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일기/2020년

[life] 집콕(feat. 2차 봉쇄)

토닥s 2020. 11. 9. 01:48

Covid-19이 없던 때에도 겨울로 가면 점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는데, 덕분에 더더 집에서 집콕하며 보내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는 지난 목요일부터 2차 봉쇄에 들어갔다.  그 전에는 Covid-19 확산이 높은 지역별로 봉쇄를 했다.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 외 모든 상업 시설이 문을 닫았고, 출근도 꼭 해야하는 업종(건설) 정도만 할 수 있다.  실내외를 구분하고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 이외는 만날 수가 없지만 실외에서 친구 1명을 만나는 건 허용된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들의 심리적 지원을 위한 방편이다.  모든 것이 정지되었지만 어린집, 학교와 대학은 휴교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봉쇄도 그렇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이번 봉쇄는 4주라는 한시적인 봉쇄인데, 크리스마스 연휴에 다시 각종 모임이 허용되니(사실 그를 위해 지금 봉쇄를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재확산이 예상된다.   그런 이유로 2차 봉쇄에 들어 가기도 전에 벌써 1~2월에 3차 봉쇄가 언급되어 이번 봉쇄를 앞두고 무척 마음이 무거웠다.  대체 Covid-19의 끝은 어디인가 싶은 생각에.  나 같은 집순이도 쉽지 않은 시절이다.

 

2차 봉쇄 첫날 지인에게 전달해줄 물건이 있어 잠시 공원에서 만났다.  실외 & 1인이라는 조건이라 가능했다.  마음만큼이나 날씨도 무거웠다.

 

2차 봉쇄를 앞두고 갑자기 사람들이 바빠진 느낌이었다.  나도 미뤘던 IKEA 방문을 계획에 없이 해야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 누리 옷을 좀 사러 나갈까 했는데, 요며칠 어딜 가도 차가 너무 막혀서 포기했다.  다들 같은 마음인가 보다.  심지어 11월 말에 생일이 든 누리 친구는 앞당겨 생일 파티까지 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를 하는 마당에 트램폴린 파크 생일파티라니 좀 어이가 없기는 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우리를 제외한 모든 부모들이 그 생일파티에 아이들을 보냈다는 것이다.  하루 확진자 2~3만명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2차 봉쇄 시작되고 9월부터 시작됐던 모든 학교 이외 교육 활동들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1:1 교육 활동은 허용된다.  사실 덕분에 누리의 바이올린 강습이 계속 될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여기엔 또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격차를 더 넓히는 게 아닐까 싶어 불편한 마음도 한 구석에 있다.  

누리의 폴란드 주말학교도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토요일 아침을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었다.  폴란드 주말학교에 등교하려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하니 부담이다.  누리는 온라인이 좋다고 하지만, 교육적 의미나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지속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우리집엔 거의 수명을 다해가는 데스크탑 한 대, 노트북 한 대(지금 내가 쓰고 있는)가 있는데 온라인 학습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지비의 업무용 노트북을 동원했다.  그런데 그 노트북도 지금 스크린 상태가 좋지 않아 교체를 앞두고 있어서 TV에 연결했다.  TV에 자기가 나온다고 무척 좋아하는 누리.  때문에 온라인학습도 즐겁게 한 느낌적 느낌.  그런데 집이 너무 난장판이구나.

 

 

날씨도, 마음도 무거운 때지만 작은 즐거움 하나씩 찾아 씩씩하게 지내다보면 '꽃 피는 봄'이 또 오겠지.