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life] 휘게 Hygge

토닥s 2023. 10. 2. 02:24

덴마크, 정확하게는 레고랜드와 코펜하겐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 휴가라고 쓰고보니 거창한데 아이맞춤형 도시여행이었다.
여행을 계획하고 한국에서도 유행한듯한 휘게 책을 지비에게 사줬다.  여행 떠나기 며칠 전에야 다 읽고 나에게 넘긴터라 나는 읽기를 포기. 한글 같으면 반나절 감인데.

휘게는 내가 이해한 바로는 덴마크인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 방식 정도.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주어진 것을 가꾸고 만족한다고 이해했다.  그래서 때로는 간소함으로, 소박함으로, 포근함으로 이해된다.  나에게는.

여행가서 우리는 영국만큼, 영국보다 더 척박한 덴마크는 왜 오늘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럽에서도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나 -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했다.

여행기간 동안 세 곳의 호텔에서 2-3일씩 묵었다.  세 호텔의 조식들이 한 두 가지 빵과 치즈가 다를뿐 전체적인 음식의 구성이 비슷했다.  간단한 구성이지만 식재료가 신선한 것까지도 비슷했다.  그래서 종류는 많지 않지만 호텔조식으로 무척 만족도가 높았다.

그래, 나도 간소하게 소박하게 그리고 만족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런던으로 돌아왔다.  

런던으로 돌아온 다음날 볼일 보러 나갔다 점심 시간에 맞춰 아이 댄스 수업 옷을 구매하러 댄스 스튜디오에 들렀다.   한 40여분 옷을 입어보고 구매하고 아이와 지비는 점심을 먹으러 가고 나는 별다방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다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휘게는 무슨 왜 이렇게 정신 없이 사나.

차로 10분 남짓한 짧은 거리를 왕복해서 이동하는 동안 일주일 동안 코팬하겐에서 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덴마크의 삶의 질은 인구의 밀도가 만들어내는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덴마크 어디를 가도, 깨끗함에 우리는 감탄했다.  청소를 특히 열심히 하는 것도 같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이용자 수가 영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적다.  그렇다고 내가 런던 한 가운데서 덴마크와 같은 삶의 방식을 지향하고 살 수는 없지만 가능한 간단하게 소박하게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보통은 긴 여행을 앞두고 냉장고/냉동고를 비우고 청소를 한다.  냉동실에 얼음이 많이 생겨 해동을 한 번씩 시켜줘야한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청소를 다녀와서 했다.   여행 가기 전 최대한 냉장고/냉동고를 비운터라 식재료가 없을 때, 다시 식재료로 채우기 전에 청소를 했다.   그 뒤로 다시 가득 채우기보다 필요한 것만 사는 생활을 해보자고.

생각은 그렇게 했는데 그럴려니 자주 장을 봐야되서 불편 하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불필요한 식재료들이 다시 냉장고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조만간 다시 '리셋 reset'을 선언하며 냉장고를 청소하는 날이 오겠지.  간단하게 소박하게 살 수 없다면 자주 '리셋'하며 사는 것도 방법이려나.

*이 글을 시작한 게 한 달 전.  마무리하는데 한 달. 😮‍💨
** 나도 모르는 사이 원하지 않는 구글광고가 뜨는데 손볼 여력이 없어요.  양해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