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Korea

[Korea2020] 일상 - 다대포

토닥s 2020. 9. 9. 22:22

이번 한국여행에서는 나도 부산에 살면서 가보지 않았던 곳, 그렇지 않으면 아주 어렸을 때 가본 곳을 몇 군데 다녀왔다.  그 중 한 곳 - 다대포.

부산은 바다에 접한 도시라 수영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많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광, 임랑, 기장부터 송정, 해운대, 광안리, 송도 그리고 다대포.  다대포는 부산의 끝자락에 위치해서 부산에 오래 살았던 나도 가보지 않았다.  다대포에 가기 전에 왜 나는 다대포에 가보지 않았나 생각했더니 위치도 위치지만, 내가 어릴 땐 80년 초 간첩침투 사건으로 한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해운대가 크게 발전했으니 주로 부산에서도 바다하면 해운대로 갔다.  

요즘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원이다, 강변이다 정비사업을 많이 하면서 낙동강변도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됐다.  지비도 그런 이미지들을 보면서 다대포에 가보고 싶다고 한 게 벌써 오래 되었는데 '멀다'는 이유로 들어주지 않았다.  이번엔 특별한 여행 계획없이 부산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게다가 금정산에 화명 터널이 생기면서 쉽게 갈 수 있다기에 가보게 됐다.  그래도 차 하나도 막히지 않는 길로 50여 분 갔으니 정말 멀기는 멀었다.

 

다대포가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가서보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10~20m를 걸어 들어가도 물 깊이가 어른 무릎 높이 밖에 오지 않는다.  30m 걸어 들어가도 어른 허리 높이 될까 하는 정도다.  그런데 이 바다가 앞 부분은 잔잔하고 뒷 부분은 제법 파도가 있어서 바디 서핑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마침 우리가 간 날이 비가 오다 잠시 멈춘듯한 날씨여서 흐려서 되려 다니기는 좋았지만, 물이 조금 차갑기는 했다.  하지만, 누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다대포엔 맛조개를 잡을 수 있다고해서 갔는데 어디서 잡는다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저 산 너머인가 어디인가 이야기 나누다가 배가 고프니 일단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컵라면을 사면서 일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해보니 올해부터 다대포에서 맛조개를 잡는 게 불법이라고 한다.  먹지 않고 놔줘도.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맛조개를 찾아 오는데, 맛조개를 잡으려면 6월에나 와야지 지금(7월 말)까지 있을리가 있냐고 하신다.  그러면서 "남편분이 외국인인데 컵라면 잘 드시네예..."

그래서 지비에게 지금은 맛조개가 없단다 설명해줬다.

 

컵라면을 먹고 해변으로 돌아갔더니 사람들이 모두 바다로 나가 있고, 조금전까지 물이 차 있던 바다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른바 '물때'였다.  조금 전에 불법이란 이야기를 듣고서도 우리도 바다로 나가봤다.

언니의 조언에 따라 맛소금을 챙겨서 갔다.  언니의 경험+유튜브 영상을 참고로 열심히 소금 뿌리고, 바닥을 팠지만 모두 '허사'였다.  일단 우리는 장비(?)부터가 남같지 않았고, 기술(?)이 없어 한 20여 분 만에 포기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 주변에 아무도 맛조개를 잡은 사람이 없었다.  누리가 아쉬워했지만, 이모랑 조개구이 먹으면 된다고 위로해줬다.

맛조개 잡기는 일찍 접고 누리는 한 동안 조개를 열심히 주웠다.  그리고 그 조개로 한 동안 해변에서 아트를-.  바다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애를 겨우 달래서 까페로 이동.  다대포는 해운대만큼 주변시설이 별로 없다.  주차장에 내려서도 좀 걸어야 한다.  5분이면 될 거리를 애를 데리고는 15분은 걸어야한다.  그래도 간이화장실이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고, 주차장엔 유료 샤워시설과 무료 화장실이 있었다.  우리는 500원 짜리 간이 샤워시설에서 누리만 씻겼다.  발은 무료로 씻을 수 있는 수도 시설이 유료 샤워시설 앞에 있어서 우리는 발과 신발만 깨끗이 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은 까페로 이동.  운이 좋았던지 주차도 쉽게하고, 우리끼리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넉넉한 자리도 찾아 맛있게 먹었다.  마실 것 3잔에 빵 5개.  다만 가격이 4만원 정도.  나는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한국의 놀라운 커피 가격이다.  사실 빵이 더 비싸다.

까페에서 쉴 만큼 쉬고, 먹을 만큼 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집으로 가기 전에 우리가 다대포에서 유명하다는 산책로 '고우니 생태길'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오전에 주차했던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가서 차를 대고 산책로를 구경하기로 했다.

일몰이 유명한 곳인데 늦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고 날씨도 흐려 그냥 걷고만 가려고 했다.  데크를 따라 건던 지비가 "이게 뭐야?"하고 바닥에 있는 조그만 게들을 발견했다.  산책은 뒤로하고 난간에 매달려 게구경을 오래했다.  그리고 데크를 따라 끝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앞서 말했던 해운대처럼 먹을 곳이 많고 편의시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재미를 가진 곳이 다대포인 것 같다.  우리가 같던 날이 그렇게 덥지 않았던 날이라 더 여유 있게 시간을 보냈다.  더운 날은 어디든지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으니.  다대포에서 재미 있게 시간을 보냈고,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다시 가겠냐면-, 글쎄요.  멀어도 너무 멀다.  게다가 돌아오는 길은 폭우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누리는 여름 휴가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이 산책로에서 본 게들이다.  그러니 다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게 잡는 것도 불법이겠지?(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