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일상 - 가족여행1

토닥s 2020. 9. 16. 23:04

한국에 가면 보통 가족들과 짧은 여행을 하곤 한다.  여행 속의 여행.  이번엔 때가 때인지라 오랫동안 주저하다가 부모님댁에서 멀지 않은 부산 인근 캠핑장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그마저도 아쉬워서 캠핑장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통영으로 이동해 또 하루 묵기로 계획했다.  그런데-.1

 

캠핑을 며칠 앞두고 언니가 다리를 다쳐서 일명 '기브스'를 하게 됐다.  어차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많이 걷지 않을테니 계획대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2

 

우리가 캠핑을 계획했던 8월 초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강물을 막아 놓은 보가 터지고, 둑이 터지고 많은 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예정했던 날 즈음에 부산에도 호우 주의보 내려져 캠핑장에 문의를 했더니 괜찮다고 정상영업 한다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마침내 캠핑을 하기로 예약한 날 - 부산엔 호우 경보가 내려졌다.  검색해보니 기상청 정보를 중심으로 당일 재난 경보가 내려지면 환불 받을 수 있다기에 우리는 캠핑을 취소하기로 했다.  부모님과 아이가 있으니 걱정이기도 했고, 캠핑장이 산중턱 길 끝에 위치해 있는데 저수지를 지나서 갈 수 있는 곳이라 만약의 경우 대피로가 없었다.  오랜 장마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등이 우려된다고 연일 방송에서 이야기하는데 무리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호우 경보가 내려진 당일 캠핑장에 취소 및 환불을 문의했더니 정상영업을 한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캠핑장 운영자의 태도가 너무 불쾌해서 소비자보호원에 구제 절차를 받기로 하고 우리는 2박 3일간의 일정을 취소하고 부모님댁에서 지냈다.

사실 우리도 환불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캠핑장을 숙박비와 별도로 인원수 대로 식비(BBQ)를 내야하는 곳이었다.  인원이 9명이나되니 그 식비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숙박비를 날리더라도 식비를 되돌려 받거나, 그게 어려우면 우리 앞으로 준비된 음식을 받아와 집에서 먹어도 괜찮을꺼라 생각했는데 성수기 주말 숙박 운영자는 그야 말로 '갑'이었다.  언니 손에 그 구제 절차를 남겨두고 왔는데 다시 한 번 챙겨봐야겠다.  

2박 3일 여정을 계획해던터라 집에 먹거리가 없어서 언니들과 인근 마트에 갔다.  통영에 가면 먹으려고 했던 물회를 사와서 먹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가족들의 총평.

그리고 다음날 부산의 구도심이라 할 수 있는 초량-보수동-남포동 일대로 나들이를 나갔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로 인해 인구가 증가하면서 초량동 일대에 거주지역이 형성됐다.  좁다란 계단으로 이어진 동네로 유명한데 노령화된 지역 주민들을 위해 모노레일이 설치됐다.   지금은 그 모노레일 주변이 관광 상품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다.  우리는 주차를 고려해 모노레일 위에서 차를 대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구경을 하려면 아래에 차를 대로 모노레일로 올랐다가 구경을 하면서 내려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내려오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쉬울테니.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길.  상행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부모님과 다리가 아픈 언니만 모노레일 타고 가고 나머지는 걸어서 구경하며 올라가기로 했다.  168계단 오르기 기록을 남기면 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누리만 시켰다.  진행하시는 어르신들이 더운 날에 오르다가 실신한 아이도 있다고 쉬엄쉬엄 하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더운데 쉬지 않고 오르는 누리를 보니 아이들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누리의 앞뒤를 오가며 기록 사진을 남기려고 했던 이모는 결국 앞서가지 못하고 누리를 뒤따라 올라갔다.  나머지는 누리랑 같이 갈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힘들어서 겨우 끝까지 올라갔다.  흐린 날씨라도 8월 초의 날씨는 쉽지 않았다.

1분 42초의 기록을 남긴 누리.  실제 기록은 그보다 짧을 것 같지만, 기록이 중요한가.  사진이 중요하지.  참고로 28초의 기록을 남긴 사람은 직업 군인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계단 옆에 위치한 영진어묵 까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혔다.  구석구석 볼거리가 제법 있어보이긴 했지만 더운 날씨라 남포동으로 이동.  남포동에서 작은 식당을 하시는 이모에게 들렀다가 부평동에 어묵을 사러 갔다.  부평동은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가 없네.  부평동 시장은 어릴 때 '깡통시장'이라 불리던 곳이다.   우리가 어릴 땐 수입상가로 불리던 곳이고, 그 전신은 한국전쟁 당시 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다.  부산하면 어묵이 유명한데, 부평동엔 어묵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그 중에서도 부모님은 '환공어묵'을 꼭 찾으신다.  부산어묵의 원조격이라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고 어묵은 참 맛있다.

어른들이 물건(어묵)을 사니 누리도 뭔가를 사고 싶어했다.  누리가 살만한 물건이 있는 가게를 찾아 젤리 하나를 샀다.  자기가 가진 돈을 쓰고 싶어 하길래 쓰라고 했더니 많이 주저한다.  누리는 아직 물건을 사면 손에 있던 돈이 없어지는 인과관계(?)를 납득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보수동 어느 골자기에 있는 최민식 사진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너무 작은 박물관이라 그 박물관만 보러오기는 어렵고 온길이니 보러가자는 언니의 말씀따라 GoGo.

한국전쟁 당시 부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이름은 몰라도 사진을 보면 한 번쯤 봤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선생님과 인연이 있다.  이 선생님 생애사를 글로 쓰기 위해 한 3개월쯤 매주 만나뵈었다.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과제 수준에서 끝나고 말았지만, 여러 가지 많이 배우게 된 계기였다. 12~14평 정도 될 것 같은 박물관에는 선생님이 쓰시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 같은 곳에 자리잡은 박물관이 꼭 선생님의 생애사를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요즘 부산하면 핫하게 떠오르는 관광지인 감천문화마을의 옛모습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다시 해운대 방면으로 이동.  형부가 가보고 싶어하던 또 다른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G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