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72

[life] 아르헨티나인들과의 수다

요가를 시작한 것이 2월이니까 벌써 6개월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인기있는 수업은 아니라서 보통 4~6명 정도가 고작이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은 3명정도. 나, 지비, 그리고 실바나. 실바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왔다. 아르헨티나에서 4~5년 정도 미국계 통신회사의 콜센터에서 일한덕에 유창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한다. 실바나와 수업시작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언제 한 번 한 잔'이란 이야기가 자연스레 오갔다. 그러기를 몇 주 마침내 날을 잡아 일요일에 맥주 한 잔 하기로 하였는데, 실바나가 제시한 시간은 저녁 8시쯤으로 우리에겐 무척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리치몬드 파크에서 차 한 잔으로 의견을 바꾸어 마침 실바나를 방문한 그녀의 친구 이바나와 리치몬드 파크로 갔다. 일전에 아는 한국인..

[taste] 삼양 간짬뽕

이미지출처 : www.cmong.com지난 주말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사온 삼양 간짬뽕. 나는 그냥 짬뽕라면인줄 알고 사왔다. 집에와서 먹으려고 보니 '볶음 간짬뽕'인 것이다. ''볶음'은 뭐고 짬뽕이 아닌 '간짬뽕'은 뭘까?'하면서 조리법대로 끓였다. 지비에겐 "매운 스파게티라고 생각해"하면서. 별 준비가 없었던터라 특별히 해물 하나 넣지 않고 끓였지만 참 먹을만했다. 달랑 2개만 사온턱에 당분간 다시 먹을 일이 없겠지만, 다 먹어버렸으니까, 다음엔 꼭 해물을 넣고 먹어봐야겠다 싶다. 맛은 무척이나 맵고, 조미료 맛이 강했다. 라볶이의 면 같았다고나. 그런데 가끔 그런 얄궂은 조미료맛도 그립다. 가끔 먹어야겠다. 누가 "어떤 음식 좋아하니?'라고 물으면 "라면이랑 커피"라고 할 정도로 라면을 좋아하는데..

[book]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장 지글러(2007).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한참 전에 나왔고, 남들 다 읽을 책을 왜 이제야 읽었냐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진가 최민식 선생님까지 내게 이 책 읽으라고 권할 정도였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그러다 구입, 이곳까지 운반하는데 두 달. 이틀전 해질무렵 읽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후기만 남겨놓고 다 읽어버렸다. 다음날 눈뜨자말자 나머지 부분을 읽고서 일어서서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글쓴이의 아들인지 딸인지 모를 '카림'에게 기아가 무엇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사실 별로 내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현상1-원인-현상2(결과) 낮은 눈높이로 정리되..

[life] 라마단과 만두

8월 11일로 이슬람의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여느때 같았으면 라마단이 무엇이고, 그에 대한 인지조차 없이 8월 11일은 그냥 8월의 어느 하루로 지나갔을테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어제가 라마단의 시작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 사는 집은 수단인 남매 핫산과 라잔이 가족의 도움을 받아 구입한 집이다. 핫산은 이곳 의사고 라잔은 이곳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취직을 하였으나 2008년 경기 불황으로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 직업을 잃고 우리가 이집으로 이사올 즈음 부모님이 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름이 무척 더운 관계로 여름나기와 휴가를 겸하여 핫산의 어머니와 라잔, 그리고 또 다른 여형제 알와가 4주간 런던으로 왔다. 핫산은 사실 이 집에 방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집에 살지 않..

[book] 렙소디 인 베를린

이미지출처 : www.yes24.com구효서(2010). . 뿔. 예전에 이 작가의 수필집을 읽은적이 있다.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글 참 평범하게 쓰네'였다. 별로 글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 작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참 잔인하네'였다. 이런 걸 사람들은 '남자답다'라고 하는 걸까도 싶고. 문학웹진 뿔에서 2009-2010년 6개월동안 연재한 글이라고 한다. 연재 당시 네티즌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는 광고글. 그런데 그 호응이 포지티브였을까? ▶ 이 책은 한국계 일본인이면서 독일에 체류중인 이근호라는 사람이 하나코라는 일본인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이근호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 주요 내용은 하나코가 40년전 헤어진, 그리고 얼마전 자살한 첫사랑 겐타로의 행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

[life] 마지막 선물

아버지가 데려온 새어머니가 매서워 나고자란 두뫼산골을 등지고 부산이라는 도시로 시집을 갔다. 시집은 대가족이었다. 먹고 살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집을 왔지만, 그도 듣던바와 달랐다. 남편과 시가족은 다들 그러하듯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남편과 대가족이 다닿은 곳은 일본의 오사카와 가까운 고베. 고베는 강제든 그렇지 않든 일하러온 조선사람들이 많았다. 항구여서 공장, 군수공장이 많았다. 집안의 일할 수 있는 남자들은 공장으로 일하러 갔고, 여자들은 조선 사람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밥장사를 하였다. 그곳에서 두 딸을 낳았다. 열아홉살, 스무살 때 일이다. 날이 갈수록 먹고 살만해졌지만, 날이 갈수록 연합군의 비행기 공습도 잦아졌다. 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겨우..

[book] 다문화이해의 다섯빛깔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2010). . 한울. 이 책을 두달 걸려 배로 한국에서 여기까지 실어오지만 않았어도 씁쓸함은 상쇄됐을테다. 문제는 여기까지 실어오는데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고, 나는 두달을 기다렸다는 점이다. 씁쓸함은 노여움으로 변하기 직전. 다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여성의 삶, 의목의 의미, 꽃과 과일 그리고 주거의 차이를 각국 별로 살펴보았다. 그래서? 정부가 이모양 그꼴이라 각종 공익사업들이 재정부터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런 책은 어떤 기획으로 어떤 기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적당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글쓴이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 글이 어처구니 없다고 하여. 그냥 무엇이 핵심인지 나로하여금 알지 못하..

[life] 한국, 미국, 영국 그리고 폴국

이미지출처 : www.martialartsplanet.com지비가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산 건 지난번 한국에 오기 전인데, 그때 내가 그 문법책을 보고 '별로'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런던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글을 배우려고 하는데 기초반1은 잘 없기도 하거니와 빈자리가 나지 않아 '어느 정도' 한국어가 되면 기초반2로 들어갈 수 있다는 답변을 받고 그 '어느 정도'를 자가학습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이번주 월요일부터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 앉혀놓고 "한글은 말이지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 자음과 모음의 발음을 알면 의미를 몰라도 읽을 수는 있게 돼", "그러니까 일단 외워", "ㄱ, ㄴ, ㄷ, ㄹ, ...", "ㅏ,ㅑ, ㅓ ㅕ, ..." 30분도 안되서 잠..

[coolture] BBC Proms

D-3days다. BBC Proms라고 여름마다 진행되는 클래식 공연축제다. 6월말부터 9월초까지 진행된다. 공연 프로그램은 클래식이 주지만, 사이사이 현대음악도 끼여있다. BBC가 주최하고, 로열 알버트홀에서 진행되는 행사로 저렴하게 수준급 공연을 접할수 있다고. 처음 영국으로 오는 비행기안 가이드북에서 읽었다. 영국에 처음 도착하고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정신없이 지내다가, 한 동안 살집을 구하고 안심하게 된 어느날 TV에서 프롬스 마지막 공연실황을 보았다. 그때 '아, 프롬스..'하고 생각했다.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지난해 영국을 떠나기 전 프롬스 광고와 예매가 시작되었다. 또 '아, 프롬스..'하면서 내 인생에 저걸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때 생각으론 돈 벌게 되면 저 기간..

[book] 엄마를 부탁해

이미지출처 : www.yes24.com신경숙(2008). . 창작과비평. 두 해 전에 친구 수진이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한 책이다. 평소에 내가 읽어본 책을 주변에 선물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사주었다. 그러고선 나도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했는데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첫번째 이유는 왠지 소설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 '내가 한가롭게 소설이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하지만, 소설읽는 나를 힐난했던 작은언니 때문에 소설은 늘 읽고 싶지만 멀리하게 되는 존재다. 그래도 늘 선망하는 존재라고 할까나. 두번째 이유는 신경숙의 책이 너무 재미없는 기억으로 남아서다. 내식으로 표현하자면 건조한 리얼리즘계의 책을 써내는 작가인데,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목이 마르다 못해 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