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taste] 1월 POSK

토닥s 2010. 3. 14. 07:34

1월의 맛집이었던 POSK.  POSK는 레스토랑을 포함한 폴란드문화예술센터(The Centre for Polish Arts and Culture)입니다.  지비 친구 발디의 영국인 여자친구가 이곳에서 폴란드어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언제 한 번 가자는 이야기가 나온지 한 달여 만에 가봤습니다.  사실 1월 말 폴란드에 가기 직전이라 폴란드 가면 폴란드 레스토랑에 갈텐데 여기서 돈을 꼭 써야할까 생각했지만 지비가 은근히 뭔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눈치더라구요.  그 뒤엔 저도 폴란드어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겠지요.  워.. 워.. 지금 영어도 힘들어, 지비.

 

인근 Hammersmith에 POSK과 Polanka라는 작은 폴란드 식품점+까페가 있는데 어느 곳을 가볼까 고민하다, 폴란카는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오게 되면, 그 전에 계약을 마쳤던터라, 언제든지 일요일 오후 차마시러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POSK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지비도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POSK에 대해서 지비 친구는 과거 폴란드의 사회체제의 느낌이 물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전 더욱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옛날 폴란드=사회주의체제'의 느낌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가보니 그 분위기는 마치 오래된 호텔 식당 같았습니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그 시간에 손님이라곤 티를 마시며 폴란드어로 대화하는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이 전부였습니다.

 

저도 지비를 만나기전 몰랐던 사실이지만 폴란드인은 영국에서 인도인들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의 소수민족입니다.  소수민족이라고 하기에도 뭣할만큼 많죠.  줄곤 가난했던 폴란드인들이 고향을 떠나 계속해서 이주해오기도 하였고,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폴란드인들이 고향을 떠나 영국으로 왔습니다.  그 세대를 1세대 이민자라고들 하더군요.  그 시기 국적이 폴란드면서 민족적으로 유대인인 사람들은 영국을 한 번 거쳐 다시 미국으로 많이 이주했다고 합니다.  미국 시카고엔 해외 폴란드인 커뮤니티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폴란드 이민자 집안 중 가장 성공한 집안이 Marks and Spencer 집안이 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의류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막스 앤 스팬서는 영국에서는 식품유통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류 등 문어발식 경영을 했다 큰 손해를 보고 지난해 경제위기때 이례적으로 많은 직원을 감축했다지요.  지비는 그 집안이 폴란드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집안은 유대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비록 폴란드에서 왔더라도 말이죠.

2세대 이민물결은 70~80년대 영국의 산업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저임금 노동자로 들어온 폴란드인들입니다.  당시 폴란드의 사회적 분위기가 거의 망명 수준에 가까운 이민물결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3세대 이민물결은 2004년 9월 폴란드가 유럽경제공동체(EEA)에 든 후 비자의 제한을 받지 않고 영국에서 거주, 노동할 수 있게 되자 많은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여전히 폴란드가 가난하기 때문이죠.  그 수가 300만명이라고 하니, 부산의 인구에 가까운 수가 고향을 떠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비도 그 중에 한 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비의 사촌형이 이미 폴란드의 EEA가입 이전에 고향을 떠나 영국에 살고 있었고, 사촌형의 권유로 폴란드의 EEA가입과 동시에 지비는 영국으로 왔습니다.

여기서 폴란드인들의 간략 영국이민역사는 줄이고 다시 본론인 POSK의 레스토랑으로 돌아가자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무거운 식당의자와 테이블에 놓인 생화.

일단 주문부터 하고보자는 마음으로 메뉴를 열었으나 그저 막막.  starter-main dish-dessert로 구성된 런치메뉴를 시켰습니다.

 

starter는 고기페스트리와 비트루트 스프.  폴란드 사람들은 비트루트 스프를 잘먹더군요.  평소엔 인스턴트를 먹고,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이나 가족모임엔 진짜 비트루트 스프를 먹더군요.  그래서 저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먹는 것 같습니다.  약간 시큼한 맛이 김칫국 같다고나 할까요? ( ' ')a

 main dish로 저는 돼지고기를, 지비는 쇠고기를 시켰습니다. 

보이는 것이 제 접시구요, 고기 옆에 놓여진 것은 메밀입니다.  폴란드 사람들은 고기와 함께 감자나 메밀을 끓여서 물을 제거한 뒤 먹더라구요.  투명한 티백에 담겨 있는 통째로 10분쯤 끓인 뒤 건져내서 먹습니다. 

건강식이면서 맛도 좋고, 제겐 밥을 대신해 먹을 수 있는터라 자주 먹습니다.  밥은 2인분만 하기 어렵지만, 메밀 백 하나 끓이면 둘이서 나눠 먹을 수 있어 간편합니다.  폴란드인들에게 그렇게 메밀이 친숙한지라, 제가 메밀티를 들고와서 나눠줬을때 사람들이 한참을 웃더군요.  "메밀을 차로 먹어?"하면서 말이죠.

dessert로 나온 치즈케잌.

 

둘이서 먹은 가격이 22파운드 정도였으니 그렇게 비싼편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렴한 축에 속하죠.  가격대비 맛도 좋고 말이죠.  별점을 주자면 ★★★★☆쯤 되겠네요.

식사를 마치고 지하 재즈까페에서 열리는 공연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말이 재즈까페이지 소규모 공연장 같은 곳이더군요.  폴란드 남부 산악지대의 민속춤 공연.  말은 안통해도 어떤 내용인지는 알겠더군요.  사내들이 처녀들에게 추근대고, 화답하고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춤도 춤이지만 춤추면서 지리는 괴성에 가까운 추임새가 너무 특이했습니다.  짧은 동영상도 찍었으니 다음에 한 번 올리도록 하죠.

POSK http://www.posk.org/index.ph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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