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72

[taste] 3월 Mahdi

2월을 건너 뛰었다. 2월에 한국레스토랑 김치 Kimchee에 가면서 카메라를 들고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처음 가본 한국레스토랑이건만. 지비와 둘만 간 것이 아니라 김치레스토랑과 집이 가까운 안토넬라와 함께 가려고 이것저것 고려하느라 정신이 없었던게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잊고 갔다. 다음에 다시 갈 기회가 있으니, 지금 일하는 곳의 대표님이 소유한 곳이라 직원 할인이 된다, 그때 다시-. 3월은 집에서 걸어 갈 수 있는 마흐디 Mahdi라는 이란레스토랑에 갔다. 웬지 레스토랑이라니 거창하다만, 그냥 이란식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지비가 꼭 함께 가자, 가자고 한지가 어언 몇 달,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오고서 바로 갔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 주말 집청소하고, 점심을 먹..

[life] 폴란드

정확히 일주일전 일어나서 휴대전화를 켠 지비가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폴란드가 어쩌고, 비행기가 어쪄고.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BBC뉴스를 보고서야, 러시아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는데, 그 비행기에 폴란드의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요인들이 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참 그런 것이, 지비의 설명에 의하면, 그 날은 그들의 목적지인 지역 폴란드인을 러시아에서 학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이 공무원 등 사회의 엘리트층이었다고 한다. 비극을 추모하기 위한 날 또 다른 비극이 생겨난 것이다. 지비 역시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참 슬픈날이라고. 그날 마침 집으로 와사비에서 함께 일하는..

[life] 자전거

처음 영국에 올때 '느리고', '오래된' 이라는 이미지와 잘 맞는 이곳 문화에 발맞추어 자전거로 이동하려고 속성으로 삔양에게 자전거를 배웠다. 영국에 오고나서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일단 한국처럼 1~2시간 대여하는 시스템이 잘 없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1시간에 10파운드다, 한달|씩 장기 대여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 가격이 한 대 새로 구입하는 것과 가격이 맞먹어서 영국에서 자전거 한 번 못타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영국으로 오기 전 담양에 놀러가서 언니와 2인용 자전거를 탔다. 그것이 최근 1~2년 사이 나의 자전거 경험기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고 나서, 산책을 나갈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걸어서 30분 정도라야 차를 마실 수 있는 동네가 나오는 주..

[life] 일용할 양식

두 달 전에 한국을 떠난 책이 배 타고 바다 건너서 드디어 도착했다. 금새 읽어버리겠다. 한 동안 일용할 마음의 양식과 함께 도착한 언니의 선물. 지난 겨울 일본에 갔을 때 샀단다. 공을 발로 들고 있는 고양이는 지비 것, 그리고 엎드린 승려는 내 것이다. 3개가 세트인데, 나머지 둘은 언니들이 각각 하나씩 가지고 한 개를 내게 보냈다. 모자 아래 숨겨진 음흉한(?) 웃음을 보고 한 참을 웃었다. 엎드린 승려의 잘 보이지 않는 웃음. 한 가운데서 약간 빗겨난 곳에 위치한 승려. 이런 걸 영어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지비는 그저 버섯 같단다. sony w70

[taste] 1월 POSK

1월의 맛집이었던 POSK. POSK는 레스토랑을 포함한 폴란드문화예술센터(The Centre for Polish Arts and Culture)입니다. 지비 친구 발디의 영국인 여자친구가 이곳에서 폴란드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언제 한 번 가자는 이야기가 나온지 한 달여 만에 가봤습니다. 사실 1월 말 폴란드에 가기 직전이라 폴란드 가면 폴란드 레스토랑에 갈텐데 여기서 돈을 꼭 써야할까 생각했지만 지비가 은근히 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눈치더라구요. 그 뒤엔 저도 폴란드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겠지요. 워.. 워.. 지금 영어도 힘들어, 지비. 인근 Hammersmith에 POSK과 Polanka라는 작은 폴란드 식품점+까페가 있는데 어느 곳을 가볼까 고민하다, 폴란카는 지금 살고 있는..

[life]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지난 주 이사를 했습니다. 평일 금요일 저녁에 그 전 집주인이 옮겨주길 바래서, 2주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전주에 일부 짐을 옮기고, 다시 일주일 뒤에 짐을 완전히 옮겼죠. 하루든 이틀이든 비용을 더 지불하고 토요일 아침에 이사하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새롭게 들어올 사람이 있어서인지, 안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2주에 걸쳐 힘들게 이사를 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그나마도 없는 살림도 없이 궁핍하게 살았습니다. 한 이틀 머물 곳이 없었는데, 새롭게 이사온 집주인이 빈방에 머물도록해주어 그 방에 이틀 머물다, 지금 살게 된 방이 비는 주말 이사를 완전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느낀 건 정말 집주인이란 건 좋을 수가 없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은 이사를 가겠다고..

[taste] 12월 Wagamama

영국와서 달라진 생활방식 중의 하나는 외식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커피는 여전히 하루의 한 잔 정도 밖에서 마시는 것 같다만. 외식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가격대비 맛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리실력이 늘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 외식을 잘 하지 않지만, 2009년의 마지막 날은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외출에 나섰다. 지난해 TV로 보았던 불꽃놀이도 보고, 친구도 보고. 그런데 약속한 친구는 집에서 밥을 먹고 오겠다고 해서, 우리만 외식을 잘 안하는 건 아니다, 지비랑 둘이 먼저 밥을 먹고 이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지난해 불꽃놀이를 갔던 친구의 말이, 레스토랑마다 사람이 가득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나름 일찍 6시쯤 저녁을 먹으러 s..

[taste] 떡국

영어로하면 떡은 Rice cake이고, 국은 soup이다. 고로 떡국은 Rice cake soup인데, 지비에겐 참 이상하게 들릴 것 같다. 케잌을 쌀로 만드는 것도 이상하고, 케잌으로 스프라니 말이다. 지난 주 런던 근교 뉴몰든 Newmalden 한국 가게에 가서 설에 떡국을 끓일 가래떡을 샀다. 이곳 사람들에겐 발렌타인데이 이상의 의미가 없는 오늘 왜 떡국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저녁으로 떡국을 먹었다. 다시 티백으로 우려낸 국물에 가래떡에 양파, 양송이버섯, 브로콜리를 넣고 마지막에 달걀을 풀고 김을 놓아 완성한 떡국. 얼마전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점점 요리실력이 늘어 한국식당을 차려야 할 것 같다는 글을 보고 웃었는데, 요즘 내가 그 생각이 간절하다. 내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이야. (..

[life] 북방한계선

[2010.02.05.작성] 지난 주말 폴란드에를 다녀왔다. 지비의 고향. 우리가 가기 전 20년만의 폭설이 내렸고, 있는 동안에도 밤낮으로 짧은 시간 눈이 내렸다. 한국에서도 따듯한 곳에서만 살아온 나로써는 -10도가 쉽게 넘어버리는 날씨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다. 집에서만 복작복작 그렇게 보내다 왔다. 정말 가족방문다운 방문이었다고나 할까. 지비가 캐나다나 호주에서 살고 싶다고 할때, 그려러무나 했는데 이번 겨울을 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여름은 부산 또는 런던에, 그리고 겨울, 그러니까 11월~3월까지는 호주에 살 수 없을까하는. 사계절의 소중함을 알지만서도, 그래도 추운 건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내가 살 수 있는 북방한계선은 부산 또는 런던이 아닐까 싶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밤공기가 달라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