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폭력에 관한 짧은 생각

토닥s 2010. 7. 28. 20:00
김규항의 블로그를 요즘 열심히 읽는다.  그렇다고 지난 글까지 찾아 있는 건 아니고 매일 방문해서 새 글이 올라오면 읽는 정도.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당선된 서울시교육감이 체벌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두고 왈가왈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규항의 블로그에도 그와 관련된 기고들이 올라와 있었다.  간단하게 정리된 입장의 차이는 이 정도.

  “교사의 교육 포기라든지 교수권 침해,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교총 대변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는 교육도 교수권도 수행할 수 없는 교사는 교사직을 포기해야 한다.”(고래 발행인)

참고로 고래발행인이 김규항이다.
나는 학교폭력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십수년 전에) 여학생 뺨을 때렸다가 다른 학교로 쫓겨간 선생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데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학교 남아 있는 것도 인정.  나는 고래 발행인의 의견이 110%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게 있다.  교사로부터의 체벌이 사라진다해도 또 다른 종류의 학교 폭력이 남는다.  아이들간의 폭력.

요즘 세태는 학원 선생이 아이들를 체벌할 땐 아무런 문제가 안되지만(개탄할 일이다), 학교 선생이 아이들을 체벌하면 교무실로, 교장실로, 교육청으로 고발이 들어간다.  아이들의 인권의식도 예전과 같지 않아서 교사의 폭력을 참지 않는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선배들로부터의 폭력은 아이들이 참아낸다는 점이다.  물론 100%로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리까시'라는 이름으로(표준어로는 또는 서울에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후배들에게 그 폭력은 이어진다.

참고로 고등학교 때 기강이 헤이하다는 근거 없는 이유로 엎드려 받쳐를 요구한 선배에게 "왜"라고 질문하고 거부했다.  우리 동기들은 이른바 내리까시를 거부했고, 우리 대에서 동아리의 내리까시는 끝났다.  그 뒤는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네.( ' ')a 

(부단한 노력과 함께)제도적으로 체벌이라는 학교폭력을 금할수는 있지만, 이미 우리 안에 높아진 폭력의 수위를 어떻게 낮추어 갈 것인가도 함께 고민되었으면 좋겠다.


또 다른 뒷담화

연관성이 낮은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내가 처음 매니저로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도 스태프들이 가지고 있는 폭력의 수위였다.  이전의 일본인 매니저는 남자답게 스태프들에게 내지르는 고함과 화끈한 친화성을 함께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그 친화성에서 한국인은 배제되었다.  기분이 좋을땐 마음에 드는 스텝들에게 음료수를 사서 돌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땐 자리를 막론하고 고함을 지르거나 "몇살이나 됐는데 그걸 모르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것도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고함에 익숙해진 스태프들을 고함없이 매니지먼트하고 트레이닝 한다는게 너무 힘들었다.  성격상 남에게 고함을 지를 수도 없고.  반복된 잔소리 또는 부탁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나의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고 혼자서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나보다 먼저 그 브런치에서 일을 하고 있던 스태프들과 새롭게 '매니저와 스태프'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에도 또 그 기간 이후에도 사실 한국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영어로 잘못된 무엇인가를 지적하면, 고객들이 알아듣기 때문에 한국 스태프들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많이 요구하게 됐다.  참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본 매니저 때는 한국인이라고 차별받고, 한국 매니저 때는 한국인이라고 한국말로 더 시키고.

오래된 스태프들을 제외하고 내가 새롭게 고용하고 트레이닝 시킨 스태프들과의 관계는 나름 순조로왔다.  나는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스태프이고, 일반 스태프들은 서빙을 담당하는 스태프일뿐 우리는 같은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했다.   또 딱히 런던에 아는 사람이 없는 나로써는 동료로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일뿐 친구관계는 잘 형성되지 않았다.  어쨋거나 여러가지 고민끝에 일을 그만두겠다고 노티스를 준 한달 간의 일은 몸이 고될뿐 마음은 참 편했다.  그런 이유로 그 시기를 즈음하여 들어온 새로운 스태프들과는 더욱 순조로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일을 그만두는 마주막 주, 내가 일하던 브런치에서 새롭게 매니저를 할 친구가 왔다.  그 친구가 온 첫날, 잠시 밖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 온사이 그 친구와 스태프간의 다툼이 있었다.  새로운 친구는 자기의 지시에 따를 것을 요구하며 "나는 매니저고, 너는 스태프다"라고 말한 걸 그 언쟁을 본 다른 스태프가 내게 전해주었다.  새로운 매니저는 매니저대로 그 다툼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자기를 무시했다고 화를 냈다.   그런데 나는 기간의 경험을 통해 그 해당 스태프가 새로운 매니저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영어를 못알아 들었을 가능성이 100%라는데 확신한다. 
새로운 매니저와 내가 함께 하는 짧은 기간 동안 이 비슷한 일화가 더 있었다.  이른바 "매니저가 네 친구냐"건.  어쨌든 참 난처했다.  그 친구 입장에서 보면 내가 일하는 동안 매니저와 스태프의 위계를 흐트려뜨린 꼴이었다. 

그 친구가 온 첫날 내게 한 말이 "너는 스태프들에게 friendly해"였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매니저가 가져야할 소양을 나는 가지지 못한셈이고 내 앞뒤의 매지너들은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것이 관계에 동반해야 하는 폭력이라면, 좋은 말로 포장에 권위, 나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이다.  그것이 내가 매니저일을 그만둔 이유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