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라고 운을 뗀게 한 달 전인데-.
1월 말에 언니가 런던에 왔다. 코비드 이후 언니의 첫 유럽행. 언니, 아이와 함께 셋이 주말여행으로 로마도 다녀오고, 아이 중간방학을 맞아 일주일동안 남부 스페인의 도시들과 포르투칼의 리스본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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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서 이야기지만 로마여행까지는 괜찮았다. 로마여행은 짧기도 해서 짐싸기도 부담이 없었고, 일정이 짧으니 여러 가지 포기하며 딱 봐야할 것만 봐도 괜찮은 그런 여행이었다. 일찍이 바티칸과 콜로세움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고 예매를 해두었다. 구글 평점보고 찾아간 식당들도 무척 맛있었고, 우연히 간 역 안 아이스크림 가게도 맛있었고,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볼 수 있어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말라가-그라나다-세빌을 거쳐 포르투칼 리스본까지 간 여행은 좀 힘들었다. 기간이 앞선 여행보다 길었던 반면 별로 준비를 못해서 꼭 보고 싶었던 곳을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늘 그랬듯이 아이는 중간방학 직전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3일 학교를 쉬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도 걱정인데, 여행을 앞두고 지비가 해고되었다. 참 인정머리 없는 회사는 해고를 하려면 휴가나 즐기고 난 뒤에 할 것인데, 휴가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참 씁쓸했다. 덕분에 지비는 여행 중간중간에 우리 일행에서 빠져나와 전화로 인터뷰도 하고 틈틈히 지원서도 쓰고 그랬다. 기분이 저조한 지비 눈치보는(?) 우리도 힘들었지만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테다. 거기다 함께 간 언니는 언니대로 한국의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온 일이 잘 안되서 우리가 잠든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한국의 동료들과 미팅을 했다.
각자가 힘들어서 서로에게 맘상하기도 하고, 좋은 풍경과 맛있는 커피와 에그 타르트르 한 조각에 행복하기도 한 스펙타클한(?) 여행이었다.
런던에 돌아와 며칠 뒤 이사 때문에 일정을 앞당겨 떠나는 언니를 보내고 바로 밀린 여행 빨래를 시작했는데, 그때 그때 나오는 일상의 빨랫감에 밀려 한달이 지난 이제야 겨우 다 밀어냈다. 지금도 세탁기가 돌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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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돌아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지비가 다시 구직을 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이번 한국행에 지비는 동행할 수 없게 됐다. 출근하자마자 휴가를 달라 할 수는 없는지라. 한국행 때 가려던 일본행 비행기를 취소하면서 손해도 좀 보고. 무엇보다 본인 마음이 가장 상할테니 "괜찮아", "괜찮아"하고 통큰척하느라 내마음은 쓰렸다. 취소수수료는 네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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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하던 지비를 두고 ' 동굴파는 중'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2-3주 동안 동굴만 판 것은 아니고 그 와중에 10km 도 뛰었다. 평소 같았으면 파자마 차림으로 잘 다녀와하고 보냈을텐데, 때가 때인지라 응원차 일요일 새벽같이 일어나(7시) 함께 다녀왔다. 착하쥬? 아이는 발레시험과 학교행사로 바빴다. 그 중에 중등학교 발표도 있었다. 이건 다음에 따로.
일 하는 곳이 3년마다 하는 중립적인 외부기간으로부터 평가심사를 받는데 그 기간에 걸려 정말 바쁘게 지냈다. 그 평가심사는 불시에 이뤄진다. 조직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4일전에 통보 받았지만, 보통은 2일전에 평가심사를 통보 받는다. 매일매일 바쁘게 보내다 물 밖에 나와 숨쉬는 심정으로 머리를 들어보니 3월 중순 - 다시 짐 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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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여행이야기가 너무 많아 '틈나면 올린다'는 인사도 못하겠네요. 그래도 틈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