 긴긴 여름 우리들을 거둬먹이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번 한국행 이후 나에게도 좀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먹고 마시는데 많은 시간을 쓰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좀 시간 쓰임이 줄었다.  예전에도 우리는 누리의 먹거리 쪽으로 많이 수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분부분 따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는데 그럴 땐 누리 먹거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곤 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간소하게 먹되 우리가 누리 먹거리로든, 누리가 우리 먹거리로든 수렴될 수 없을 땐 누리를 간단하게 먹인다.  빵과 버터,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니 그냥 그렇게 준다.  우리집에 다녀간 한국의 친구들이 보기엔 내가 무척 간단하게, 편하게 살림을 사는듯 하지만(국과 반찬이 없으니) 매번 먹거리를 마련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주로 한 끼 먹을 분량만 준비해서 다 먹어버린다.  그러니 냉장고엔 식재료만 있고 음식이 없었다.  이제는 넉넉하게 준비해서 두 끼를 먹기도 하고, 라면도 종종 먹는다.  그렇다고 내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예전보다 집 청소를 좀 더 자주한다) 몸이 편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할 나이다.  오늘 저녁에 파전 구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