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3년

[life] 어린이와 어른이

토닥s 2023. 6. 7. 07:50

또 아무도 안궁금한 근황.

4월에 한국에 다녀온 뒤로 빡센 두 달이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바쁘고 나는 받고 있는 교육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때라(또 교육😢) 바빴다. 지난 월요일에야 모든 과제를 제출하고 다음주와 그로부터 2주 뒤 두 번의 시험과 발표만 남겨둔 상태.  지난 주말 일년이 넘는 교육과정 기간 동안  과제에 매달리지 않고 보낸 토요일을 거의 처음으로 맞이했다.  이제 시험과 발표한 남겨둔 상태라 공부'만'하면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야 하는데 이러저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고 그렇다.  게다가 아이는 여름학기라 엄청나게 바쁘고, 피곤해서 아프고 그런 상태.  그래도 아이는 집에서 쉬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린이

지난 토요일 아이는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네 놀러갔다.  아이와 지비가 친구네로 가고 나는 혼자서 쇼핑센터에서 시간을 보냈다(라고 쓰고 아이 옷 사고 장 본 게 전부).  


친구네가 새로 장만한 트램폴린과 부모들이 수다 삼매경에 빠진 사이 친구와 게임을 하느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귀가 권고 시간이 5시였는데 8시가 넘어 귀가한 아이와 지비.😡

어서 집으로 돌아오라고 아이가 없는 동안 준비한 선물(?) 사진을 보냈다.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어서 돌아와 풀어보라고.


선물은 아이의 유치 모음.  작년 여름 한국 치과에서 뽑아버린 치아 2개만 없고(내가 천 뒤집어쓰고 스케일링하는 동안 치과의사가 버려버림😭) 치아요정 tooth fairy 를 대신해서 내가 모아왔다.
얼마전 두 개의 어금니가 빠졌다.  예전과 달리 매일매일 장소를 달리하며 숨겨 치아요정이 나타나나 마나 시험한 아이.  시험에 빠진 나는 결국 치아요정의 정체를 밝혀야 겠다고 생각했다.    현금 없이 생활하기 때문에 매번 동전 챙겨주는 게 너무 어려웠다.  아이가 어릴 땐 아이보다 먼저 잠들어버려 아침에 부랴부랴 동전을 찾아 헤매 베개 아래 넣어줘야 했던 때도 있었다.

"사실은 크리스마스 엘프도,
치아요정도,
ㅅ..(쉿!!) 없지만,
우리는 네가 이만큼 자란 것에 너무나 대견하다"

카드와 함께 아이의 유치 모음을 이제는 직접 소중히 보관하라며 선물했다. 빈 칸에는 아이가 귀 수술을 할 때 넣었다가 빠져 나온 작은 튜브도 넣어두었다.  시간이 흘러 혹시라도 서로가 미워질 때 아이가 십년 가까이 모아온 유치를 보며 미운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어른이

지난 금요일, 아이가 이번 중간방학 동안 갔던 스트릿 댄스 캠프의 발표를 보기 위해서 바쁘게 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신호 대기 끝나고 출발하려던 때 우리 앞을 두대의 경찰 모터바이크가 막아섰다.  한 대가 앞서 신호를 잡으면 다른 한 대는 그 다음 신호를 잡는 식으로 교통흐름을 막고 그 사이를 중요한 사람이 탄 차량이 지나간다.  밖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차량 번호판이 없는 걸로봐서 로얄이라고 추측만.



하여간 그날 지비가 차 안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그런다.
"다들 휴가 계획이 있는데 우리만 없어."
"경제위기로 어려운 때 밥 세 끼 걱정 없이 먹는거나 고마.."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 삼키고 그냥 지나갔다.  너무 노땅 같은 대답이기도 하고 나는 이미 아이와 한국에 다녀오기도 했고.

어렵다 어렵다 해도 어려운 사람만 어렵고 사람들은 그전처럼 휴가가고 외식하고 쇼핑하고 그런다.  물론 우리는 표정 관리하며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 쪽.

여름에 영국과 프랑스 온다는 선배를 따라 파리로 갈까 생각도 해봤으나 지비가 나나 이제 파리는 별로.  비행기 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 영국 안에서 어떻게 보내볼까 영국 지도를 동서남북으로 스크롤해봐도 끌리는 곳이 없고.  차로  프랑스나 벨기에를 갈까 정도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맘마미아" 영화 전편 후편을 반복해서 보던 아이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래서 휴가지 결정!  6박7일이냐 7박8일이냐로 이틀 겨루다가 7박8일로 항공권 구매 완료.

우리집 어른이 지비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열심히 밥집 검색 중이다.  두 달 뒤에 먹을 밥집.  문제는 호텔  1박 가격이 우리 셋 왕복항공권 가격과 맞먹는다. 😮‍💨

그래도 가긴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