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폴란드

토닥s 2010. 4. 17. 17:16

정확히 일주일전 일어나서 휴대전화를 켠 지비가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한다.  폴란드가 어쩌고, 비행기가 어쪄고.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BBC뉴스를 보고서야, 러시아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는데, 그 비행기에 폴란드의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요인들이 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참 그런 것이, 지비의 설명에 의하면, 그 날은 그들의 목적지인 지역 폴란드인을 러시아에서 학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이 공무원 등 사회의 엘리트층이었다고 한다.  비극을 추모하기 위한 날 또 다른 비극이 생겨난 것이다.  지비 역시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참 슬픈날이라고.

 

그날 마침 집으로 와사비에서 함께 일하는 스태프를 점심 초대한 날이라 마냥 컴퓨터 앞에서 그러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점심을 먹고 산책삼아 레이번스코트 파크 근처에서 차를 한잔하고, 지난 길에 POSK(폴란드 문화예술센터)앞을 가보았더니 조기가 달려 있었다.

잠시 동안 그 앞에 머무르는데 많은 사람들이 조화를 들고 찾아왔다.

'애국심'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지비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인 것 같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대한 나를 떠올려보아도 그렇다.  그 사람을 지지하고 그렇지 않은 것과는 상관없이, 죽음은 죽음대로 충격적이고 또 슬퍼야 마땅한가보다.

 

그 주말 폴란드의 지비 형과 형수에게 전화를 했다.  폴란드가 어떻냐고 물었더니, 너무 무겁고 슬프다고 한다.  하우스 메이트 중에도 폴란드인들이 적지 않아 그 이야기가 오래도록 나누었다.

지난 주말은 여기저기서 폴란드인들의 기도회, 대사관 방문 등이 이어졌다.  오늘이 장례식이라고.

 

나는 또 이렇게 나와 전혀 닿아있지 않았던 세계와 그 세계의 역사와 닿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만남이라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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