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book] 렙소디 인 베를린

토닥s 2010. 8. 11. 17:49
YES24 - [국내도서]랩소디 인 베를린

이미지출처 : www.yes24.com

구효서(2010). <렙소디 인 베를린>. 뿔.

예전에 이 작가의 수필집을 읽은적이 있다.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글 참 평범하게 쓰네'였다.  별로 글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 작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참 잔인하네'였다.  이런 걸 사람들은 '남자답다'라고 하는 걸까도 싶고.

문학웹진 뿔에서 2009-2010년 6개월동안 연재한 글이라고 한다.  연재 당시 네티즌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는 광고글.  그런데 그 호응이 포지티브였을까?

▶ 이 책은 한국계 일본인이면서 독일에 체류중인 이근호라는 사람이 하나코라는 일본인의 통역을 맡게 되면서, 이근호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 주요 내용은 하나코가 40년전 헤어진, 그리고 얼마전 자살한 첫사랑 겐타로의 행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 겐타로, 김상호는 재일조선인으로 독일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로 힌터 마이어라는 18세기 음악가의 자료를 찾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뒤, 서울에 방문하여 17년간  감옥 생활을 하고 다시 독일로 돌아와 20년을 살다 어느날 자살했다. 
▶ 힌터 마이어는 교회 오르간 풀무질꾼이었으나 이후 궁정 지휘자가된 아이링거와의 은밀한 약속으로 그의 집에 머물며 음악을 배웠다.  결국엔 스승 아이링거를 앞지르고, 결국엔 여러가지 번뇌속에서 힌터 마이어의 조상이 떠나온 동쪽 먼나라로 떠나간다.

주요 인물로 본 간단 스토리인데,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그 사이사이 각각의 인물을 잇는 또 다른 인물과 이야기들이 나온다.  홀로코스트(holocaust)까지.  그럼에도 다시 이야기를 단순화 시키자면 겐타로와 힌터 마이어의 삶이 겹쳐진다는 것.  물론 시대가 달라 각각에게 주어지는 번뇌의 내용은 다르지만  음악으로 번뇌를 승화한다는 그런 이야기?

윤이상과 서경식(그리고 그의 가족)이라는 인물을 배경으로 이 글이 탄생했다-고 작가가 밝혔다.  배경이라는 것은 나의 표현이고 작가는 '빚을 졌다'고 했던가.  그들의 고단하지만 강인한 삶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라면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직접 서경식의 책을 읽는게 아홉배쯤 낫겠다고 하면 이 책에 대한 평은 애둘러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기대한다.


내용과 외떨어져, 나는 이런 모양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500쪽에 가까운 이런 책은 한 손에 들고 읽기가 힘들다.  잘 펴지지도 않는다.  다행히 무거운 재질의 종이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 판형의 책으로 편집했더라면 그냥 평범한 책 한 권이었을테다.  큰 활자는 자주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불필요한 노동을 만든다.  그나마 하드커버가 아닌 것이 다행이다.
우연히 발견한 평범한 모양의 책속에 대단한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한데, 평범한 내용을 숨기려 특이한 모양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 출판의 흐름인가보다하고 생각한다.  모양이 비슷한게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불필요하게 이 책은 두껍다고 생각한다.  들고 읽기가 힘들단 말이다!

사실 이 책은 그렇게 평범한 책은 아니다.  현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유명한 현실일 경우 더욱 그렇다.  작가는 유명한 현실을 새로운 틀에 넣는 시도를 한 셈인데, 이 책의 경우 새로운 틀이 너무 새롭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런 흐름이 방해된 경우다.  혹은 흐름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거나.

그렇다고 이 책을 내용없이 특이하기만 하다는 식의 평가는 할 수 없다.  우리 과거의 그 유명하고 어두운 현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도 있었다'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독자들이 그 유명하고 어두운 과거를 현실이 아닌 소설로 받아들일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