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올린 글은 '크리스마스 카드 사태', 지금 글은 '휴대전화 사태'라고 쓰려다 '무슨 사태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그런데 그건 내 입장이고, 아이에겐 '사태'고 '재난'이었을테다.
영국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있다고 한들 부모가 쓰던 휴대전화를 물려받아 집에서, wifi가 있는 곳에서 쓰는 정도지 심카드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잘 없다. 아이들이 혼자서 등교가 가능해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일터로 돌아가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그 즈음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각자의 가정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없다. 그런 아이들이 휴대전화+심카드를 가지게 되는 때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서다. 중등학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초등학교보다는 먼 거리로 통학을 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그때 마련해준다. 그전까지는 있다고 한들 대부분 일명 '공기계'만 집에 두고 있는 셈.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 담임 교사가 상자를 가져와 휴대전화를 학교에 가지고 오면 아침에 넣었다가 하교 때 찾아가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심카드도 없는 공기계를 들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폴더폰을 들고 오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폴더폰도 없는 아이들이 (내가 확실히 알기론) 다섯 명쯤 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우리집 아이.
견물생심이라더니 (학교에서는 손도 대지 못하는) 공기계를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진다. 중등학교 시작하기 한 학기 정도 앞서(4-5월쯤) 휴대전화를 사줄까 생각을 하기는 했다. 지금 공기계만 준 부모들도 그때쯤 심카드를 사줄까 생각한다. 중등학교로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연락처나 교환하라고. 사실 개인적으론 중등학교 가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졌으면 하는 아이의 친구(?)들도 있어서 나는 심카드를 중등학교 시작할 때 사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보니 나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데, 철없는 지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거 살꺼다 저거 살꺼다"하니 아이는 "나만 아무것도 살 수가 없다"며 슬퍼하기도 했다. 하여간 공감능력 부족의 아빠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그러다 '휴대전화 사태'라고 할만한 일이 지난 주 발생했다.
아이 탭댄스 선생님이 웨스트앤드(뉴욕의 브로드웨이 같은 곳) 뮤지컬 맘마미아 2024년 캐스팅 경연 프로그램에 참가 중이다. 맘마미아에서 딸과 딸의 남자친구인 소피와 스카이를 뽑는 프로그램인데 TV에서 방송중이다. 선생님이 결승에 오를 남녀 각각 2명에 뽑혀 이번 주말 웨스트앤드 결승 무대에 오른다. 여기까지는 지난 여름 그리스에서 촬영한 부분이 방송되었는데, 당연하겠지만 그 결과를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까지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 걸 보니 중도에 탈락했다보다하고 웃었는데 결승까지 가게 되어 우리 모두 열심히 응원하며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마침 우리는 올해 맘마미아 뮤지컬을 봤기 때문에 아이는 거기서 불리는 노래들을 대부분 알고 있어 정말 즐기면서 보고 있다.
2023.05.21 - [런던일기/2023년] - [life] 뮤지컬 Mamma Mia
지난 주 탭댄스 수업을 마치고 수업 듣는 아이들이 그 선생님과 다들 '자신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은 모양이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없는 아이는 사진을 찍지못해 집에 와서 울고 만-.😞
아이는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탭댄스를 시작해서 아는 아이들이 잘 없다. 아이와 다른 한 명의 아이만 조등학교 6학년인데 그 초등학교 학생은 휴대전화가 있었고, 나머지는 다들 중등학교 7-9학년이라 휴대전화가 있었던 모양.
아이에게 선생님이 2024년 캐스팅에 뽑히면 그 공연 꼭 보러가서 스테이지 도어에서 사진찍자고 했다. 그 말로 겨우 아이를 달랬다. 그 선생님이 꼭 캐스팅 되어야 할텐데. 🙏🏽
12월 26일 박싱데이 세일 때 휴대전화를 좀 살펴봐야하나-.
+ 업데이트
선생님이 파이널에서 우승!
아쉽게도 다음 학기 댄스선생님은 바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