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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기/2021년

[life] 시월에 만보걷기

by 토닥s 2021. 11. 7.

지난 늦봄 친한 친구가 자궁 관련 암으로 수술을 했다.  다행히 (이런 걸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수술도 잘 되었고, 수술 후 진단한 암도 1기였다고 한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건강한 삶으로의 복귀가 유일하게 남은 일이라고.  그 친구는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난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6주 동안 우리 가족 외 딱 5명을 만났다).  운동이 권장/처방됐는데, 치료로 기운이 없다는 친구.  문자로 "힘내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운동을 같은 장소에서 하지는 못해도 따로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친구 한 명과 함께 10월에 월-금 만보걷기를 했다.  만보를 걷지 못하면 벌금 천원.🤑  

수술한 친구에게도 활력이 됐음은 물론이고, 함께 하는 다른 친구와 나도 운동하는 계기가 됐다.  도중에 친구네 아이 학교 같은반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자가격리를 해야했고, 또 다른 친구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여행이 있어 그 기간은 뺐다.

나도 덕분에 꾸역꾸역 하루 만보를 걸었다.  만보를 채우지 못한 날은 한밤중에 마트에 우유를 사러 가기도 하고, 그래도 채우지 못한 날은 한국에서 자가격리할 때처럼 집안을 뱅글뱅글 돌아 만보를 채웠다.  작은 집을 뱅글뱅글 돌며 걸으려니 어지럽기까지.

 

두 친구들은 11월에 들어서도 하루 만보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더러는 만보를 채우지 못할 때도 있지만 격려해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  10월 한 달 만보만 걸은 게 아니라 덕분에 '부지런히' 살았다.  걷는데 시간을 써야하니(하루 1시간 10~20분 정도) 나머지 시간을 아껴서 써야했다.  11월이 시작될 때 수학시험을 치기 위해 등록했는데, 교육기관의 온라인 강의와 모의시험을 다 마무리해야 시험을 신청할 수 있는 구조라 이번주는 하루 5~6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수학문제를 풀었다.  그래서 나는 한 동안 집에서 자전거 10km를 탔다.

 

작은 응원/격려에서 차원에서 시작된 챌린지였지만, 수술한 친구뿐 아니라 모두에게 활력이 됐다.  드문드문 연락을 주고 받은 친구들과 매일 짧은 인사라도 메시지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생활의 재미였다.  다음주부터는 나도 다시 만보걷기에 함께 할 생각이다.  걷기 좋은 날씨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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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BlogIcon 후까 2021.11.08 08:16 신고

    저는 카카오 연계해서 캐시워크라는 걸 깔았어요. 그걸로 포인트 쌓아서 조카들 한테 스벅 쿠폰 주기도 하고. 하루 몇 보 걸었는지 체크 하기도 해요. 나중에 쿠폰 쓸때는 한국 전번이 필요하긴 하지만 쏠쏠히 쌓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11.08 11:42 신고

      아! 좋은 정보예요. 10월 초에 알았으면 좋았을것을.ㅎㅎ
      저도 이번에 한국가서 인증용 한국 전화번호(sim)을 만들어왔어요. 한 번 해보겠습니다.

  • BlogIcon 성실엄마 2021.11.11 00:45 신고

    정말 좋은 아이디어네요~ 이렇게 으쌰으쌰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두분 너무 아름답습니다. 정말 뭔가 모티베이션이 있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지요~ 천원벌금 너무 싼것 아닙니꽈 ㅋㅋㅋㅋ 저도 운동을 하긴 해야하는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만보기를 가지고 계시는건가요? 얼마나 걸었는가는 어떻게 측정하세요?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11.11 10:56 신고

      휴대전화(아이폰) Health라고 기본 설치되어 있는 앱을 이용했어요. 친구들은 각자 휴대전화에 만보기 앱을 사용했고요.
      휴대전화를 늘 챙겨야 하니까 번거로워서 가지고 있는 샤오미 미밴드(만보기 기능이 있어요)를 사용했는데, 휴대전화의 만보기보다 걸음수가 작게 나와서 던져버리고 계속 휴대전화를 사용했지요.
      요며칠은 다른 이웃님이 알려주신 캐시워크라는 앱을 함께 사용중인데, 휴대전화에 설치 되어 있던 앱과 같이 나오네요.
      휴대전화의 앱뿐 아니라 만보기라는 게 가사노동은 잘 쳐주지 않습니다.ㅠㅠ 듣자하니 지속적으로 5걸음 이상이 되어야 카운트가 된다고 지인이 알려주더라고요. 이런 기계도 가사노동을 무시하더니(버럭)! 했습니다.

  • 익명 2021.11.21 02:38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11.27 11:23 신고

      약만 먹어도 이제 배가 부를 나이. 약을 멀리하는 저도 종류별로 챙겨 먹는 일도 쉽지 않네요. ㅎㅎ
      이미 건강이 소중한 나이인데 2년 전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그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준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