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근황

토닥s 2010. 7. 23. 23:24
6월 말로 일하던 와사비를 그만두었다.  일도 익숙해지고, 월급 역시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발목을 잡아 끄는 무엇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새롭게 시작하고자 와사비를 그만두었다. 
사실 일은 힘들었지만, 일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힘들게 살고 있는 이민자의 한 단면을 접할 수 있었고, 야무진 야망을 가진 젊은이들도 만날 수 있었고, 한국형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와사비의 일원들을 통해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그냥 사소하게는 고객들과 나누는 small talk이 익숙해졌다는데 혼자서 뿌듯해하기도 했다.

7월 초 영국을 방문한 지비의 여동생들과 때아닌 런던 관광을 열흘동안 즐겼다.  사실 당시는 너무 힘들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시누이들과 지비도 없이, 절반은 지비가 함께 했지만,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누이들이 돌아가고 파트타임을 구하려고 애를 쓰는 가운데, 생계는 생계대로 하지만 내 중심은 중심대로 찾아야겠다는 욕심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전부터 마음에 두었으나 일을 하는 동안은 찾아보지 못했던 런던의 단체도 찾아가봤다.  약간은 기운빠지는 방문 뒤 터덜터덜 집으로 오면서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한국의 동료들과 연락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돈 안되는 일들을, 하지만 의미있는 일들을, 돈 없이 하고 있는 동료들.  내가 그들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했다.

우연하게 들여다본 책 한 권이 번역이라는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사실 영어 못해서 여기왔고, 여전히 영어와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번역에 웬말이냐 싶겠지만.  그런 생각은 줄곧해왔다.  한국의 문학, 교양서들을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영어에서 한국어는 영어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하고 있으니 나는 그 반대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을 보고,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세상을 바꾸는데 작은 도움이 되는 책들을 찾고, 번역하고 싶다는 택~도 안되는 목표가 생겼다.

버젓이 일잘하던 걸 때려치우고 파트타임이라니 의아스럽겠지만, 나는 내 시간이 필요하고 또 길게는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고작 2주지만, 구직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영업 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구상중이다.  사실 구상과 준비는 다 끝났고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신장개업하였으나 아직 손님이 하나도 없는 사례가 되겠다( http://www.yourfriendlyit.com ).  자영업자 또는 프리랜서로 등록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는데, 그렇게 일하는 건 나인데 지비가 더 성화다.  대략의 구상과 준비가 끝난 며칠전, 지비가 그런다.  "나는 직장생활이 안맞는것 같아" 그래서 내가 즉답했다.  "안돼!  계속 다녀!"

감당안되는 인간 관계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블로그에 이런 글을 써볼까, 저런 글을 써볼까 생각하기도 하고, 밀린 사진 정리를 부담스러워하고, 엉망이 된 나의 홈페이지를 감당하지 못한채로 그렇게 계속 새로운 일을 찾고 벌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걸 오지랖이라고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