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모든 것의 때

토닥s 2021. 10. 18. 23:19

아이의 아홉번째 생일 이후 한 달만에 큐가든에 다녀왔다.  한 3주 동안은 아이가 월-토 너무 바쁜 시간들을 보내서 일요일은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아이는 지난 주 (피로로 인한) 감기에 걸려 이틀은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러고도 꼼짝마 모드를 며칠 간 유지하고서야 체력을 회복한 아이.  여전히 훌쩍이기는해도.  그래서 점심 먹고 산책하고 커피나 마시자는 생각으로 큐가든으로 향했다.  마침 가을학기 중간방학을 맞이해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그루팔로Gruffalo and child를 테마로한 걷는 길trail이 마련되어 그 길을 가보기로 했다.

 

거꾸로가도 길에 마련된 조각상들을 다 볼텐데, 굳이 시작점에서 출발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와 남편).  

 

그루팔로는 3-5세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다.  숲 속에 사는 괴물인 그루팔로와 지혜로 목숨을 구하는 쥐의 이야기.  그리고 주변 인물 - 뱀, 부엉이, 여우.  그루팔로는 그루팔로와 아이The Gruffalo and child, 스틱맨 The Stick man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이번 이벤트는 그 후속편을 소재로 했다.
벌써 아홉살이 되어버린 아이에게는 조금 심심하기도 했지만, 유아를 대상으로 하니 걸어야 하는 길이 짧아서 나는 좋기도 했다.  그 유아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4~5살쯤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우리는 이 그루팔로와 아이를 웨스트앤드에서 공연으로 보기도 했다.  비록 아이가 100% 즐길 수 있는 때가 지나버렸지만, 아이는 약간 유아적인 취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서 좋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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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뜻밖의 카드를 받았다.  친구가 지난 겨울에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그때만해도 코비드로 한국에서 해외로 일반우편 업무가 이뤄지지 않을때였다.  EMS라는 해외특송만 가능했다.  카드 한 장을 몇 만원씩 주고 보낼 수도 없고 포기하려던 친구에게 선편(배)로는 보낼 수 있지만 3~6개월 가량 걸릴꺼라고 안내를 해줘 '어차피 늦은 카드'하면서 보냈다고 한다.  12월 24일 소인이 선명하게 찍힌 그 카드가 지난주, 10월의 한가운데 도착했다.  늦게라도 도착했으니 우리에게 기대하지 않은 기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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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때가 있다.  다만 '그 때'가 서로 다를 뿐.   '때의 종류'가 다르기도 할테고.  그렇게 믿으며 '나의 또 다른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