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life] 열한살

토닥s 2023. 9. 25. 02:22


아이가 열한살이 되었다.

하.. 한 동안 나를 부담+걱정스럽게 만들었던 아이의 생일과 생일 파티.  잘 보냈다.  이 일도 일주일 전이지만 지금에야 기록삼아 올려둔다.

초등학교에서 마지막 생일이라 앞으론 아이답게 즐길 생일 파티는 없을 것 같아서, 다른 아이들처럼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세션+생일파티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친한 친구들과 집에서 보내고 싶다고.  지비는 집 좁다고 질색 했다.  나 역시 돈은 들지만 전문가의 손에 맡기는 게 낫다고(편하다고) 생각해서 스포츠센터쪽으로 아이를 설득중이었다.  그러다 예약할 시기 다 놓쳐버리고, 별로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아이가 원하는대로 집에 친한 친구들 셋을 불러 생일 파티를 겸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아이와 초대장을 만들었다.   아이가 직접 인터넷에서 그림을 고르고, 내용을 썼는데 저장이 안되서 아이가 잠든 후에 급하게 아이가 만들었던 모양 그대로 다시 만들고 출력해서 등교하는 아이 손에 쥐어줬다.

여자아이들이지만 게임이라면 싫어할리가 없다.  두 아이들이 닌텐도 게임을 해본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닌텐도 파티라는 비교적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믿는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을 메뉴로 아이가 고른 메뉴는 우동.  새우 튀김과 간장 닭조림을 더해 간단하게 차렸다.  작은 집이라 지비와 나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발코니에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만들어둔 닭조림으로 간단하게 셀러드를 먹었다.  아이들이 게임하는 동안 작은 테이블 앞에 소포장된 간식을 끈임없이 채워준 것으로 생일파티 호스트의 역할은 끝.

티타임에 부모들도 오라고해서 함께 케이크와 티를 마셨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들 바빠서 제대로 보지 못한 엄마들+아빠들과 역시나 요즘 최대 관심사인 중등학교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포츠센터로 갈까, 놀이 공원으로 갈까, 극장으로 갈까 고민만 많이하다가 결국은 집에서 보낸 생일이었는데 아이도 즐거웠고, 다녀간 아이들도 '이제까지 먹어본 생일파티 음식 중 최고'라는 칭찬을 부모를 통해 보내왔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아이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거면 OK.  그렇게 아이는 열한살이 됐다.  달라진 건 책과 장난감이 주를 이루던 선물들이 보석함(?), 마스크 팩, 립밥, 머리띠 뭐 그런 것들이 됐다.  

내년 이맘때면 아이는 중등학교에 가서 더이상은 어린이라만 부를 수 없는 청소년이 된다.  만 11살까지인 각종 어린이 할인혜택도 안녕.  11살인 아이와 더 알찬 일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