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토닥s 2010. 8. 14. 04:27
YES24 - [국내도서]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장 지글러(2007).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영미 옮김.  갈라파고스.

한참 전에 나왔고, 남들 다 읽을 책을 왜 이제야 읽었냐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진가 최민식 선생님까지 내게 이 책 읽으라고 권할 정도였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그러다 구입, 이곳까지 운반하는데 두 달.  이틀전 해질무렵 읽기 시작해 잠들기 전까지 후기만 남겨놓고 다 읽어버렸다.  다음날 눈뜨자말자 나머지 부분을 읽고서 일어서서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글쓴이의 아들인지 딸인지 모를 '카림'에게 기아가 무엇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사실 별로 내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현상1-원인-현상2(결과) 낮은 눈높이로 정리되었다. 
아쉬운 점은 해결방안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상과 원인에 관한 설명은 조목조목했지만 해결에 있어서는 진정한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만 남겨놓았다.  사실 이 답은 기부문화가 뿌리깊게 내린 유럽에서나 통할 수 있는 답이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론 기부문화 조차도 근본적인 해결책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긴하지만.

하지만 고맙게도 부록으로 실린 주경복 교수의 신자유주의 개념 정리 글에서 한국뿐 아니라 범지구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답이 제시됐다고 본다.  주경복 교수가 제시한 신자유주의 비판 또는 대응방안은 " '자유'라는 이름으로 부조리하게 조장되는 경쟁의 모순을 뛰어넘는 창조적 공동체"다.  자칫 현실회피나 보신주의로 보이기도 쉽지만, 나조차도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창조적 공동체의 연대'쯤 되겠다.

이 책을 뒤늦게 읽게 된 동기 중에 하나는 이곳의 자선단체 문화 때문이다.  원조라고 해야할까.  이곳의 많은 단체들이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해외원조라는 형식을 취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일단 알고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분명 '기아'는 그럴만한 이유가 된다.  나조차도 그 심각성에 대해 '나도 알아'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할말이 없긴하다.  그래도 글쓴이가 이야기한 내용을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위로하며, 앞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촉수를 세워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 읽으면 네슬레에서 나오는 키켓(한국엔 키커라고 안에 웨하스가 들어간 초코바) 같은건 안먹어야 하는데-.  간식을 공정무역이나 유기농, 홈메이드로 바꿀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살림살이가 궁색하다보니 그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과 달리 그런 상품을 구하기가 쉽고 가격차도 비공정무역, 비유기농과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아 이야기하는 책 읽고 먹는 것 이야기하자니 좀 그렇긴 하다.

뒷북이라도 좋으니, 이 책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꼭 읽기를 권함.  지금 글쓴이의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정보력과 통찰력이 참 놀랍다.


이 책을 사면서도 원서로 사서 읽을까 하다가 '괜한 오역'(?)을 피하고자 한글로 번역된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영어가 부족하다보니 남들과 반대다.  다른 사람들은 오역이 싫어서 원서를 읽는다고 하더라만.(_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