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폴란드 재외국민선거

토닥s 2010. 6. 21. 06:02

얼마 전에 언니와 통화하면서 한국의 지자체 선거 결과를 들으면서, 왜 투표를 하지 않았냐고 구박을 들었다.  부재자 투표라는 것이, 투표 당일 투표 현장에 갈 수 없는 사람이 사전에 투표하는 것이긴 한데 내게도 해당이 되는지 사실 알아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한국에는 재외동포에겐 투표권이 없다.  내 경우엔 재외국민, 아 '국민'이라는 말 참 싫은데,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에 투표권이 나왔던 것이다.  물론 출입국 기록으로는 해외 체류중이겠지만.  이러나 저러나 투표라는 것이 사실 내겐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떻게 보면 지비의 경우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폴란드에는 재외국민등록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그런데 차이점은 폴란드 국민이면 국가가 지정한 해외 투표장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  투표권 남용, 대리 투표 등이 의심스럽기는 했는데, 그런 걸 의심하는 것 자체가 한국적 사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얼마전 폴란드 대통령이 비행기 사고로 죽고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중이다.  폴란드의 선거위원회에 인터넷으로 등록하고 국가가 지정한 장소에 가서 투표를 하면 된다.  런던에 경우는 집과 가까운 폴란드 문화예술센터에서 진행되서, 지비랑 오늘 오전 산책 삼아 다녀왔다.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나를 굳이 데리고 들어가서, 본의 아니게 구경을 하게됐다.

투표 현장을 보면서 한국의 부재자투표가 그토록 복잡한 것은 기득권의 전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영국의 선거의 비추어봐도 정말 멀지 않은 곳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일반적인 공공기관은 물론 동네 미용실, 까페등이 선거 장소로 운영되었다.
 

대학시절 이후로 선거라는 것과 이토록 거리가 멀어진 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하지만, 현실적인 삶의 문제들에 부딪히면서 한국에 선거가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가 버렸다.  엄마와 통화하고, 언니의 말을 들으면서 '아..'하고 겨우 떠올렸다.  조금은 삶의 모양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일이지만, 마음이 먹어지지 않았다.  지비의 격려에 힘입어 더 늦지 않게 삶의 모양을 바꾸기로 했다.  어떤 모양이 될런지는 두고봐야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