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taste] 12월 Wagamama

토닥s 2010. 2. 22. 08:35

 

 

영국와서 달라진 생활방식 중의 하나는 외식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커피는 여전히 하루의 한 잔 정도 밖에서 마시는 것 같다만.  외식을 잘 하지 않는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가격대비 맛이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리실력이 늘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고 있다.

 

외식을 잘 하지 않지만, 2009년의 마지막 날은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외출에 나섰다.  지난해 TV로 보았던 불꽃놀이도 보고, 친구도 보고.   그런데 약속한 친구는 집에서 밥을 먹고 오겠다고 해서, 우리만 외식을 잘 안하는 건 아니다, 지비랑 둘이 먼저 밥을 먹고 이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지난해 불꽃놀이를 갔던 친구의 말이, 레스토랑마다 사람이 가득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나름 일찍 6시쯤 저녁을 먹으러 southbank로 갔다.  그런데 벌써 그시간 많은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은 단 한 곳, 와가마마 wagamama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줄이 길어 다른 곳을 찾아나섰지만 문을 연 곳이 없어 다시 와가마마로 가서 우리도 줄서기 대열에 합류했다.

줄을 선지 십여 분, 직원의 말이 7시를 기준으로 문 안쪽에 선 사람들까지만 받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돌아가면서 우리는 조금 더 앞쪽으로 갈 수 있었는데, 우리가 7시에 문 안쪽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2009년의 마지막 날 와가마마의 마지막 손님은 우리였다.  우리를 끝으로 줄서서 기다렸던 사람들은 저녁도 못먹고 돌아가야했다.

2009년의 마지막 날 운이 좋다는, 그래서 2010년도 좋을 것 같다는 좋은 기분으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주문했다.

나는 해물라멘을 지비는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시켰다.  맛이 정말 오묘했다. ('ㅅ' );;

옆에 앉았던 여자분은 혼자였는데 언뜻봐도 집 나온 가정주부 같았다.  뭐라도 한 마디 말걸어줄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wagamama도 나름 성공한 브랜드 중에 하나인데 정말 맛이 '기대이하'였다.  맛도 맛이지만 돼지로 우려낸 국물을 이용한 하카다식 라면이서 더욱 내가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날의 마지막 손님이어서 기분 좋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오랜만에 마신 아사히 맥주가 맛있었다는 점만으로 만족하며 wagamama를 나섰다.

 

그 날 저녁을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한 달에 한 번쯤 외식을 하는 것은 어떠냐고.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12월 wagamama'가 됐다.  그렇다면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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