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나다.

[day13] 아들의 귀환

토닥s 2017. 4. 13. 00:21
누리가 어릴 때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아이가 아들이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때는 '어딜봐서!'하며 혼자 화륵화륵 했는데 지금와서 지난 사진을 보면 내가 봐도 아들 같아 보인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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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먼 길을 떠나는지라 조신하게 보냈다.  나는 당분간 받지 못할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챙겼다.  누리는 미뤄둔 여권사진을 찍었다.

영국에 돌아가 영국여권을 갱신하기 위한 사진이다.  영국에서는 보정 같은 과정 없이 여권사진 규정에 맞춰 찍어만 준다.  5년 동안 쓸 여권사진을 이쁘게 찍고 싶어 한국에서 찍고 싶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네 사진관에 가서 여권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머리를 묶어달라고.  두 가닥으로 묶을까 고민하다 한 가닥으로 묶었다.  그런데 아저씨가 애써 앞으로 쓸어내렸던 곱슬 앞머리를 챡 갈라 차분히(?) 붙이셨다.

찾아온 사진을 보니 이렇다.

가르마도 가르마지만 잔머리까지 포토샵으로 다 밀어버리고 나니 완전 아들이다.  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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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찍을까 진지 고민 중이다.  머리 풀고 앞머리 내리고 '다른 사진관'에서.  만2천원인데 그래도 될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