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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일상으로

토닥s 2024. 3. 16. 06:04

일상으로..라고 운을 뗀게 한 달 전인데-.

1월 말에 언니가 런던에 왔다.  코비드 이후 언니의 첫 유럽행.  언니, 아이와 함께 셋이 주말여행으로 로마도 다녀오고, 아이 중간방학을 맞아 일주일동안 남부 스페인의 도시들과 포르투칼의 리스본도 다녀왔다.

지나서 이야기지만 로마여행까지는 괜찮았다.  로마여행은 짧기도 해서 짐싸기도 부담이 없었고, 일정이 짧으니 여러 가지 포기하며 딱 봐야할 것만 봐도 괜찮은 그런 여행이었다.  일찍이 바티칸과 콜로세움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고 예매를 해두었다.  구글 평점보고 찾아간 식당들도 무척 맛있었고, 우연히 간 역 안 아이스크림 가게도 맛있었고,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볼 수 있어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말라가-그라나다-세빌을 거쳐 포르투칼 리스본까지 간 여행은 좀 힘들었다.  기간이 앞선 여행보다 길었던 반면 별로 준비를 못해서 꼭 보고 싶었던 곳을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늘 그랬듯이 아이는 중간방학 직전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3일 학교를 쉬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행도 걱정인데, 여행을 앞두고 지비가 해고되었다.  참 인정머리 없는 회사는 해고를 하려면 휴가나 즐기고 난 뒤에 할 것인데, 휴가를 이틀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참 씁쓸했다.  덕분에 지비는 여행 중간중간에 우리 일행에서 빠져나와 전화로 인터뷰도 하고 틈틈히 지원서도 쓰고 그랬다.  기분이 저조한 지비 눈치보는(?) 우리도 힘들었지만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테다.  거기다 함께 간 언니는 언니대로 한국의 동료들에게 부탁하고 온 일이 잘 안되서 우리가 잠든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한국의 동료들과 미팅을 했다.

각자가 힘들어서 서로에게 맘상하기도 하고, 좋은 풍경과 맛있는 커피와 에그 타르트르 한 조각에 행복하기도 한 스펙타클한(?) 여행이었다.

런던에 돌아와 며칠 뒤 이사 때문에 일정을 앞당겨 떠나는 언니를 보내고 바로 밀린 여행 빨래를 시작했는데, 그때 그때 나오는 일상의 빨랫감에 밀려 한달이 지난 이제야 겨우 다 밀어냈다.  지금도 세탁기가 돌아가는 중.

동생 먹으라고 언니가 보내 준..

언니가 돌아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지비가 다시 구직을 하기는 했지만, 덕분에 이번 한국행에 지비는 동행할 수 없게 됐다.    출근하자마자 휴가를 달라 할 수는 없는지라.  한국행 때 가려던 일본행 비행기를 취소하면서 손해도 좀 보고.  무엇보다 본인 마음이 가장 상할테니 "괜찮아", "괜찮아"하고 통큰척하느라 내마음은 쓰렸다.  취소수수료는 네가 좀?


구직하던 지비를 두고 ' 동굴파는 중'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2-3주 동안 동굴만 판 것은 아니고 그 와중에 10km 도 뛰었다.  평소 같았으면 파자마 차림으로 잘 다녀와하고 보냈을텐데, 때가 때인지라 응원차 일요일 새벽같이 일어나(7시) 함께 다녀왔다.  착하쥬?  
아이는 발레시험과 학교행사로 바빴다.  그 중에 중등학교 발표도 있었다.  이건 다음에 따로.
일 하는 곳이 3년마다 하는 중립적인 외부기간으로부터 평가심사를 받는데 그 기간에 걸려 정말 바쁘게 지냈다.  그 평가심사는 불시에 이뤄진다.  조직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4일전에 통보 받았지만, 보통은 2일전에 평가심사를 통보 받는다.  매일매일 바쁘게 보내다 물 밖에 나와 숨쉬는 심정으로 머리를 들어보니 3월 중순 - 다시 짐 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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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여행이야기가 너무 많아 '틈나면 올린다'는 인사도 못하겠네요.  그래도 틈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