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0년

[life] 런던과 눈

토닥s 2010. 12. 25. 01:15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지금 한국에서 '하하호호' 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런던이다.
지난 19일 토요일 오전 2시간 동안 내린 눈으로 21일 화요일 오전까지 런던 히드로 공항이 문을 닫았다.  극히 제한적인 비행기가 뜨기는 했지만, 사실상 거의 99%의 비행기가 취소됐다.  그 중에 월요일 아침 내가 타야할 비행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토요일 2시간 동안 내린 눈은 10~15cm의 눈이라고 했다.  그 눈이 나의 한국행에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문제는 추운 날씨때문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데 있었다고 한다.

토요일 하루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런던에 눈이 오면서 버스나, 지하철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일요일엔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도로엔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고, 자전거도 다니고.  그런데 왜 비행기만 못다니냐는 것이다.

듣기론 축구경기장의 푸른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 히팅 시스템을 설치하는 나라가 영국이다.  왜 비행기 활주로엔 그런 시스템이 없냐는 것이다.

월요일 거의 잠을 설치고 집을 나서기 전 공항 홈페이지에 접속해 우리가 탈 비행기를 확인했다.  한 두대의 비행기가 뜨고 있었고, 우리 비행기가 취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지 한 시간이 안되서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사이 비행기가 취소되어 있었다.  항공사의 직원 말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는 헬싱키에서 와 사람들을 내려놓고 다시 헬싱키로 가는 비행기였는데, 헬싱키에선 사람들을 태웠다가 다시 내렸다는 설명.  그래서 그걸 위로라고 내게 이야기하는데, 거 참 내가 영어를 잘 못했기로 망정이지.

허탈에게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길 한가운데서 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어서 집으로 돌아와 한국 갈 비행기를 한 시라도 빨리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서둘러 돌아왔다.  우리가 공항을 나설 무렵엔, 공항 건물 입구에서 아예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공항 건물에 더이상 사람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건물에도 못들어가게 한다는 게, 이 추위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냉정한 것들.

사실 공항 안은 완전 아수라였다.  깨끗한 화장실이 놀라울 정도였는데.  우리는 돌아올 집이, 비록 방 한칸이지만, 런던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시 예약한 비행기의 날짜까지 공항에서 기다려야했던 것이다.

런던에 오래산 한 지인이 한국의 겨울을 본지 십년 이상됐다는 말을 흘려 들었는데, 이런 일을 겪고나서야 다시는 겨울에 여행을 계획하지 말아야겠다는 아픈 교훈을 남긴 셈이라고나.

월요일은 한 없이 우울했는데, 내일이면 다시 비행기를 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 결 가볍다.
곧 봐요, 모두들. 


이 동영상은 토요일 눈올때 내가 사는 방에서 찍은 것.  그래, 우린 옥탑방 산다.(i 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