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일상 - 각자의 순간

토닥s 2020. 10. 31. 09:22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참 지난 것 같은 한국여행.  오늘도 누리와 한국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리가 한국여행 그리고 여름휴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닷가다.  해운대에서 한 물놀이.  작년에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너 번을 갔던 물놀이인데, 올해는 한 번 밖에 가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부산의 구석구석을 다니기는 했지만, 누리에게는 가장 즐거우면서도 여러 번 가지 못해 아쉬운 기억이다.  다행인 것은 바닷가에서의 물놀이 이외에도 한국에 간다면 꼭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기억이 남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이모네 집근처 역 앞에서 먹은 버블티다.  버블티는 여기서도 좋아했던 것인데 자주 사주지는 않았다.  시내까지 가야하니까.  대신 버블티의 타피오카 펄을 사와서 집에서 해주기는 하지만 까페에서 먹는 것처럼 달달하게 해주지는 않으니, 한국에서 더운 날씨에 마신 시원하고 달달한 버블티가 얼마나 좋았을까.  개인적으로는 출출할 때 먹으면 든든해서 좋고, 까페에서 먹는 것보다 비싸지 않아서 좋았는데 주문이 너무 어렵고(벌써 늙었나) 먹고 난 뒤 일회용품 쓰레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깨끗이 씻어 재활용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누리가 꼽은 한국여행의 다시 가고 싶은 순간은 바닷가와 버블티고, 지비가 꼽은 '순간'은 언니네 집 근처의 조개구이 집이다.  다대포에서 맛조개 구경도 못하고 돌아온 우리에게 언니'님'이 하사하신 저녁 한 끼.  지비는 한국에서 돌아와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의 Covid-19 대응을 이야기하면서 덧붙여 이 조개구이 집 사진을 보여주곤 했다(얘도 늙었나, 그런 걸 왜).  

 

 

이런 곳(?)을 여러 번 다녀본 언니'님'의 지도 아래, 열심히 먹었다.  한국에 가면, 누리가 크면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인데 막상 먹어보니 생각만큼 많이 먹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선 날음식을 먹을 일이 없으니 그런 것도 같고(구워먹기는 하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그랬던 것도 같다(정말 늙었나).

 

 

즐겁게 먹고 돌아오는 길에 누리 문제로 언니와 다툼이 생겨 마무리가 좋지 않은 하루였지만(사실은 내가 꾸중을 들은), 그래도 지비 못지 않게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다.

 

+

 

나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놀랍게도 자가격리 기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들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던 그 기간이 나에게는 자의반 타의반 휴식으로 나쁘지 않게 남았다.  그만큼 휴식이 절실했던 시간인데, 놀라운 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휴식이 절실하다.  정말 늙었나 보다.

 

사실 한국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다.  다시 가려면 9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