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6년

[food] 멸치볶음

토닥s 2016. 7. 11. 23:04
예전에 K선생님이 주신 마늘편을 넣은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어서 몇 번 해먹었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한국서 부모님께 받아온 멸치가 동이 나기도 했고, 임신을 하면서 딱딱한 음식을 기피하다보니 (잇몸이 부실하여) 더는 안해먹게 되었다.  이후로도 누리에게 건강한 반찬을 해줄겸 멸치볶음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 한국슈퍼에서 살 수 있는 수산물, 대부분이 중국산이다,에 믿음이 가지 않고 판매하는 단위도 작긴해도 박스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재료였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후배가 지어준 밥에 반찬으로 나온 멸치볶음이 맛있어서 조리법을 물어왔다.  재료를 따로 볶고, 양념은 끓인 후 따로 볶은 재료를 섞는게 비법.  전수 받은 비법(!)과 나물씨 책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그도 한달 전이라 이 맛이었는지, 다른 맛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먹을만해서 기록차원에선 남겨둔다.

멸치볶음

재료 : 볶음 멸치 100g, 간장 1T, 현미씨유 1T, 설탕 2T, 꿀 1T, 견과류 150g

한국에서 돌아오기 전 언니에게 생협에서 멸치를 사다달라고 했다.  돌아와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이번에 꺼내보니 300g짜리였는데, '왜 이렇게 작은가'하면서 저울에 대접 올려놓고 100g 덜어보니 양이 꽤 된다.  혹시 모를 실패를 생각해서 100g만 만들어봤다.  케이크 만들면서 남겨둔 견과류 호두, 호박씨, 해바라기씨, 알몬드 슬라이스와 크랜베리를 종류별로 담았더니 150g이 훌쩍 넘는다.  배보다 배꼽이 큰 모양이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본 '꽃보다 누나'에서 여행 떠나기 전 견과류를 열심히 볶던 여배우 김희애를 생각하며 그대로 진행.

양념장 비율을 찾아보니 보통 물, 간장, 설탕, 물엿, 맛술의 비율을 같은 양으로 만든다.   취향 따라 조절해가면서.  짠 것이 싫어서 간장을 줄이고, 물엿이 없어 꿀로 대신해 넣었다.  단 것도 싫어서 꿀의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후배가 시킨대로 멸치와 견과류를 따로 볶아 끓인 양념과 섞어보니 조금 짠맛.  식힌 후에 먹어보니 단맛이 조금 더 났다.  사람들은 음식이 식으면 짠맛이 더 살아난다고들 하는데, 반대로 느껴졌다.  멸치를 따로 볶으면서 너무 볶았던지, 혹은 설탕이 많았던지 약간/많이 바삭해서 지비는 과자 같다고 했지만 달달하고 짭쪼롬한 멸치를 누리는 '아기물고기'라며 정말 좋아했다.  밥 반찬이 아니라 간식으로.  티스푼으로 한 스푼 정도 먹고 물을 한 컵 들이켜야 했지만.

일단 있는 멸치가 다 할때까지는 열심히 먹어볼 생각.  맛도 있고, 몸에도 좋다고 믿으면서. 

+

프랑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auchan이라는 마트에서 치즈와 맥주를 사왔다.  프랑스에서 치즈는 납득이 되겠지만 맥주라니.  우리는 정말 맥주파다. 

프랑스 맥주라곤 크로넨버르그 밖에 모르는데 그건 영국서도 흔히 살 수 있다.  프랑스에서 거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여행지 몽생미쉘의 식당에서 홍보하고 있는 수도원 주조 맥주를 마트에서 발견하고 사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벨기에 맥주였다.  털썩.

그런데 어제 동네 마트에 장보러 갔더니 거기에도 팔고 있었다.  털썩2.

이 맥주가 그 맥주.  이 맥주를 위해 오랜만에 쥐포님도 모셨다.  우리집에선 귀한 쥐포님은 오븐에 모신다.

집에 조리열기구가 유리상판이라 쥐포를 구울 수가 없어, 캠핑 때만 쓰는 휴대용 버너를 꺼내 굽곤 했는데 얼마전에 집에 놀러오신 L님에게 쥐포를 대접코저 휴대용 버너를 꺼냈더니 "전자렌지에도 굽는다던데요?"해서 급검색.  그런데 전자렌지에 굽는 방법은 이 귀한 쥐포님을 태울 가능성이 있어 오븐에 구워봤다.  두어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예열 없이 180도 8분 30초라는 우리집 오븐에 맞는 '적정조리시간'을 찾았다.  그래서 맥주와 쥐포를 순식간에 먹었다는 구구절절 변명.
앞으로 동네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맥주를 바다 건너 실어오지는 말자는 다짐을 하였다가도 가격 생각하면 또 실어오는 게 낫다 그런 결론.

프랑스에서 마트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지비가 장바구니에 담은 치즈.  전자렌지에 4분 데워 퐁뒤를 간편하게 즐기는 치즈라는데(그림으로 우리는 그렇게 이해했을뿐 진실은 알 수 없다) 또 어렵게 라클렛 스타일로 준비해서 먹었다.  다만 라클렛 팬이 없으니 치즈는 오븐에 굽고 감자는 삶아 으깨고 채소는 굽고 난리법석.  다시는 이런 치즈는 사오지 말자고 둘이서 다짐했다.  냉장고에 냄새가 냄새가 김치 저리가라였다.

뭐 이렇게 먹고 살았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