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235

[20201120] 밥상일기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함께 하면서 느낀 건 방문/블로그 읽기가 가장 적은 때는 금요일이다. 다들 불금을 즐기느라 그런 것인지. 나는 반대로 조금 느긋하게 다른 블로그도 보고 할 수 있는 때는 금요일이다. 그래서 밀린 먹거리 사진을 후딱 올리기. 사실 평소에도 먹는 이야기가 제법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_');; 8월 말에 갔던 폴란드-콜럼비아 커플 친구네. 그 집에 놀러가면 늘 콜럼비아식(이라는) 스프를 준다. 감자가 기본으로 들어간 스프에 옥수수가 꼭 들어간다. 옥수수를 비롯한 구황작물들의 고향이 라틴아메리카라고 어디서 본듯도 하고. 늘 맛있게 먹고 그날 스프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본다. 그 기억을 더듬어 집에서 먹다남은 시금치, 옥수수, 닭고기를 넣고 만들어본 스프. 친구의 맛있는 스프와 비교해 ..

[life] 사람이 변했다.

예전에, 한 십년 전, 누군가 찍어놓은 행사 사진 3~400장에서 쓸만한 사진 두 장을 골라달라고 했다. 사진 3~400장 보는 게 쉽지 않은데, 그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사진을 빛의 속도로 넘겼다. 그러고보니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쓸만한 사진이 없어서 두 장을 골라내는 게 참 어려웠다. 그보다 더 앞서 취미로 내가 필름 사진을 찍을 때도 한 롤 24장 사진에서 괜찮은 사진 한 장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사진을 보는 내 기준이 있었고 거기에 맞춰 '잘 버렸다'. 좀 재수 없었네. 그런데 내 '자식' 사진은 이상하게 찍은 사진이라도 골라내기가 어렵고, 버리기가 어렵다. 요즘 작년에 누리가 발레를 배우던 곳의 발표회 사진을 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몇 장 인화해보려고. ..

[life] 먹기 위해 걷는다.

누리의 중간방학 때 1일 1빵을 하다 중간방학이 끝난 지금은 1일 1빵까지는 아니지만 2일 1빵 정도하고 있다. 주로 오후에 먹는 간식용이다. 달달한 간식을 사다 먹을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누리의 학교에서는 간식으로 건강식만 허용하는데 저칼로리 홈메이드는 예외다. 시판 머핀보다 설탕이 적다고 증명할 방법은 없는데 하여간 그렇다. 쉽게 말하면 가게에서 산 마들렌, 머핀, 쿠키는 가져갈 수 없지만 집에서 만든 마들렌, 머핀, 쿠키는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견과류가 없는 홈메이드여야만 한다. 도시락용으로만 굽는 일은 없고, 구운 것 중 견과류가 없고 누리가 학교에 가져가고 싶다면 싸준다. 대부분은 싸갈 것도 없이 다 먹어버리지만. 그 중 마들렌은 확실히 도시락용이었다. 평소 같으면 견과..

[life] 집콕(feat. 2차 봉쇄)

Covid-19이 없던 때에도 겨울로 가면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는데, 덕분에 더더 집에서 집콕하며 보내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는 지난 목요일부터 2차 봉쇄에 들어갔다. 그 전에는 Covid-19 확산이 높은 지역별로 봉쇄를 했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 외 모든 상업 시설이 문을 닫았고, 출근도 꼭 해야하는 업종(건설) 정도만 할 수 있다. 실내외를 구분하고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 이외는 만날 수가 없지만 실외에서 친구 1명을 만나는 건 허용된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의 심리적 지원을 위한 방편이다. 모든 것이 정지되었지만 어린집, 학교와 대학은 휴교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봉쇄도 그렇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번 봉쇄는 4주라는 한시적인 봉쇄인데, 크리스마스 연휴..

[life] 궁금하지 않을 근황

주기적으로 블로그를 열심히 해보겠다 마음 먹지만, 그 마음을 오래 가지기 어렵다. 여느 블로그처럼 방문자가 많고, 수익이 생기는 블로그도 아니니, 당위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나를 기록하고 위로하는 블로그니 띄엄띄엄이라도 해보자고 다시 나를 재촉해본다. 그래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근황-. 누리와 체스를 시작했다.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 친구 둘이 지난 봄부터 시작된 봉쇄(lockdown) 기간 동안 시작했다는 체스. 전통적인 게임이라 스크린타임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며, 아주 가끔 아이가 아빠를 이기를 경우가 발생하면 아이가 얻는 성취감도 크다하여 우리도 시작해봤다. 누리가 생기기 전 3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폴란드의 크라코프에서 바르샤바로 여행했을 때 옆에 앉은 청년둘이 열심히 두는 걸 보고 우리도..

[life] 해피 추석

지난 주말 볼 일을 보러 런던 외곽에 있는 뉴몰든에 들렀다. 그 주말이 추석인줄 알고 송편을 사오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추석은 이번 주. 송편은 어렵고 일전에 이웃 블로거님 글에서 본 약식/약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밤부터 콧물을 훌쩍이던 누리가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 증세가 확연해 집에서 쉬게 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때에 아픈 아이를 학교에서 반길리 없고, 누리도 집에서 쉬는 게 긴 감기를 막는 일이기도 하니. 그래서 집에 있는 쌀가루 rice flour를 이용해 송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쌀가루는 이른바 건식 쌀가루라 건식 쌀가루를 이용한 송편을 검색해서 만들어봤다. 역시 건식 찹쌀가루와 섞어 물과 소금을 더해 냉장고에 잠시 묵혔다. 건식 가루 재료에 수분을 주는 과정인듯. 오전시간에..

[keyword] 마스크

Covid-19과 함께 시민들에게 필수품이 된 마스크. 적어도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왜 유럽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지, 정부는 쓰라고 강제하지 않는지 궁금해 한다. 일단 여기서는 전염병 같은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들이 쓰는 게 마스크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Covid-19 초기 마스크를 썼던 아시아인들에 대한 따돌림 행동이 많았다. 지금은 그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더 나아진 것도 아니다. 누리반 학부모 그룹대화방에서 마스크 이야기를 꺼냈을 때 병원에서 일하는(메디컬 스태프는 아니다) 한 엄마는 마스크는 제대로 썼을 때 질병 확산을 막아주는 것이지,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하는데 쓸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럽 사람들의 인식이 딱 그 정도다..

[+2907days] 드디어 등교

누리가 오늘부터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기까지 가장 큰 걱정은 마스크 쓰기였다. 영국에 돌아오고 한 이틀 마음을 다듬고 바로 학교에 이메일을 보냈다. 아이들 간 감염, 가족으로의 전파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3월부터 휴교로 아이들에 대한 Covid-19의 영향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는 우리가 '해볼만한 노력'이라고도 썼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구, 한국으로 치면 구의회에서 아동과 교육을 담당하는 구의원에게 학교에 보낸 비슷한 내용으로 이메일을 썼다. 더한 부분이 있다면 잉글랜드는 중등의 경우 학교장의 권한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정한다고 공표한 시점이었는데, 개별 학교장이 부담을 안고 결정하긴 어렵다. 구 단위에서 Covid-19 확산을..

[life] 발코니 프로젝트

올해 봄이 되면 발코니에 거는 형식의 화분을 사서 꾸며보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구상중이었다. 새로운 봄이 오면 사려고 가을 겨울 부지런히 화분도 고르고, 우리집 발코니에 맞는지 미리 문의도 해보고 그랬다. 그런데 봄보다 Covid-19이 먼저 왔다. 발코니 프로젝트와 Covid-19이 무슨 상관인가 싶은데 식료품을 구입하는 마트만큼이나 바쁜 곳이 DIY와 가든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그 동안 하지 못한 집수리와 봄맞이 가든정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봄이오면 사려고 했던 화분은 아무리 찾아도 재고가 없고, 화분 흙값은 몇 배로 뛰었다. DIY와 가든 용품을 파는 매장이 essential로 분류되어 문을 열기는 했지만, 직원수 부족으로 몇 군데 거점만 문을 열었다. 우리집과 가까운 매장은..

[life]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빵

Covid-19으로 인한 사재기와 부족현상은 거의 해소가 됐지만, 여전히 몇 가지 품목들은 구경하기 어렵다. 알콜 손세정제, 각종 밀가루, 이스트가 그렇다. 요리에 별로 소질 없는 영국사람들이 빵이라도 만드려나 싶었는데,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동이 통제되고 먹거리의 많은 부분을 직접 해결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요리와 제빵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내 주변만 그런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가끔 만든 빵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메신저로 보내오면 그게 자극이 되서 나도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시 공유하고 그랬다. 그래서 최근에 만들어본 빵들-. 크림치즈빵 스콘 시나몬 롤 그러다 이스트가 더는 없어서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밀가루와 이스트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아는 친구 A가 아침에 문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