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오징어 게임 파장

토닥s 2021. 10. 28. 08:43

페이스북에서 한 선배가 먼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게 있구나’ 생각해도 볼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작년 여름 이후 한국의 이모가 아이에게 넷플릭스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아이만 한 동안 한국음성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뿐 우리는 관심도, 시간도 없었다. 우리집 TV는 아이가 깨어 있을 땐 어린이채널 고정, 아이가 잠들거나 학교에 있을 땐 뉴스채널 고정이다. 일년이 넘는 동안 ‘필이 좋은 여행’이라는 음식 프로그램 몇 편 봤다.
선배의 포스팅을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 관련된 뉴스들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아이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본 아이들이 학교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주로 하는 roblox라는 게임에 오징어 게임 버전이 있어 아이들이 관련된 걸 검색해보다 실제 프로그램 영상을 접하기도 하니 가정에서 관리해달란 메일이었다.
사실 그 때까지도 우리 주변엔 관련 뉴스는 봤어도 그걸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의 가족들에게 물어보니 잔인해서 중단하거나 몇 에피소드는 건너 뛰었다고.  한국의 친구들도 본 사람이 없었다. 왜 우리가 친구겠나. 나랑 비슷하게 소심하고 겁 많은 사람들이다.


이번 주 월요일 한 4-5년만에 친구 가족을 만났다.  친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있는 Roald Dahl 박물관에 가면서 친구를 만나볼까 연락을 했는데,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제안해와서 박물관을 본 뒤 친구네에 들렀다.
식사 준비하며 그 동안 밀린 근황을 공유하고, 친구가 준비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마무리 될쯤 친구가 먼저 이야기 꺼낸 ‘오징어 게임’.  우리는 어떻게 봤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보지도 않았고 볼 생각도 없다고 하니 친구 부부는 너무 재밌게 봤다며 우리에게 권했다.  영국 영국한 남편을 만나 영국 영국한 동네에 살면서 냇플릭스로 우리보다 더 많은 한국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깜놀.  세상 참 신기방기.

친구네 동네에서 본 무지개

오늘은 아이 학교 친구들과 큐가든을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함께 가려고 계획했던 일행 중 코비드 확진자 발생. 그래서 찜찜한 기분에 계획을 다 취소했다. 집에서 뒹굴자니 아이도, 나도 힘들어서 인근 공원에 가자는 친구의 부름에 ‘넵!’하고 나갔다.  아이의 주말학교 친구였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모르는 아이들과 어울려 한국식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었다. 누리도 한국에서 이모와 해본 경험이 있어 아이들 놀이에 끼어 한참 시간을 보냈다.
영국에도 그런 게임이 있나. 잠시 검색을 해보니 영국에서 ‘무궁화..’게임이 ‘what’s the time mr wolf?’라는 글이 있는데, 그건 전혀 다른 게임이다. 미국엔 ‘game of statu - red light, green light’라는 게임이 있다고 한다. 이건 ‘무궁화..’게임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것도 ‘오징어 게임’ 영향인가 생각하고 아이 친구 엄마와 웃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원어로 ‘무궁화..’게임을 가르쳐줄껄 그랬나.

그런데, 내가 어릴 땐 ‘오징어 게임’이 아니라 ‘오징어 달구지’라고 그랬다. 참고로 고향 부산.  다른 곳에선 ‘오징어 게임’이라고 불렀나?  처음 선배가 ‘오징어 게임’이라고 했을 땐 그 놀이인 줄 몰랐다. 관련된 뉴스 - 어릴적 놀이들을 통한 서바이벌이라는 걸 읽고 나서야 ‘아..’했다.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