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1년

[life] 젠더와 코비드(feat. 길 위의 마스크들)

토닥s 2021. 11. 13. 02:02

지난 화요일 볼 일이 있어서 오버그라운드(지상철)을 타고 내가 사는 곳과는 반대편 동북방향 런던에 갔다.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 복잡함을 피해 가고 싶어 오버그라운드를 선택했다. 내가 오버그라운드에 오른 시간은 바쁜 출근 시간을 약간 넘긴 9시 몇 분 전이었다. 종점에 가까운 역이라 앉아서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앉아서 오버그라운드 안 사람들을 보니 열 명 중 두 명 정도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 몇 정거장마다 한 번씩 TFL(런던교통공사) 내 지하철, 지상철, 버스를 이용할 땐 마스크를 쓰라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그걸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이어폰을 귀에 꼽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절반 이상. 그런데 마스크를 쓴 열 명 중 두 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한 20여분 이상 오버그라운드를 타고가는 동안 마스크를 쓴 남성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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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에 걸린 사람들 중 남성이 많고, 따라서 중증으로 발전한 경우도 역시 남성이 많다는 통계들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물론 남성들의 위생의식이 여성들보다 낮아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고, 흡연인구가 많아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다. 거기에 마스크 착용을 포함한 방역 준수 비율까지 따져보면 남성들이 코비드에 취약하다는 통계가 전혀 의심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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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쯤 뒤에 나를 좀더 런던의 동북쪽으로 데려다줄 노선으로 갈아탔다. 그 열차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을 보았다. 한 사람은 일명 '턱스크'를 하고 있었고, 한 사람은 코를 드러내고 입만 가린채 편안하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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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좋아서 쓰는 사람은 없다. 불편해도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다. 여성들만 특히 마스크가 편한 것도 아니다. 불편한 걸 조금도 못견디는 건, 그런 수가 남성이 조금 더 많다는 건 동서양이 같은가보다. 왜!? 그렇게 키워졌고, 그렇게해도 사회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성별로 편가르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여성으로 살아보니 그런게 보인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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