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72

[life] 꿀벌

내가 사는 방 지붕위에 꿀벌 집이라도 있는 걸까? 참고로 나는 지붕아래 방에 살고 있다. 옥탑방은 아닌데 하여간 뭐 그런. 낮에 창문을 열면 30분이 못되서 벌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겨우 방안에서 꿀벌을 몰아내면 다시 30분이 못되서 벌이 들어온다. 같은 녀석일까? 창문을 닫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니 두 세 마리의 벌이 창문 주변을 날고 있다. 창문을 열 수도 없고, 귀찮네. 거참.

[book] 소수자와 한국 사회

이미지출처 : www.yes24.com박경태(2008). . 후마니타스. 예전에 글쓴이가 인권에 관해서 쉽게 풀어쓴 를 읽었다. 이런 주제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읽게 될 것이라고 꿈도 못꾸었다. 그 책이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인권이나 소수자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단어를 알고 모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은/는/이/가와 술어빼고 어려운 개념이 그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혼혈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시도되는 여러가지 표현들(코시안, 온누리안 등등)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의미있는 합성어를 개발해도 현실에서 ..

[life] 폭력에 관한 짧은 생각

김규항의 블로그를 요즘 열심히 읽는다. 그렇다고 지난 글까지 찾아 있는 건 아니고 매일 방문해서 새 글이 올라오면 읽는 정도.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당선된 서울시교육감이 체벌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두고 왈가왈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규항의 블로그에도 그와 관련된 기고들이 올라와 있었다. 간단하게 정리된 입장의 차이는 이 정도. “교사의 교육 포기라든지 교수권 침해,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교총 대변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교육도 교수권도 수행할 수 없는 교사는 교사직을 포기해야 한다.”(고래 발행인)참고로 고래발행인이 김규항이다. 나는 학교폭력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십수년 전에) 여학생 뺨을 때렸다가 다른 학교로 쫓겨간 선생..

[life] 근황

6월 말로 일하던 와사비를 그만두었다. 일도 익숙해지고, 월급 역시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발목을 잡아 끄는 무엇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새롭게 시작하고자 와사비를 그만두었다. 사실 일은 힘들었지만, 일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힘들게 살고 있는 이민자의 한 단면을 접할 수 있었고, 야무진 야망을 가진 젊은이들도 만날 수 있었고, 한국형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와사비의 일원들을 통해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그냥 사소하게는 고객들과 나누는 small talk이 익숙해졌다는데 혼자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7월 초 영국을 방문한 지비의 여동생들과 때아닌 런던 관광을 열흘동안 즐겼다. 사실 당시는 너무 힘들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시누이들과 지비도 없이, 절반은 지비..

[book] 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

이미지출처 : www.yes24.com박은경(2010). . 쌤엔파커스. 여행, 가족 등등 복잡한 단어의 조합을 이유로 이 책을 샀다. 사실 여행이 가고 싶어서, 대리만족하고자 이 책을 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기획과 시나리오 영역에서 일하다 인도로 가서 열세살 연하 남편(와!)을 만나 호주에 정착하고, 호주 안에서 떠돌아다니기는 하지만,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셈이 났던 부분은 '글빨'이다. 웬지 말빨도 상당할 것 같은 글쓴이의 삶보다 그 삶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에 시셈이 났다. 또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생각한 것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야겠다와 때가 되면 우리도 한국에 최소 1년은 살아야겠다였다. 지비에게 이 책의 내용과 나의 ..

[book] 삐쳤어요? 화났어요?

이미지출처 : www.aladdin.co.kr베아타, 강지원(2009). . 다산글방. 지비가 어느날은 한국에 있는 폴란드 대사관에서 폴란드와 관련된 책들의 리스트를 발견해서 내게 메일로 보냈다. 차례로 검색해보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문했다. 책이 오기까지 우리 말고 우리가 아는 한국-폴란드 커플은 둘 뿐이었다. 한 커플은 결혼과 관련해서 공증번역을 부탁한 폴란드의 정마그다씨와 그의 남편. 나는 그녀의 외모가 담긴 사진을 보고, 그녀는 혼혈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일 것이다. 그래서 성이 '정'이다. 그렇게 추측했다. 그녀의 연령을 고려했을때, 아버지가 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추측을 하였으나, 한국인 남편을 만나면서 성을 정으로 바꾼 케이스였다. 약간 허무하였으나 우리 말고..

[book] 워킹푸어

이미지출처 : www.yes24.comNHK스페셜 워킹푸어 제작팀(2010). . 김규태 옮김. 열음사. 원저작년도 2007. 책을 읽는데 팔에는 소름이 돋았고, 마음은 참 아팠다. 부자나라 일본의 빈곤층에 관한 다큐멘터리 보고서를 만든 NHK. 그 내용을 책으로 간추려 묶었다. 일용직조차 찾기 힘든 젊은 세대.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그리고 그 대부분의 비정규직을 차지하는 여성들. 연금으로, 혹은 연금조차도 없어 80세가 다되도록 노동해야하는 노년층.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소름이 돋았고, 이미 한국에도 현실이 되어버린 이야기들이라서 마음이 아팠다. 나이들어 해본적도 없는 일로 돈벌어야 하는 내 처지를 한탄하며 얼마 전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 한탄 이전에 몸과 마음이 너무 고달팠다. 그 고..

[life] 시누이들

폴란드에서 그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 얄밉다는 시누이' 둘이 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놀러왔다. 17살 폴리나, 14살 까밀라. 이번 여행은 17살 시누에게 영어 단기연수를 시키자는 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서, 그냥 단순 여행, 그리고 한 명이 아니라 둘로 계획이 불어났다. 지난 금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간만에 나도 런던 관광에 나섰다. 참고로 이 사진은, 나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머리 크기대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다. 당연히 머리 크키가 큰 내가 가장 뒤로 가야 마땅하다.

[book] Meeting Mr Kim

이미지출처 : www.amazon.co.uk Jannufer Barclay(2008). . Summersdale. 이 책은 지비가 한국오기 전에 읽었던 책이다. 관광지와 맛집 소개가 그득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한국을 알고 싶었던 지비가 읽고 너무 재미있어 했던 책이다. 지비가 한국왔을 때 읽으라고 두고 갔지만, 그때 읽지 못하고, 런던에 와서 한국을 되새기며 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와의 만남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친구의 모든 인연와 만남은 버스터미널에서 이루어진다. 목적없이 론니플래닛 하나 들고, 텐트를 짊어지고 길을 떠나고 그리고 사람들을 만난다. 여행은 우연의 연속이었지만, 여행 후 책을 쓰는 과정에서 또는 책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역사부터 사회까지 두루 읽고 공부한 흔적을 볼 수 있다. ..

[life] 폴란드 재외국민선거

얼마 전에 언니와 통화하면서 한국의 지자체 선거 결과를 들으면서, 왜 투표를 하지 않았냐고 구박을 들었다. 부재자 투표라는 것이, 투표 당일 투표 현장에 갈 수 없는 사람이 사전에 투표하는 것이긴 한데 내게도 해당이 되는지 사실 알아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한국에는 재외동포에겐 투표권이 없다. 내 경우엔 재외국민, 아 '국민'이라는 말 참 싫은데,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에 투표권이 나왔던 것이다. 물론 출입국 기록으로는 해외 체류중이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투표라는 것이 사실 내겐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떻게 보면 지비의 경우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폴란드에는 재외국민등록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그런데 차이점은 폴란드 국민이면 국가가 지정한 해외 투표장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