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15년

[life] 초코 발렌타인 데이

토닥s 2015. 2. 15. 08:26

영국에선 크리스마스 이후 새해 들어 처음으로 맞은 일명 기념일이 발렌타인 데이인 것 같다.  주로 상업적 포인트로 이용되고 있지만.  그 뒤로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영국의 경우 3월 네번째 일요일), 부활절, 아버지의 날 father's day(6월 세번째 일요일) 등등이 줄을 잇는다.  아 팬 케이크 데이(올해는 2월 17일)도 있다.


기념해야 할 날로 부활절(주로 휴일의 개념), 크리스마스(역시 휴일의 개념)면 족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변에서 묻는 '발렌타인 데이 계획'에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올수록 부담이 됐다.  아무 계획도 없으니까.  결국은 우리 스스로 물어도 보고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다가오는 팬 케이크 데이 겸 발렌타인 데이 기념(?)으로 가까운 하이스트릿에 얼마전에 오픈한 팬 케이크 까페에 가서 바나나와 벨기에 초콜렛이 들어간 팬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오픈 할 때 가서 먹었는데 커피가 참 맛있었다(응?).


초코1. 크레페 어페어 Crepe Affaire


예전에 가서 먹었던 메뉴 그대로 시켜 먹었다.  바나나와 벨기에 초코렛이 들어간 팬 케이크와 두 잔의 아메리카노.  평소엔 누리를 위해서 쥬스와 토마토를 챙기는데 오늘은 누리를 위해서 레고(?)를 준비했다.




오늘 찍은 사진엔 팬 케이크 사진이 없어서 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을 데려왔다.



발렌타인 데이 선물 같은 건 없고, 커피 한 잔이라도 편안하게 마시기 위해서 준비한 레고.  누리가 계 탄 셈이다.  까페에 가기 전 온라인으로 주문한 레고를 찾아들고, 까페에 앉아 열어주었더니 평소엔 자리에 앉자말자 달라는 쥬스도, 토마토도 찾지 않고 레고에 몰입한 누리.  주변의 아이들이 누리를 부러움의 눈으로 봄.( - -);;

덕분에 우리는 커피를 맛나게 마셨다. 


초코2. 초코 밤 머핀 Chocolate and Chestnut Muffin


애초에 구우려고 했던 것은 라즈베리를 넣은 초코 머핀이었다.  그런데 오후 늦게 마트에 갔더니 텅텅 빈 선반들.  라즈베리가 몇 통 남아 있긴 했으나 제 값 주고 사기엔 아까운 상태의 아이들만 남아 있어서 그냥 돌아나왔다.

샐러드에 넣으려고 사둔 조리된 밤(한국에서 파는 맛밤 같다)을 넣고 만들려고 마음을 정했는데 카카오 가루가 원하는 만큼 없어서 타서 마시는 핫초코를 섞어 넣고 만든 머핀.



얼마 전부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던 지비.  (몰래/미리 사둔 아이스크림과) "옛다!"하고 금방 구운 머핀과 주니 아이스크림 먼저 신나게 먹는다.  발렌타인 데이의 포인트는 초코 머핀이건만.( _ _)a


디저트 그릇 같은게 없어 접시에 담고 보니 아이스크림이 스륵 녹는다.  적당한 크기의 디저트 그릇, 좀 깊이가 있는 걸로,을 탐색해야겠다.


초코3. 풀러스 런던 포터 Fuller's London Porter


발렌타인 데이에 하트 사탕만큼, 초콜렛만큼, 스테이크만큼 많이 소비되는 게 와인인데 왜 갑자기 맥주냐고.  우리가 맥주파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 맥주는 초코렛 맛이다.  달지 않고 깊은 초코렛 맛.  거기다 이 동네에 양조장이 있어 벨기에 초코 맥주에 비해서 흔하고 저렴하기 까지.  그러니 발렌타인 데이에 등장할 자격이 된다.



+


오늘은 지비와 번갈아가며 늦잠을 잤다.  누리가 6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났고, 내가 6시 반까지 버티다가 지비를 깨우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8시에 내가 일어나 지비와 바통 터치.  9시가 넘어 일어난 지비와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한국에, 지비는 폴란드에 전화를 했다.  점심을 먹고 나가 드라이브 하며 일찍 일어나 피곤해 하는 누리를 차 안에서 한 30분 재웠고, 커피를 마시고, 장을 보고 들어왔다.  그 다음은 저녁 먹고, 누리와 놀아주다 씻기고 재우고.  이렇게 일요일 같은 발렌타인 데이가 다 지나갔다.  그런데 나는 이제 이런 편안한 휴일이 좋다.  늙었나?


발렌타인 데이보다 기분 좋은 사실은 오늘이 토요일이라 일요일인 내일이 있고, 월요일은 지비가 휴일을 내서 누리와 함께 보낸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