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life] 아이와 집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토닥s 2023. 11. 26. 03:03

밖에서 일을 보는 날이 주로 수요일이다.  지비가 회사에 갈 가능성이 높은 날은 목요일이고, 지난해 아이의 댄스 수업이 목요일이라 그렇게 정해졌다.  

 

지난 수요일을 앞두고 지비가 회사에 가야할 일이 생겼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입찰(?)하는 업체가 사무실로 와 대면 프리젠테이션을 하겠다고 한 모양.  매니저가 자신은 일이 있어 못가니(?) 나머지 팀원들이 업체의 대면 프리젠테이션에 가라고.  나도 밖에서 일을 보는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지비가 출근해서 오전에 대면 프리젠테이션만 듣고 아이의 하교시간이 맞추어 이른 퇴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 즈음 아이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아프니 와서 데려가라고.

 

아이가 아픈 것도 문제고, 수요일 오후에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아이를 데리려 가려니 순식간에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학교에서는 언제 올 수 있냐고 재차 묻는다.  일단 30분이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급하게 나 대신 자리를 지켜줄 사람에게 연락하고(미안해 미안해 굽신굽신), 오후에 만나 전해줄 물건이 있었던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이 올 때 찾으러 오라고 연락하고 일터를 나왔다.

 

한국마트에 들러 장도 보고, 다른 마트에서 장을 보려던 계획도 뒤로하고 급하게 아이 학교로 갔다.

 

아이가 토했다고 생각하고 급하게 갔는데, 가서 보니 아이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교사에게 이야기했다고. 리셉션에서 종이 봉투 한 장을 들고 학교 사무실에서 내게 전화한 때부터 내가 도착하기까지 리셉션에 있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내가 전화를 받은 시간부터 학교에 도착한 시간까지 25분이 걸렸는데, 아이는 기다린 시간이 한 시간 정도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만큼 몸이 불편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맘이 짠..

 

전날 같은 반 다른 아이가 학교에서 구토하고, 몇몇 아이들은 결석, 어떤 아이는 아이보다 앞서 귀가를 한터라 학교에서는 아이도 감염자(?)라고 생각해 아이를 데려가라고 한 것이었다.  사실 학교에서 도착시간을 재촉하지 않았으면 시내에 있는 지비에게 연락해 아이를 데리러 가라고 했을텐데, 재차 묻는 질문에 내가 가겠다고 해버렸다.

 

수요일을 앞두고 일정이 삐걱거리더니.  영어로는 이럴 때 사람들이 'Meant to be'라고 한다.  '결국 이렇게 되려고' 정도.

 

아이와 집에 돌아와 각자가 싸간 도시락을 꺼내서 먹었다.

 

아이는 수요일 오후 집에서 쉬고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토할 것 같은' 증상은 가셨는데, 목요일부터 본격적인 감기증상 - 콧물 기침을 보여서 목요일, 금요일 모두 결석.  학교는 안갔는데, 금요일 오후 아이 절친 생일이라 잠시 나갔다 왔더니 다시 골골.  결국 토요일인 오늘도 댄스, 스카우트 모두 빠지고 집콕.  아이의 병이 길어지니 나도 다크서클이 죽죽.. 월요일엔 공연 리허설이 있다고 하는데.. 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