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토닥s 2010. 3. 8. 04:29

 

 

지난 주 이사를 했습니다.  평일 금요일 저녁에 그 전 집주인이 옮겨주길 바래서, 2주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전주에 일부 짐을 옮기고, 다시 일주일 뒤에 짐을 완전히 옮겼죠.  하루든 이틀이든 비용을 더 지불하고 토요일 아침에 이사하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새롭게 들어올 사람이 있어서인지, 안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2주에 걸쳐 힘들게 이사를 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그나마도 없는 살림도 없이 궁핍하게 살았습니다.  한 이틀 머물 곳이 없었는데, 새롭게 이사온 집주인이 빈방에 머물도록해주어 그 방에 이틀 머물다, 지금 살게 된 방이 비는 주말 이사를 완전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사를 하면서 느낀 건 정말 집주인이란 건 좋을 수가 없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은 이사를 가겠다고 한 달전 노티스를 준때부터 1층에 사는 우리에게 2층에 있는 벽에 흠집 너희가 그런거 아니냐는 둥, 참 기분 나쁜 경험이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건, 이사오기 전 일주일전부터 히터를 꺼버린 것이었습니다.  전화도 안되고, 이사를 오고 나서도 우리가 돌려받아야 하는 디포짓을 아직 못받고 있습니다.  어제야 겨우 연락이 닿았는데, 독일에 다녀오느라 연락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독일가면서 히터를 꺼버리고 간 것이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

이전 집은 시내에서 먼 것 말고는 참 좋은 집이었다고 기억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집주인이 확실하게 돌려놓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자잘한 짐들을 정리하고, 이사온 집에 냉장고가 작아 우리만의 냉장고를 갖기로 마음먹고 작은 중고 냉장고를 인터넷을 통해서 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나름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새집에서 주말다운 주말을 보냈습니다.

늦잠자고, 아침먹고, 집청소하고, 각자 할 일 하다가 나가서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 길목에 있는 가게마다 들어가 물건 구경하고.  오늘 옥스팜에서 산 쿠키랑 차 마시면서 이야기나누고.  주말다운 주말이었습니다.  

이사온 방은 2nd floor입니다.  한국식으론 3층이죠.  뾰족한 지붕아래를 개조한 방이라서 사람이 설 수 없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 그 전집에서는 공간이 없어 박스에 싸두었던 지비의 턴테이블을 설치하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비록 20여 분 마다 뒤집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도 기꺼이 즐기며 음악을 들었습니다.  다음에 동네 구경 갈땐, 날씨가 좋다면 차 말고 걸어서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 한 잔 마시려면 (한국식으로) 3층 방에서 1층까지 내려가야하고, 음악을 계속해서 들으려면 20여 분 마다 뒤집어주어야 하지만 그런 것도 나쁘지만은 않네요.  그렇게 일요일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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