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life] 지비 생일

토닥s 2015. 4. 10. 07:58

벌써 몇 주 전에 지나간 지비 생일.  한 달 채우기 전에 남기려고 했는데, 한 달 다되어 간다.


바나나 케이크


생크림 케이크 한 번 만들어볼까 했는데, 몇 가지 검색해보니 전기 핸드 블랜더 없이 케이크 다운 케이크를 만드는 건 무리.  거기다 생크림까지.  쉽게 포기했다.  세상 별로 어렵게 살지 않으니까.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 아쉽다 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바나나 케이크.  일전에 구워봤던 바나나 로프(☞ http://todaks.com/1130 )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은데 비쥬얼은 케이크라 해도 억지 같아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구워봤다.  생일 선물로 9시까지 자게 내버려두고 누리와 함께 일찍 일어나 휘리릭 구웠다.


☞ 참고한 레시피 http://www.bakingschool.co.kr/recipe/recipe/recipe_view/recipe_no/3057


내가 가지고 있는 원형틀은 18cm고 깊이도 깊지 않아 참고한 레시피에서 20%를 줄였다.  셀프 레이징 밀가루를 쓰는 대신 베이킹 파우더를 2.5ml정도 추가하였다.  이걸 구우면서 내가 가진 원형틀에 맞는 양과 시간을 찾아낸 것 같다.




사실 이 생일 초는 작년 생일에 샀다.  암스테르담까지 들고 갔는데, 작은 빵도 사서, 초를 사용할 수 있는 성냥 또는 라이터가 없어서 고스란히 들고와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불을 밝혔다.






아기짐 - 트위스터


아침에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켠 것 외에는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생일은 평일이었지만, 지비는 휴가를 신청해서 쉬었다.  평소보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아기짐gym 수업을 갔다.  평소엔 내가 데리고 하지만, 이날은 지비가 누리를 데리고 시간을 보냈다.





이웃의 소개로 시작한 아기짐.  누리가 좋아해서 다음 학기도 벌써 신청해둔 상태.  그런데 정작 소개한 이웃은 한 두어 번 오다가 안한단다.

아기짐이라고 해서 대단한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균대 위를 걷기, 매트 위를 구르기, 트램폴린 위에서 뛰기, 뜀틀에서 뛰어내리기.  우리 어릴 때 같으면 빈 학교 운동장, 잠들기 전 이불 위에서 했던 것들을 돈주고 하려니 아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이렇게라도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른 것보다 운동이라는 게 좋기도 하다.  누리가 짐이나 수영을 한 날은 급피로감을 느끼고 일찍 잠든다.

아기짐 근처 폴란드식료품점에 들러 간단한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나는 아기짐에 가는 월요일 마다 폴란드식료품점에 혼자 가서 빵이나 햄, 요거트들을 사오곤 했는데 그날 지비가 식료품점을 나서며 하는 말이 "마치 폴란드에 온 기분"이란다.  어찌나 불친절한지.ㅋㅋ


헤어 앤 톨토이즈


Hare and tortoise라는 이름의 식당.  일전에 Y님 따라 가보고 지비와 한 번 가야겠다 했는데, 찾아보니 얼마 전에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에도 매장을 열어 밥 먹으러 한 번 다녀왔었다.  그때 가격이 비싸서 먹지 못한 스시를 생일에 꼭 먹겠다는 지비.  (계산은 어차피 네가 번 돈으로 하는 것이니)"마음대로 드세요"해도 소심해서 크게 지르지 못하는 지비.





사실 우리가 이 집을 처음 간 것도, 생일에 간 것도 누리가 먹을 수 있는 우동이 있어서다.  우리는 지갑만 쥐고 가면 되는 편리함이란.  평소엔 누리밥, 간식, 여벌의 옷과 기저귀 등등 한짐이다.  그런데 그날은 적어도 누리밥짐은 덜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큐가든으로 고고.


큐가든


날씨가 여전히 추울 때라서 누리를 실내놀이터에서 놀게 해줄 요량으로 큐가든에 갔는데 실내놀이터가 공사중이었다.(ㅜㅜ )




평소엔 겁나고 사람이 많아서 오르지도 못하던 회전미끄럼틀.  그 날은 정말 몇 번을 탔는지 모른다.




누리를 위해 몸으로 놀아주다 커피를 한 잔 하러 오랑제리 까페로 고고.  평소엔 놀이터 옆 까페를 가는데, 생일이니까 평소에 안가던 곳을 가보기로 했다.  그래봐야 두 곳의 거리가 100m도 안되지만.  이제 큐가든의 연간회원 기간도 다되어가고 갱신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시점이라 평소에 안가본 곳 두루두루 다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목련이 피었길래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멈추었는데, 사진을 찍는 나무 아래로 들어간 누리.  멀찍이 서서 끙끙.(- - );;  가던 발길을 돌려 오랑제리 까페로 돌아가야 했다는 사연을 끝으로 지비의 생일을 정리.


+


20대 초엔 내 뜻과 상관없이 요란한 생일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맙네.  20대 말엔 나이값 한다며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30대가 되니 요란한 생일이 그리워졌다.  그런데 요즘은 생일이고 뭐고 편하게 밥 먹고 잠이나 좀 더 자고 편하게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나만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