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소수자와 한국 사회

토닥s 2010. 7. 29. 20:59
YES24 - [국내도서]소수자와 한국 사회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박경태(2008). <소수자와 한국 사회>. 후마니타스.

예전에 글쓴이가 인권에 관해서 쉽게 풀어쓴 <인권과 소수자 이야기>를 읽었다.  이런 주제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며 읽게 될 것이라고 꿈도 못꾸었다.  그 책이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 이유는, 인권이나 소수자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단어를 알고 모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은/는/이/가와 술어빼고 어려운 개념이 그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혼혈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시도되는 여러가지 표현들(코시안, 온누리안 등등)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의미있는 합성어를 개발해도 현실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문제점 때문에 도리어 어떤 대상을 이야기하고자하는지 받아들이기 쉬운 그냥 혼혈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글쓴이의 고민이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도 쉽게 풀어쓰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터라, 더 요구할 처지는 못되지만 앞서 말한 <인권과 소수자 이야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긴 책이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더 요구하고 싶었다.  사설을 줄이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소수자는 전통적인 소수자(장애인, 여성, 어린이 등등)는 아니다.  소수자에 대한 개념정리 뒤 소개한 한국 사회 안의 소수자는 이주노동자, 화교, 혼혈인이다.  책의 앞 부분은 딱딱한 논문형식이지만, 짚고 넘어가서 손해볼 일 없는 부분이라 그럭저럭.  구체적인 사례로써 세 소수자 집단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 말로 집중해서 화르륵 읽었다.  전반부에서 보여준 학자풍의 어투와는 다른 보통 사람의 어투가 책읽기의 속도를 더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이 맞닿는 자락들이 있어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어야할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주는 책을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만.

한국의 다문화정책이 그렇게 뒤늦게 가고 있는건 아니라는 발언을 한 언니를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다른 이민자에게 개방적인 곳은 없고 다만 시간이 걸릴뿐 얼추 제대로 가고 있다는 의견이었는데.  모든 면에서 다양성과 민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니에게 걸맞지 않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발언뒤 내가 이민자로 이곳에 살게 되면서, 언니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곳에는 법이 무서워 사회적, 일상적 차별은 없지만(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을뿐 차별은 존재한다) 이민자의 거주와 노동에 대한 통제는 상당히 벽이 높은 편이다.  나조차도 그 문제의 한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된지 벌써 4개월째.  주변의 친구들은, 이곳에서 아무런 장벽없이 살고 있던 영국인 또는 유럽인, 나를 통해서 '그런게 있구나'하고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뭐 내 현실이 그렇다고 '그나마 한국이 양반이다'라는 식의 평가는 할 수가 없다.  이곳에도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적자)들이 많지만 적어도 길거리에 차를 대놓고, 보이는 족족 잡아가는 행위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불법체류라도 일정기간 이상을 살면(좀 길긴하다) 영주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으로는 마련되어 있다.  이른바 단속이라는 것, 참 못할 일이다.  이민과 같이 없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알지만 제발 같은 사람으로써 차마 하지 못할 일들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얼마 전 스타벅스에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동남아시아인인 점원이 한국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하니 남편이 한국에서, 부산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 나는 가슴이 철렁한다.  도대체 한국에 대한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을까하고 말이다.  예전에 베트남의 한 고속도로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사장님 나빠요'하는 류의 이야기가 나오면 어쩌지하고 당황하고 있는데, 점원이 한국말 할 줄 아는게 있다며 자랑스럽게 한마디 내게 했다.  그 말은 "여보세요"였다.  그야말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였다.
그런 말이 속으로 절로나오는건 한국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면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